'예측 마니아' 이재석 카페24 대표 “'미래는 인터넷' 성공 확신으로 5년 적자 버텨”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그만의 남다른 사고와 미래를 보는 안목으로 5년 연속 적자 기업을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깐깐한 시장을 만족시킨 카페24의 성장 잠재력과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상장 전날(2월 7일)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카페24 사무실에서 이재석 대표를 만났다.


-카페24가 ‘테슬라 상장 1호’라는 타이틀을 꿰찼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테슬라 요건 신설 소식을 듣자마자 성장 잠재력과 장기적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카페24와 잘 맞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도적 환경이 시기적절하게 마련된 덕분에 카페24는 성장과 상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상장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월 8일 코스닥 상장 후 시장 평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요.

“비즈니스라는 게 관례가 참 중요합니다. 테슬라 상장 제도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은 더 깐깐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겁니다. 그런데 카페24는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고 상단을 초과해 신청한 물량도 80.6%나 됐습니다. 일반 투자자 공모 청약에서도 청약 증거금만 총 3조원이 넘게 몰렸습니다. 카페24의 기업 가치가 상당히 탄탄하다고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은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어떻게 카페24 창업을 생각했나요.

“학창 시절부터 데이터 분석과 미래 예측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측 마니아’였죠. 이를테면 오늘 온도가 몇 도일지 대개의 사람들은 정보를 확인하지만 저는 확인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는 습관이 있어요. 주위에서 독특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죠.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그때 마침 PC통신 시대가 열렸어요. 당시 PC통신에 이어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미래는 인터넷’이란 생각이 딱 들었죠. 웹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비대면 전자 정보 교환 시스템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카페24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카페24는 온라인 전자 상거래 시장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데 성공 전략은 무엇입니까.

“전자 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활성화될수록 카페24, 쇼핑몰 사업자, 제휴사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성공 요인이에요. 플랫폼 사업은 시장 참여자가 많이 모이면 많이 모일수록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1999년 카페24 설립 후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운이 좋게도 현재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대개 역경이라고 하면 내일 줘야 할 돈을 주지 못하는 수준일 테지만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데이터 마니아’이기 때문에 예측을 통한 사전 대응을 매우 중시하기도 했고요.

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자’, ‘욕심내지 말고 순리를 따르자’고 다짐했었어요. 물론 회사 경영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맞아요. 조율이나 소통,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죠.”

-5년 연속 영업 적자에도 투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방향만 옳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했을 때 비대면 전자 정보 교환 시스템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죠.

아마존은 22년 전 도서와 음반으로 전자 상거래를 시작했어요. 이미 음반은 음원으로 발전해 완전히 온라인화됐고 도서 역시 오프라인으로 회귀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도가 붙을 겁니다. 거래도 같은 맥락이에요.

최근 거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발 아래 물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죠.”

-상장 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우선 국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더 쉽게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 쇼핑몰 구축·결제·배송·운영·마케팅 등 글로벌 전자 상거래를 위한 서비스 전 단계를 더욱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카페24가 보유한 세계 80여 개 기업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 세계 고객들이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카페24는 그간 쌓아 온 쇼핑몰 솔루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글로벌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자들에게 특화된 외국어 버전의 쇼핑몰 솔루션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것입니다.”

-카페24의 글로벌 전략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일본 시장 플랫폼에 직접 진출할 계획입니다. 한국 고객이 카페24의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한국과 해외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 고객도 똑같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일본 등 해외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화는 필수입니다. 각국의 전자 상거래 시장은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소비자가 상품을 수령 받는 자리에서 배송 운전사에게 상품 구매 대금을 지불하는 ‘다이비키’ 결제 방식이 보편화돼 있습니다. 또 편의점에서 상품을 수령하는 편의점 택배의 사용 비율이 높습니다.

카페24는 이러한 현지 특성을 고려해 쇼핑몰 구축·결제·배송·운영·마케팅 등 모든 프로세스를 철저히 현지화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카페24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인가요.

“카페24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 누구나가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에요.

아직까지는 인터넷에 재능이 있거나 열정이 있는 사람들만이 혜택을 보고 있잖아요. 동남아·아프리카 어디에서나 세상과 소통해 본인의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때까지 정말 잘해 보이고 싶습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약력

1968년 출생. 1986년 대구 경신고 졸업. 1993년 포항공대(포스텍) 물리학과. 1995년 한국코트렐 연구원. 1996년 한국네트워크비즈니스컨설팅 대표. 1999년 카페24 대표(현).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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