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소폭”… ‘안정’ 택한 금융그룹 사장단 인사

-KB·신한·하나금융 임기 만료 CEO 27명 중 19명 연임, 핵심 과제는 비은행 수익 강화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이 최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번 인선으로 3개 금융그룹의 25개 계열사에서 임기 만료 CEO 27명의 운명이 결정됐다. 이 중 18개사의 CEO 19명(각자대표 포함)이 연임되고 8개사의 CEO 8명이 신규 선임됐다. 교체 비율은 29.6%로, 계열사 수장 대부분이 잔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이 채용 비리와 셀프 연임 논란 등으로 금융 당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변화보다 조직 안정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 6개사 중 5곳 연임

‘리딩 탈환’의 숙제를 안은 신한금융그룹은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6개 자회사의 CEO 중 5명의 CEO에 대해 연임을 결정했다.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 등으로 5개 자회사 모두 비은행 부문이다.

신한금융의 이번 인선에서 유일하게 교체된 곳은 제주은행이다. 신임 행장에 서현주 신한은행 전 부행장이 내정되면서 은행 부문에서 소폭의 변화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후 직접 참여하는 첫 자회사 CEO 인선으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대상자인 6명의 CEO가 한동우 전 회장 시절 임명됐다는 점에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KB금융에 리딩 뱅크 지위를 빼앗긴 것도 쇄신을 위한 대폭 물갈이설에 힘을 실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선두 경쟁은 비은행 부문에서 “얼마나 수익을 거두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섣부른 변화보다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조 회장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2020년까지 아시아를 이끄는 1등 금융사로 도약한다는 의미)’ 달성을 위해 지난 한 해 손발을 맞춰 온 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리딩 뱅크 탈환을 위해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은 보험과 증권이다. 아직까지는 신한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율(당기순이익 기준)이 KB금융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KB금융의 비은행 비율은 2016년만 해도 20% 수준이었지만 1년 새 34.5%까지 늘며 신한지주(44%)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이마저도 신한금융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대부분(29.5%)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은행 수익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신한생명은 신한금융투자(6.8%)에 이어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에서 가장 많은 비율(3.9%)을 차지한다. 신한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06억원으로 2016년 1506억원보다 줄었다. 36년 보험업계에 몸담은 그룹 내 대표 ‘보험 전문가’ 이병찬 사장이 저성장 저금리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



◆하나금융 8개사 중 2명 교체

하나금융그룹 또한 주요 계열사의 수장 대부분이 연임하며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하나금융은 8개 계열사 사장 중 2명을 교체하고 6명을 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 박성호 하나금융티아이 사장, 정경선 하나에프앤아이 사장, 차문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은 연임이 결정됐다. ‘양호한 경영 실적’이 연임의 배경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반면 하나생명과 하나저축은행에는 각각 주재중 하나생명 전무, 오화경 아주저축은행 전 사장이 새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

하나생명과 하나저축은행은 그룹 내 비중(당기순이익 기준)은 하위권에 속하지만 금융그룹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의 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주재중 하나생명 사장 후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기획관리그룹장 전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를 지냈다.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후보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HSBC은행 전무, 아주캐피탈 부사장,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를 거쳤다. 이달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KB금융 11개사 중 5명 교체

‘조용한 인사’는 KB금융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진행된 11개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4개 계열사 사장(각자대표 체제인 KB자산운용은 예외)을 교체하며 변화의 폭을 최소화했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각자대표사장, 양종희 KB손보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 박충선 KB인베스트먼트 사장, 김해경 KB신용정보 사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등 7개사의 수장 8명이 재신임됐다. 이들의 임기는 1년이다.

반면 비은행 자회사의 핵심 부문으로 꼽히는 카드와 보험은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왕좌에 오른 기세를 몰아 ‘리딩 뱅크’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은행 비율은 신한금융이 10%포인트 차로 KB금융에 앞서 있다.

KB금융은 KB국민카드 사장에 이동철 KB금융지주 부사장을, KB생명보험 사장에 허정수 KB국민은행 부행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동철 사장은 KB금융지주·KB국민은행·KB생명보험에서 전략과 재무, 국내외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거치며 그룹 내 ‘전략통’으로 불린다. KB금융 관계자는 “카드업의 수익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진출과 디지털화 등 경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가능한 조직을 정비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허정수 사장은 재무 전문가다.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거쳤고 KB손보(당시 LIG손보) 인수 때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KB금융은 향후 국내외 보험사 인수에 대비하기 위해 허 사장을 KB생명보험 사장에 낙점했다.

이 밖에 KB금융은 KB저축은행 사장으로는 신홍섭 KB국민은행 전무를, KB데이타시스템 사장에는 김기헌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앉혔다. KB자산운용은 기존 조재민 사장이 연임됐지만 전통자산과 대체자산 부문으로 조직을 분리하면서 이현승 현대자산운용 사장이 대체자산 부문 각자대표 사장에 신규 선임됐다.

◆3개 지주사, 27인 CEO…‘1960년·서울대·경영학’ 다수

이번 인선의 계열사 대부분은 비(非)은행 부문이다. 비은행 자회사는 ‘리딩 뱅크(금융지주 1위)’를 결정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어떤 이들이 금융지주의 미래를 이끌어갈까.

한경비즈니스가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3개 금융지주사의 2017년 말부터 2018년 3월 6일까지 진행된 사장단 인사 27인(19명은 유임, 8명은 신규 선임)의 연령을 조사한 결과 1960년생이 5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1960년생은 올해로 58세, 쥐띠다.

이어 1961년생, 1962년생, 1959년생이 각각 3명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는 56~59세가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연소 CEO는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사장으로 1970년생, 최고령 CEO는 차문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으로 1954년생이다.

출신 고교는 일반 인문고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고 출신은 4명이다.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은 1970~1980년대 ‘금융 사관학교’로 불린 덕수상고(현 덕수고)를 나왔다.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과 정경선 하나에프앤아이 사장은 광주상고, 서현주 제주은행장은 부산상고 등으로 ‘지역 명문 상고’ 출신이다.

출신 대학에서는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전병조 KB증권 사장, 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4명이 KB금융 인사다. 고려대와 서강대 출신 인사도 각각 3명으로 많았다. 그 외에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은 없었다. 고졸 신화를 쓴 이는 부산상고 출신의 서현주 행장이다.

출신 학과에서는 직무 연관성이 중시됐다. 금융업계 특성상 경영(9명)·경제학(4명)이 다수였고 어문학(4명)과 회계학(3명)이 그 뒤를 이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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