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만 계세요” 레벨4 자율주행차 ‘넥쏘’가 달린다

[TREND : 시승기]
진입·차로·속도 알아서 ‘척척’…대형 버스 차로 이탈 등 돌발 상황도 스스로 대처


(사진)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현대차 ‘넥쏘’의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운전자의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자동차. 1980년대(1982~1986년, 미국) 방영된 TV 시리즈 ‘전격 Z작전’에 등장한 상상 속의 인공지능(AI) 자동차 ‘키트’와 같은 자동차가 국내 도로를 달렸다.

그 주인공은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아직 특정 구간에서만 운행이 가능하긴 하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실현한 자동차다.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은 운전자가 정해진 조건에서 시스템 스스로 모든 상황을 통제해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고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운전자는 물론 스티어링휠(운전대)과 가·감속 페달조차 아예 필요 없는 완벽한 무인 자동차를 의미하는 5단계와 함께 완전 자율주행으로 분류된다. 2월 5일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강원도 평창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넥쏘의 주행을 직접 체험해 봤다.

체험 시간은 10분 남짓. 넥쏘를 타고 평창 시내 대관령 119안전센터 앞 원형삼거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약 3.5km 떨어진 회전 교차로까지 왕복 7km를 달렸다.

이 구간은 도로 구간 진입, 오르막길, 회전 교차로 등으로 구성돼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몰아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만큼 까다로웠고 도로 위에는 트럭과 버스 등 대형 차량들리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 11개의 센서가 주위를 살핀다

자율주행이 시작되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움직였다. 전기모터 구동 시스템이 기반인 넥쏘는 여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정숙성을 자랑했다.

설정된 시속 50km로 본격 도로 주행에 나선 넥쏘는 도로 병합 구간이나 오르막길을 마주하면 스스로 속도를 낮추며 안전 운행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는 차에 미리 탑재된 정밀 지도 덕분에 가능하다. 정밀 지도 안에는 세밀한 도로 상황과 정보가 포함돼 있어 경사 정보 등도 파악할 수 있어 차 스스로 감속과 가속이 가능하다.

실제로 차가 주행하는 동안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빨간 점들이 빼곡했다. 도로의 객체를 파악해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넥쏘는 일반 운전자와 대형 버스가 빠른 속도로 진입해 혼재되는 교차로에서 계속 다른 차량이 진입하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교차로에 위험한 차량이 없다는 것을 완전히 인지한 다음에야 차는 움직였다.

넥쏘 주행의 이해와 설명을 위해 동승한 현대차의 연구원은 “넥쏘는 안전을 위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설계했다. 최대한 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웬만하면 진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넥쏘는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선보였다. 대형 버스가 차로를 걸쳐 운행하며 넥쏘의 주행을 위협했지만 운행 속도 변속, 차로 이동 등의 순간 대처 능력을 보여주며 자율주행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연구원은 “지난해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 자율주행 기술과 비교해 넥쏘의 자율주행 기술이 더욱 정밀해졌다”며 “아이오닉은 차량 전면에 세 개의 레이더만 달려 있고 후면은 경고 시스템만 활용했는데 넥쏘는 뒤에도 라이다 달려 있어 360도를 모두 감지한다고 보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넥쏘에 장착된 센서는 물체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더, 레이저빔을 이용한 물체까지의 거리 측정 센서인 라이다,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센서인 카메라, 주변 물체 인식과 함께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스테레오 카메라로 나뉜다. 이날 시승한 넥쏘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에는 모두 11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었다.

자율주행을 마치고 출발지로 돌아온 후 넥쏘는 후방 주차, 평행 주차 등의 깔끔한 주차 기술도 보여줬다. 스스로 비어 있는 공간을 인식하고 운전자가 내린 후 혼자서 주차까지 완료했다. 운전자들이 어려워하는 좁은 공간의 평형 주차도 차량을 조금씩 움직이며 무리 없는 주차 능력을 선보였다.

[수소전기차 ‘넥쏘 돋보기]
5분 충전으로 609km…공기 정화하는 도로 위 ‘공기청정기’

3월 출시되는 현대차의 ‘넥쏘’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된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다. 평창에서 7km 거리를 시승한 레벨4 자율 주행 시스템보다 능력치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쏘는 현재 한국에 등장해 있는 차 중 가장 진일보해 있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전 세계의 모든 차동차 중 가장 친환경적인 자동차다. 넥쏘는 단순하게 전기를 충전하는 전기차가 아니다. 넥쏘는 정유공장 등에서 나오는 부산물(수소)로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전기차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전기차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여러 환경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수소차는 자체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 후 수증기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넥쏘 1대를 1시간 운행하면 26.9kg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이는 성인 43명이 1시간 동안 마실 수 있는 공기의 양이다.

넥쏘의 또 다른 강점은 항속거리다. 항속거리는 연료가 바닥날 때까지 주행이 가능한 거리다. 넥쏘는 약 5분간 1회 수소 충전(총 6.33kg)을 마치면 609km를 달릴 수 있다.

기존에 목표로 했던 580km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수소전기차 중 항속거리가 가장 길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의 ‘미라이(502km)’와 혼다 ‘클래리티(589km)’보다 훨씬 앞선 수준이다.

넥쏘의 출시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앞서 출시된 현대차 투싼 수소차가 80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넥쏘의 가격은 조금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친환경 차량 보급을 위한 정부의 정책으로 각 지자체별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어 실제 구매 가격은 더욱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넥쏘를 4000만원대(보조금 포함)에 출시할 예정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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