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고객의 외로움 달래는 기업 돼야…‘진정성’으로 다가가라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최근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담당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
적십자사 조사에 따르면 영국 인구 6500만 명 중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노인 360만 명은 TV를 가장 친한 ‘동반자’로 꼽았다. 17~25세 젊은 학생들의 절반 가까이도 외로움 때문에 상담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고 비만보다 위험하다. 영국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한 이유다. 이것이 꼭 영국만의 일일까.
◆‘연결성 시대’에 유행처럼 번지는 외로움
밴드·단톡방·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물론 초등학교 동창부터 군대 동기까지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만날 수 있는 ‘연결성의 시대’에 왜 외로움이 유행처럼 번질까.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에 따르면 SNS 사용이 많을수록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 SNS를 많이 사용하면서 대면 미팅 시간이 줄어들고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배제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결성이 오히려 외로움과 고립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이에 대해 ‘연결성의 역설’이라고 칭한다. 연결성이 강화된 하이테크 시대에 역설적으로 외로움 때문에 ‘하이 터치’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결성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브랜드들은 고객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인간적 브랜드가 돼야 한다. 고객은 인간적 브랜드에 의지하고 얘기하고 친밀감을 느끼고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적 브랜드는 무엇일까. 인간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다. 진정성이라는 필요조건과 진정성이 발현되는 상태,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5가지 인간적 매력의 충분조건을 가져야 한다. 브랜드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구비했을 때 우리는 그 브랜드를 인간적 매력이 있다고 느낀다.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정말 많이 쓰는 단어지만 딱히 정의하기 쉽지 않다. 진정성 마케팅의 권위자 제임스 길모어 스트러티직 허라이즌 LLP 창업자는 진정성을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고 설명했지만 이 정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나는 기업을 위한 진정성의 정의를 ‘내면과 외면의 일치를 밀고 가는 힘과 의지’라로 정의하고 싶다. 진정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가야 한다는 ‘기업 의지’의 측면을 더 강조하고 싶다.
브랜드가 진정성 있는 브랜드로 고객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의지를 구현하는 세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회사가 이야기하는 진정성의 요소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아야 한다.
둘째, 진정성에 대해 회사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다만, 그 표현은 조심스러우면서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셋째, 고객들이 기업의 진정성에 대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유의 장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확산시켜야 한다.
◆기업 철학으로 소비자 움직인 파타고니아
유명한 환경보호 기업 파타고니아는 진정성 요소를 담기 위해 1993년부터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버려진 플라스틱 병에서 옷감의 실을 뽑아 옷을 만든 것이다.
(사진)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회장. /한국경제신문
파타고니아는 이후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타임지에 ‘제발 우리 옷을 사지 말아주세요’라고 쓰인 전면 광고를 게재한다. 해당 광고는 잘못하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엄청났다. ‘당신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사려고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라는 조심스럽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는 파타고니아의 환경보호에 대한 진심을 느끼게 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캠페인 직후 파타고니아의 제품 판매량은 33%나 증가했다.
파타고니아는 ‘낡아빠진 옷’이라는 블로그도 운영한다. 해당 블로그에는 고객이 구매한 파타고니아의 옷을 얼마나 오랫동안 입고 있는지, 아버지 등에 올라타 웃고 있는 일곱 살 아이가 성인이 돼 아버지가 입고 있던 파타고니아 재킷을 물려 입은 이야기 등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각 기업 내부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SNS의 발달로 기업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미처 수습할 시간도 없이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간다.
파타고니아의 직원들은 그 누구보다 환경을 사랑한다. 만일 그들이 환경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거나 무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목적과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은 그다음이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마존의 자회사이자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인 자포스의 모든 직원은 입사 후 몇 주 안에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교육 기간 중 4000달러를 줄 테니 회사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다. 일종의 퇴사 제안인 셈이다.
자포스는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직 문화를 위해 빨리 내보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성이라는 필요조건 위에 어떤 충분조건을 더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진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좋아할 인간적 매력이 더해져야 한다.
파티고니아의 진정성은 ‘환경보호’라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공감할 미션에 대한 진정성인 것이다.
◆‘인간적 브랜드’의 다섯 가지 충분조건
아티스트인 스티브 샘슨은 ‘직함 없는 지도자들’에서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권위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끌리게 하는 다섯 가지 인간적 매력을 설명한다. 물리성·지성·사회성·감성·도덕성이 주인공이다.
물리성은 브랜드가 가지는 물리적 매력을 이야기한다. 멋진 디자인, 차별화한 성능, 확실한 고객 경험과 같은 것을 뜻한다.
애플은 차별화한 디자인과 매끄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유명하다. 또한 이런 물리적 차별성이 1회적이 아니라 최초의 매킨토시 컴퓨터에서부터 아이팟·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진정성 있게 지속돼 왔다. “우리 모두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애플은 브랜드의 물리성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남겼다.
지성은 초월적 사고·혁신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의할 점은 이 혁신 능력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다. 전기차에 대해 고객이 생각하는 문제(제로백의 파워, 충전의 편의성, 디자인 등)를 해결할 수 있는 설득력을 보여줬다. 양산성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고객들은 테슬라에 열광한다.
사회성은 고객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브랜드다. SNS 등을 통한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SNS상에서의 화제도 유발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 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사교적 브랜드로는 국내 기업인 ‘배달의 민족’이 떠오른다. 배달의 민족은 ‘배짱이’라는 커뮤니티 활동과 화제를 모으는 다양한 콘텐츠 등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해외의 사교적 브랜드 사례로는 자포스를 들 수 있다. 자포스는 피자 가게 위치를 묻는 고객의 엉뚱한 질문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답해 준다. 콜센터에서 고객과 가장 오래 통화한 시간이 무려 10시간 43분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 토니 셰이 자포스 CEO. /한국경제신문
감성은 공감을 통해 고객에게 호의적인 감정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브랜드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산하의 호텔 브랜드인 리츠칼튼의 ‘기린 인형 조시’ 이야기는 유명하다.
기린 인형을 두고 온 아들에게 ‘조시는 휴가 중’이라는 거짓말을 한 아버지를 위해 조시가 일광욕을 하고 골프 카트를 타고 마사지를 받는 사진을 만들어 보내준 리츠칼튼의 공감 마케팅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정(情)’ 캠페인은 어떤가. 집배원에게 초코파이를 전달해 주는 정 캠페인은 수많은 아이들이 실제로 집배원에게 초코파이를 전해주면서 잔잔한 감동을 줬다.
도덕성은 윤리적이고 강력한 성실함을 보여주거나 도덕적 기준을 보여주는 브랜드다. 파타고니아처럼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도덕적 브랜드다. 이런 도덕적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매혹 당한다.
진정성 있게 수십 년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환경보호 캠페인을 지속하는 유한킴벌리 같은 회사가 한국의 도덕적인 브랜드다.
추가적으로 인간적 브랜드와 관련해 ‘페르소나’를 창조하라고 제언하고 싶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을 뜻한다.
페르소나는 원래 마케팅에서 가상으로라도 아주 구체적 고객을 상정하라는 얘기다. 고객을 손에 잡힐 정도로 자기 친구처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별·연령·지역·소득이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이나 가치관 등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적 브랜드가 돼 고객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선 고객의 시각에서 브랜드가 페르소나를 가져야 한다. 고객들이 정말 자기 친구처럼, 연인처럼 구체성을 가지고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테슬라는 엘론 머스크를 통해 기업의 페르소나를 창조했다. 배달의 민족 페르소나는 무한 도전을 즐기고 ‘짤방’이나 ‘병맛’과 같은 B급 코드와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진정성이라는 필요조건에 브랜드의 성격에 맞는 다섯 가지 매력의 충분조건을 갖추고 여기에 손에 잡히는 구체적 기업의 페르소나를 창조할 수 있다면 외로움의 시대에 인간적 브랜드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의 외로움 달래는 기업 돼야…‘진정성’으로 다가가라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최근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담당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
적십자사 조사에 따르면 영국 인구 6500만 명 중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노인 360만 명은 TV를 가장 친한 ‘동반자’로 꼽았다. 17~25세 젊은 학생들의 절반 가까이도 외로움 때문에 상담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고 비만보다 위험하다. 영국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한 이유다. 이것이 꼭 영국만의 일일까.
◆‘연결성 시대’에 유행처럼 번지는 외로움
밴드·단톡방·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물론 초등학교 동창부터 군대 동기까지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만날 수 있는 ‘연결성의 시대’에 왜 외로움이 유행처럼 번질까.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에 따르면 SNS 사용이 많을수록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 SNS를 많이 사용하면서 대면 미팅 시간이 줄어들고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배제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결성이 오히려 외로움과 고립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이에 대해 ‘연결성의 역설’이라고 칭한다. 연결성이 강화된 하이테크 시대에 역설적으로 외로움 때문에 ‘하이 터치’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결성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브랜드들은 고객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인간적 브랜드가 돼야 한다. 고객은 인간적 브랜드에 의지하고 얘기하고 친밀감을 느끼고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적 브랜드는 무엇일까. 인간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다. 진정성이라는 필요조건과 진정성이 발현되는 상태,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5가지 인간적 매력의 충분조건을 가져야 한다. 브랜드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구비했을 때 우리는 그 브랜드를 인간적 매력이 있다고 느낀다.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정말 많이 쓰는 단어지만 딱히 정의하기 쉽지 않다. 진정성 마케팅의 권위자 제임스 길모어 스트러티직 허라이즌 LLP 창업자는 진정성을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고 설명했지만 이 정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나는 기업을 위한 진정성의 정의를 ‘내면과 외면의 일치를 밀고 가는 힘과 의지’라로 정의하고 싶다. 진정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가야 한다는 ‘기업 의지’의 측면을 더 강조하고 싶다.
브랜드가 진정성 있는 브랜드로 고객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의지를 구현하는 세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회사가 이야기하는 진정성의 요소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아야 한다.
둘째, 진정성에 대해 회사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다만, 그 표현은 조심스러우면서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셋째, 고객들이 기업의 진정성에 대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유의 장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확산시켜야 한다.
◆기업 철학으로 소비자 움직인 파타고니아
유명한 환경보호 기업 파타고니아는 진정성 요소를 담기 위해 1993년부터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버려진 플라스틱 병에서 옷감의 실을 뽑아 옷을 만든 것이다.
(사진)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회장. /한국경제신문
파타고니아는 이후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타임지에 ‘제발 우리 옷을 사지 말아주세요’라고 쓰인 전면 광고를 게재한다. 해당 광고는 잘못하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엄청났다. ‘당신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사려고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라는 조심스럽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는 파타고니아의 환경보호에 대한 진심을 느끼게 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캠페인 직후 파타고니아의 제품 판매량은 33%나 증가했다.
파타고니아는 ‘낡아빠진 옷’이라는 블로그도 운영한다. 해당 블로그에는 고객이 구매한 파타고니아의 옷을 얼마나 오랫동안 입고 있는지, 아버지 등에 올라타 웃고 있는 일곱 살 아이가 성인이 돼 아버지가 입고 있던 파타고니아 재킷을 물려 입은 이야기 등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각 기업 내부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SNS의 발달로 기업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미처 수습할 시간도 없이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간다.
파타고니아의 직원들은 그 누구보다 환경을 사랑한다. 만일 그들이 환경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거나 무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목적과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은 그다음이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마존의 자회사이자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인 자포스의 모든 직원은 입사 후 몇 주 안에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교육 기간 중 4000달러를 줄 테니 회사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다. 일종의 퇴사 제안인 셈이다.
자포스는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직 문화를 위해 빨리 내보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성이라는 필요조건 위에 어떤 충분조건을 더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진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좋아할 인간적 매력이 더해져야 한다.
파티고니아의 진정성은 ‘환경보호’라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공감할 미션에 대한 진정성인 것이다.
◆‘인간적 브랜드’의 다섯 가지 충분조건
아티스트인 스티브 샘슨은 ‘직함 없는 지도자들’에서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권위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끌리게 하는 다섯 가지 인간적 매력을 설명한다. 물리성·지성·사회성·감성·도덕성이 주인공이다.
물리성은 브랜드가 가지는 물리적 매력을 이야기한다. 멋진 디자인, 차별화한 성능, 확실한 고객 경험과 같은 것을 뜻한다.
애플은 차별화한 디자인과 매끄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유명하다. 또한 이런 물리적 차별성이 1회적이 아니라 최초의 매킨토시 컴퓨터에서부터 아이팟·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진정성 있게 지속돼 왔다. “우리 모두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애플은 브랜드의 물리성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남겼다.
지성은 초월적 사고·혁신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의할 점은 이 혁신 능력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다. 전기차에 대해 고객이 생각하는 문제(제로백의 파워, 충전의 편의성, 디자인 등)를 해결할 수 있는 설득력을 보여줬다. 양산성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고객들은 테슬라에 열광한다.
사회성은 고객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브랜드다. SNS 등을 통한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SNS상에서의 화제도 유발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 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사교적 브랜드로는 국내 기업인 ‘배달의 민족’이 떠오른다. 배달의 민족은 ‘배짱이’라는 커뮤니티 활동과 화제를 모으는 다양한 콘텐츠 등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해외의 사교적 브랜드 사례로는 자포스를 들 수 있다. 자포스는 피자 가게 위치를 묻는 고객의 엉뚱한 질문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답해 준다. 콜센터에서 고객과 가장 오래 통화한 시간이 무려 10시간 43분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 토니 셰이 자포스 CEO. /한국경제신문
감성은 공감을 통해 고객에게 호의적인 감정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브랜드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산하의 호텔 브랜드인 리츠칼튼의 ‘기린 인형 조시’ 이야기는 유명하다.
기린 인형을 두고 온 아들에게 ‘조시는 휴가 중’이라는 거짓말을 한 아버지를 위해 조시가 일광욕을 하고 골프 카트를 타고 마사지를 받는 사진을 만들어 보내준 리츠칼튼의 공감 마케팅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정(情)’ 캠페인은 어떤가. 집배원에게 초코파이를 전달해 주는 정 캠페인은 수많은 아이들이 실제로 집배원에게 초코파이를 전해주면서 잔잔한 감동을 줬다.
도덕성은 윤리적이고 강력한 성실함을 보여주거나 도덕적 기준을 보여주는 브랜드다. 파타고니아처럼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도덕적 브랜드다. 이런 도덕적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매혹 당한다.
진정성 있게 수십 년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환경보호 캠페인을 지속하는 유한킴벌리 같은 회사가 한국의 도덕적인 브랜드다.
추가적으로 인간적 브랜드와 관련해 ‘페르소나’를 창조하라고 제언하고 싶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을 뜻한다.
페르소나는 원래 마케팅에서 가상으로라도 아주 구체적 고객을 상정하라는 얘기다. 고객을 손에 잡힐 정도로 자기 친구처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별·연령·지역·소득이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이나 가치관 등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적 브랜드가 돼 고객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선 고객의 시각에서 브랜드가 페르소나를 가져야 한다. 고객들이 정말 자기 친구처럼, 연인처럼 구체성을 가지고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테슬라는 엘론 머스크를 통해 기업의 페르소나를 창조했다. 배달의 민족 페르소나는 무한 도전을 즐기고 ‘짤방’이나 ‘병맛’과 같은 B급 코드와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진정성이라는 필요조건에 브랜드의 성격에 맞는 다섯 가지 매력의 충분조건을 갖추고 여기에 손에 잡히는 구체적 기업의 페르소나를 창조할 수 있다면 외로움의 시대에 인간적 브랜드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