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존버족’…미국엔 ‘호들러’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한 번 사면 팔지 않는 투자자들 뜻하는 은어, 고소득 30대 공학도 ‘핵심’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2018년 2월 7일 전 세계의 눈이 미국 상원에 쏠렸다.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상대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청문회를 열었다. 언론들은 이 청문회가 규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지안 카를로 CFTC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열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을 악용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대응해야 하지만 기성세대가 먼저 공부하고 좋은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는 오히려 암호화폐 가격 반등의 계기가 됐다.

이 청문회의 가장 긍정적 효과는 비트코인은 공부할 필요가 있는 진지한 현상이라는 것을 일깨운 것이다. CFTC 의장 같이 바쁜 사람도 ‘이렇게까지 공부한 적이 없다’고 고백할 정도다. 카를로 의장은 상원의원들에게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자신의 조카딸이 비트코인 호들러(hodlers)라고 소개했다. 호들러는 사전에 아직 등재되지 않은 은어다. 홀더가 장기 투자자를 말하는 반면 호들러는 보유만 하는 이들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호들러들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이들이 매도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매물이 고갈되면서 폭락이 멈춘다.

이들은 누구일까. 미디어는 중국·한국·일본인들이 비트코인 투자의 주축이라고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위안화의 거래 비율이나 한국 거래소의 거래 비율이 근거다. 하지만 거래 비율은 단기 투자자들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만든 수치의 환상일 수 있다. 누가 얼마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비트코인 인터넷 뉴스 코인데스크는 2015년 6월, 전 세계 4000여 명의 비트코이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과연 누가 비트코인을 사용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적극적 응답자 중심의 편중을 차단했다고 볼 수 없는 연구다. 하지만 당시는 비트코인의 침체기였다. 침체임에도 불구하고 거래했으니 확신을 가진 이들이고 당시는 40만원대의 가격이었으므로 현재 기준으로 이들이 다량의 코인을 장기 보유한 사람들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표본이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분명 의미 있는 연구다. 이 통계의 결과는 언론이 그려온 이미지와 간극이 컸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신흥종교와 같아

비트코이너들은 젊고 백인이며 남성이고 컴퓨터나 공학을 전공했고 무엇보다 대부분이 학사 이상의 학력을 소유했다. 60% 정도가 34세 미만이고 91.8%가 남성이고 72.5%가 백인이라고 답했다. 83% 이상이 대학 재학 이상이었고 박사는 5%, 석사 학위 소지자는 17%였다. 소득수준도 낮지 않은데 70% 정도가 연소득이 2만5000달러 이상이라고 보고했고 10만 달러 이상도 20%가 넘었다.

비트코이너들의 교육 수준과 소득수준은 높다. 이는 부분적인 조사에서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은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 사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교육 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폰지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것이므로 조사 결과를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매스 미디어의 부정적인 보도와 대부분 사람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확신하려면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거나 본인 나름대로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또 비트코인의 기술적인 특성이 복잡하고 직관에 어긋난 현상이기 때문에 기술적 난제를 이해하며 관련 쟁점들을 논리적으로 따져 긍정적인 확신을 얻어야만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초창기 비트코이너들의 학력이 높다는 사실이 비트코인이 사기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는 없다. 물론 폰지 사기와 같은 불법적 행위도 초기에는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층에서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주류적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신흥종교의 구성원들은 기존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상층부에서 헌신자를 얻는 경향이 뚜렷하다.

비트코이너들은 수세적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고 학력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라면 비트코인 현상은 젊고 활력 있게 성장하는 신흥종교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주류 사회와 외부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낙인이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과도 부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일탈로 밖에 보이지 않는 행위지만 비트코인을 수용한 이들 사이에서는 고상한 순응이다. 일탈을 비난하는 주류 미디어의 낙인이 강할수록 내부자들 간의 순응에 대한 상호 인정과 유대가 강해진다.

내부인들의 관점과 외부인들의 관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사실과 주류 사회의 무시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성장은 신흥종교의 발흥과 유사하다.

주류 사회의 무시와 비난이 신흥종교의 성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신흥종교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시간과 물질, 때로는 목숨이라는 비용을 투입하지만 반대쪽에서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비록 수가 많다고 해도 반대하는 데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신흥종교 운동의 향방을 결정하는 변수는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 당분간 비트코인의 향방은 기술적·정책적 쟁점에 대한 내부인들의 확신이나 연합의 견고성 여부가 좌우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돋보기] 비트코인 현상 이해하려면 ‘기독교의 발흥’ 읽어라

로드니 스타크 워싱턴대 교수의 ‘기독교의 발흥’은 세계사의 난제 중 하나인 313년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역작이다. 동방 컬트에 지나지 않았던 기독교가 4세기 무렵 로마제국을 압도한 현상의 분석이다. 신도 수의 극적이며 폭발적인 증가나 사회 하층민들의 반체제적 열망을 전제하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스타크 교수는 폭발적 증가 없이 가능했고 초기 로마의 기독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는 주장을 통계 수치와 당시의 문헌을 통해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스타크 교수는 기독교를 박해한 로마 당국이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기독교에는 일종의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로마는 기독교를 사제가 중심인 종교 집단으로 봤다. 그래서 로마는 사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탄압했다. 하지만 당시 기독교는 일반 성도들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 종교였다.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들의 대응은 당시 로마 당국과 닮았다. 비트코인은 보잘것없는 소규모 네트워크로부터 시작돼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9년 동안이나 적대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눈에 보이는 거래소나 비트코인 관련 기업만 압박해도 위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 현재 코너에 몰린 것은 각국 정부들이다. 적절한 규제를 위해서라도 비트코인이 신규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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