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위드유 한국에 부는 변화의 바람

-‘가정폭력’에서 ‘성추행’으로 SNS상 사회문제 1순위 바뀌어…피해자 응원도 봇물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검찰에서 시작해 문화계로 확산된 ‘미투(#MeToo :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권력의 정점인 정치권마저 강타하면서 거대한 사회변혁 운동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미투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하면서 성추행·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이들을 응원하며 함께하겠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 You)’, ‘미퍼스트(#Me First)’ 등의 캠페인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성범죄 피해를 보고도 죄책감을 느끼는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등 해시태그 응원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미투 언급량 폭발적 증가

미투 캠페인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심각성을 알리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해도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운동이다. 법조계에서 예술계·연예계에 이어 정치권에도 미투 파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NS상에서 ‘미투’에 대한 언급량을 살펴보면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가 있었던 2월 첫 주에 7만1738건 언급되며 미투 캠페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문학계·연극계·연예계·학계·정계 등으로 미투 캠페인이 확산되며 미투에 대한 언급량도 매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3월 첫 주에는 53만 건을 돌파했고 최근 정계에도 미투가 일어나 큰 충격에 빠지면서 미투 언급량은 한 주의 절반이 지난 시점임에도 40만 건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3월 둘째 주 언급량은 80만 건 이상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를 통해 미투 캠페인과 연관된 상위 키워드를 종합한 결과 1위는 ‘성폭력’으로 14만6660건에 달했다. 이어 ‘폭로’ 8만5785건, ‘용기’ 3만8897건, ‘고발’ 3만7064건, ‘권력’ 3만2885건 등이 상위에 올랐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폭로·고발·용기·발언 등과 같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잘못이나 비리 따위를 드러내 알리는 것을 의미하는 키워드가 상위에 오른 것이다.

또 피해자들의 언론 보도나 뉴스 출연을 통해 이슈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언론’, ‘방송’이라는 키워드도 높은 언급량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미투 캠페인에 대한 ‘관심’ 키워드와 희망적인 ‘변화’를 바라는 언급이 많았다.

SNS상에서 미투 캠페인에 대해 자주 쓰이는 표현들에 대해 살펴보면 1위는 ‘용기 있는’이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많은 피해자’, ‘큰 권력’, ‘심각한 문제’, ‘새로운 문화’, ‘힘겨운 싸움’ 순이다.

피해자들이 힘겹게 입을 열어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본 많은 이들이 ‘용기 있는 폭로·결단·행동·고백’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많은 피해자’, ‘큰 권력’, ‘심각한 문제’, ‘새로운 문화’, ‘힘겨운 싸움’ 등을 통해 이제까지 쉬쉬해 왔던 일들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는 반응들도 많이 나타났다.



SNS상에서도 미투 캠페인에 대한 감성 키워드를 살펴보면 1위가 ‘지지하다(7만5934건)’로, 사람들로부터 큰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용기내다’, ‘응원하다’, ‘필요하다’, ‘열풍’ 등의 긍정 키워드가 많이 나타나며 미투 캠페인에 대한 뜨거운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투로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 ‘충격’, ‘공포’, ‘고통’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이해하려는 모습들도 나타났다. 이렇게 미투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미투 캠페인이 단순히 폭로성을 띠기보다 자기 발언을 통해 개인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투 캠페인은 특정한 가해자나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아도 피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운동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들이 어떤 추행을 겪는지가 쟁점이 아니라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오랜 기간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나 문제점을 알리고 이를 변화시키자는 인식과 갈망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위드유 언급량도 함께 급증

최근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펜스룰’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SNS상 ‘펜스룰’에 대한 언급량은 지난주 115건이었지만 이번 주 77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펜스룰(pence rule)은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언급한 행동 방식을 말한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남성들이 작장 내 여성과 접촉 자체를 하지 않는 풍토가 생기면서 ‘펜스룰’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 뜨겁다. 고위 임원급이 여직원들을 피하거나 업무 미팅 등에서 배제함에 따라 여성들이 고위급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낮아지면서 직장에서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직장에서도 일부 남성들이 성폭력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펜스룰’에 대한 연관 키워드로는 ‘차별’, ‘비판’, ‘미투’, ‘직장’, ‘사회현상’, ‘새로운 사회’ 등이 나타났다.

미투 캠페인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거세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SNS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문제들을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2017년엔 가정 폭력이 1위였지만 올해는 성추행이 1위에 올랐다.

이는 미투 캠페인의 확산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문제로 떠올랐고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최근에는 남성 중심 조직 문화, 갑을관계, 채용 비리 등도 문제로 떠오르며 한국 사회에 전반적인 개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단순히 죄를 묻고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사회·문화·정치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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