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빚 회피하려고 했다면 매매 무효 가능…지나치게 저렴한 ‘급매’는 조심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매매 거래는 총 94만7074건, 토지 매매 거래는 총 331만480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인구가 약 5145만 명(2017년 기준 통계청), 15세 이상 인구가 약 4380만 명(경제활동인구 약 2744만 명) 정도인 점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빈번하게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부동산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에 수반하는 문제들 역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후 제삼자에 의해 계약이 취소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해행위로 인한 매매계약의 취소’ 문제다.
◆사해행위 기준은 ‘대가’가 아냐
사해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우리 민법은 제406조 제1항에서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 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되면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은 매도인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당할 수 있고 매수한 부동산을 빼앗기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을이 갑으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갑에게 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후 갑의 채권자 A가 갑과 을 사이의 아파트 거래가 사해행위라는 것을 이유로 해당 아파트에 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전형적인 소송 형태다.
일반인들은 이때 을이 당시 시가에 해당하는 정당한 금액을 치르고 아파트를 매수했으므로 갑과 을 사이의 거래 행위가 사해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해행위는 단지 ‘대가를 주고 거래했느냐’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갑이 아파트를 처분할 당시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즉 채무 초과 상태였고 이러한 처분 행위로 인해 A와 같은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만 한다.
판례는 매도인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고 있다. 다만, 매도인이 부동산을 상당한 가격에 처분했고 나아가 그 매매 대금으로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면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매도인이 자신의 채권자들 중 일부에게만 부동산 자체를 변제하는 의미에서 제공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 역시 예외적으로 매도인의 경제적 갱생을 위한 방편으로 행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매수인이 매도인의 부동산 처분 행위가 매도인의 다른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구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을이 통상적인 거래 방법, 즉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일면식이 없는 갑으로부터 시장에서 형성된 매매가격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매수한다면 그러한 매매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매매계약이 취소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이 공개시장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친인척 등 인적 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다면 추후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당할 우려가 크다.
◆매수인, 매도인의 신용 상태도 파악해야
실제 위에서 예를 든 사례에서 을은 갑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었고 갑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운영자금이 필요할 때 을은 이따금 갑에게 돈을 빌려줬다.
갑이 을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을은 갑이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시세에 가까운 금액에 매수하기로 하면서 빌려 준 돈을 공제하고 나머지 돈을 매매 대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그 후 갑의 채권자인 A가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해당 재판부는 당시 을이 갑이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으로서 갑의 자산 상태 및 회사의 경영 상태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이는 점, 갑이 평소 을과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을이 아파트를 갑으로부터 넘겨받은 행위가 A를 포함한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A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위와 동일한 사안에서 갑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병이 또 다른 부동산을 갑으로부터 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병이 부동산을 매수할 당시 지급한 금액이 당시 시세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점, 갑이 지급받은 매매 대금을 채무 변제를 위해 정당하게 사용한 점, 당시 갑과 병이 친척 관계이긴 했지만 전혀 교류가 없었던 점, 병이 갑의 매도 행위가 사해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 부동산을 매수할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A가 병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계약 취소 부분에 대해서는 A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이렇듯 사해행위 취소 여부는 비단 대가를 지급한 것만이 아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송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거래하는 상대방의 자산·채무·신용상태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의 취득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거나 매도인이 형편이 어려운 상태에서 급히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하는 사정을 알고 있다면 가급적 거래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채무 초과 상태인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자가 매도인과 특정한 인적 관계가 있다면 추후 매매계약이 취소되고 부동산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용어 설명
사해행위 : 갚아야 할 빚이 재산보다 많은 매도인이 부동산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처분함으로써 매도인의 채권자가 빚을 돌려받는 데 지장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매매 거래는 총 94만7074건, 토지 매매 거래는 총 331만480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인구가 약 5145만 명(2017년 기준 통계청), 15세 이상 인구가 약 4380만 명(경제활동인구 약 2744만 명) 정도인 점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빈번하게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부동산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에 수반하는 문제들 역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후 제삼자에 의해 계약이 취소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해행위로 인한 매매계약의 취소’ 문제다.
◆사해행위 기준은 ‘대가’가 아냐
사해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우리 민법은 제406조 제1항에서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 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되면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은 매도인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당할 수 있고 매수한 부동산을 빼앗기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을이 갑으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갑에게 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후 갑의 채권자 A가 갑과 을 사이의 아파트 거래가 사해행위라는 것을 이유로 해당 아파트에 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전형적인 소송 형태다.
일반인들은 이때 을이 당시 시가에 해당하는 정당한 금액을 치르고 아파트를 매수했으므로 갑과 을 사이의 거래 행위가 사해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해행위는 단지 ‘대가를 주고 거래했느냐’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갑이 아파트를 처분할 당시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즉 채무 초과 상태였고 이러한 처분 행위로 인해 A와 같은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만 한다.
판례는 매도인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고 있다. 다만, 매도인이 부동산을 상당한 가격에 처분했고 나아가 그 매매 대금으로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면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매도인이 자신의 채권자들 중 일부에게만 부동산 자체를 변제하는 의미에서 제공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 역시 예외적으로 매도인의 경제적 갱생을 위한 방편으로 행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매수인이 매도인의 부동산 처분 행위가 매도인의 다른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구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을이 통상적인 거래 방법, 즉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일면식이 없는 갑으로부터 시장에서 형성된 매매가격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매수한다면 그러한 매매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매매계약이 취소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이 공개시장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친인척 등 인적 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다면 추후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당할 우려가 크다.
◆매수인, 매도인의 신용 상태도 파악해야
실제 위에서 예를 든 사례에서 을은 갑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었고 갑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운영자금이 필요할 때 을은 이따금 갑에게 돈을 빌려줬다.
갑이 을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을은 갑이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시세에 가까운 금액에 매수하기로 하면서 빌려 준 돈을 공제하고 나머지 돈을 매매 대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그 후 갑의 채권자인 A가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해당 재판부는 당시 을이 갑이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으로서 갑의 자산 상태 및 회사의 경영 상태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이는 점, 갑이 평소 을과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을이 아파트를 갑으로부터 넘겨받은 행위가 A를 포함한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A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위와 동일한 사안에서 갑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병이 또 다른 부동산을 갑으로부터 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병이 부동산을 매수할 당시 지급한 금액이 당시 시세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점, 갑이 지급받은 매매 대금을 채무 변제를 위해 정당하게 사용한 점, 당시 갑과 병이 친척 관계이긴 했지만 전혀 교류가 없었던 점, 병이 갑의 매도 행위가 사해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 부동산을 매수할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A가 병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계약 취소 부분에 대해서는 A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이렇듯 사해행위 취소 여부는 비단 대가를 지급한 것만이 아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송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거래하는 상대방의 자산·채무·신용상태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의 취득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거나 매도인이 형편이 어려운 상태에서 급히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하는 사정을 알고 있다면 가급적 거래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채무 초과 상태인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자가 매도인과 특정한 인적 관계가 있다면 추후 매매계약이 취소되고 부동산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용어 설명
사해행위 : 갚아야 할 빚이 재산보다 많은 매도인이 부동산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처분함으로써 매도인의 채권자가 빚을 돌려받는 데 지장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