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의 ‘시가총액 미스터리’

[비즈니스 포커스]
-넷마블·스튜디오드래곤 등 관계사·자회사 지분 가치 못미쳐…시장서 해석 ‘분분’
-자회사 지분가치 4조5000억원…CJ E&M 시가총액 3조3500억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보통 자회사의 가치가 상승하면 모회사의 주가도 상승 동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법칙이 CJ E&M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

종합 콘텐츠 기업인 CJ E&M은 ‘도깨비’ 등 한류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72%를 소유하고 있다. 또 게임 포털 넷마블을 운영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는 CJ E&M이 지분 22%를 소유하고 있는 관계사다.

넷마블게임즈는 코스피시장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코스닥시장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들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자회사·관계사와 달리 CJ E&M은 도통 힘을 못 쓰고 있다.

◆자회사 지분 가치만 4조5000억원

넷마블게임즈의 시가총액은 12조5415억원(2월 28일 기준)이다. 스튜디오드래곤만 하더라도 2조4589억원(2월 28일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CJ E&M의 시가총액은 3조3542억원(2월 28일 기준)에 불과하다. 대략 15조원에 달하는 자회사·관계사 시가총액의 합이 모회사 시총의 규모를 압도한다.

물론 CJ E&M이 이들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CJ E&M의 현재 시총이 핵심 자회사의 지분 가치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CJ E&M의 시총은 3조3000억~3조6000억원의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 자회사·관계사의 지분 가치가 CJ E&M의 시총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J E&M 핵심 자회사의 시가총액을 지분 가치로 보면 스튜디오드래곤 1조7704억원, 넷마블게임즈 2조7591억원 등 3조6300억원으로 4조5295억원에 이른다.

CJ E&M은 2월 7일 발표한 공시에서 2017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8% 오른 1조7501억원, 영업이익은 125.8% 상승한 632억원, 당기순이익은 593.3% 늘어난 42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4분기 매출액은 4904억원, 영업이익은 35억원이었다. 이처럼 탄탄한 실적에 든든한 자회사들까지 뒷받침하고 있는데도 CJ E&M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월 23일 CJ E&M의 시총은 지난해 말에 비해 3조7841억원에서 3조3619억원으로 11.16%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CJ그룹 중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 8월 6만7900원으로 연중 최저가를 기록한 CJ E&M의 주가는 9만원대를 넘어서며 상승 분위기를 탔지만 1월 17일 CJ오쇼핑과의 합병이 발표된 이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2월 28일 종가 기준 주가는 8만6600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같은 기간 시총이 17.23% 늘어났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7년 11월 공모가 3만5000원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3개월여 만에 10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이 36%에 달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의 2월 28일 주가는 8만7700원으로, CJ E&M의 주가를 뛰어넘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연간 26편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향후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30억원 수준인데 올해는 두 배로 불어난 87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스튜디오드래곤은 결국 CJ E&M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의 호실적이 곧 CJ E&M에 연결될 것”이라며 “CJ E&M의 영업이익 70% 정도가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창출된다”고 말했다.

향후 CJ E&M의 주가를 결정짓는 관건은 결국 스튜디오드래곤을 제외한 30%의 이익 창출 여부다. 이 30%중 현재 CJ E&M은 TV 광고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성장성을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고의 화제였던 넷마블게임즈는 2017년 5월 공모가 15만7000원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19만원대에 거래되며 시총이 약 14조원대까지 불어났지만 최근 들어 주가가 떨어지며 12조원대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 데다 올해 1분기에 예정된 신규 게임 라인업이 없다는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의 최근 주가 하락이 CJ E&M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 E&M 주가와 넷마블게임즈 주가 간의 상관계수는 무려 0.92에 달한다.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크다는 의미다. ‘덩치 큰’ 관계사의 흐름에 CJ E&M이 끌려 다니는 형국인 셈이다.

◆CJ오쇼핑 합병 마무리돼야 재평가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CJ E&M의 주가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CJ오쇼핑과의 합병 이슈”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6월 주주총회를 거쳐 8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CJ오쇼핑과의 합병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향후 CJ E&M의 주가 흐름 또한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그는 “현재 자회사의 핵심 지분 가치가 CJ E&M의 시총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CJ E&M의 주가는 펀더멘털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수요가 분산되면서 CJ E&M을 대체할 수 있는 스튜디오드래곤과 넷마블게임즈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런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이라는 핵심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에 비해 방송·음악·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CJ E&M의 ‘핵심 비즈니스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게임’이라는 핵심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도 마찬가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CJ E&M이 고루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긴 하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핵심 경쟁력’이 뚜렷한 자회사들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자회사 상장 이후 ‘할인 효과’도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자회사 IPO는 모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회사 IPO 이후에는 오히려 모회사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IPO 이후 모기업 주가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실적을 모회사와 자회사가 이중으로 계산하는 것) 문제로 주가가 하락하는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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