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운용 자산 1조5000억원, 헤지펀드업계 3위 올라선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젊고 역동적이다. 캐주얼 차림의 직원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거나 피자를 입에 베어 물고 삼삼오오 수다를 떤다.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아이언맨과 헐크 피규어 옆에 ‘상상력’과 ‘합리성’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띈다. 최근 헤지펀드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사의 첫인상은 금융회사라기보다 스타트업을 떠올리게 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길을 가는’ 것보다 ‘늘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쪽을 택해 왔다. 2012년 독립 투자 자문사로 출발한 라임자산운용은 그 사이 헤지펀드 운용사를 거쳐 사모투자펀드(PEF)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성장사다리펀드의 사회투자펀드(임팩트투자 분야) 위탁 운용사로 선정돼 주목받기도 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이 ‘역동성’이야말로 라임을 ‘젊은 자산 운용사’로 만들어 주는 힘이다.
여의도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3월 13일 원종준 대표를 만났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핵심 투자 전략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도전사(史)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운용 자산 1조5202억원(2017년 말 기준)으로 헤지펀드업계 ‘톱3’에 올라섰습니다. 가장 큰 요인이 뭡니까.
“주식만 하는 운용사였다면 이렇게 돈이 몰리기 힘들었을 겁니다. 주식 외에도 다양한 대체 투자 상품을 많이 선보였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지난해 주식 시장이 좋았는데도 주식형 상품에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는 얘기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마케터블(marketable)’하다는 겁니다. 정형화된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시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운용하는 펀드 내에 ‘운용사에서 이게 가능해’라고 할 만한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들을 편입한 것이 많고요. 이 때문에 고객들이 우리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판매사 프라이뱅커(PB)나 고객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자성 상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고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원하는 거죠.
대표적인 게 대기업 협력 업체들 채권에 투자한 겁니다. 지난해 대기업들 중에서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고생한 기업들이 많아요.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협력 업체들도 같이 고생하죠. 그런데 이 협력사들도 연말이 되면 이런저런 돈이 많이 필요해요. 협력 업체들의 협력 업체들에 결제도 많이 해줘야 하고요. 단 3~6개월 정도만 자금을 융통할 수 있으면 되는데 문제는 이 시기엔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요. 대기업이 망하지 않는다면 협력 업체도 단기간에 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안전하고요, 실제로 6개월에 4% 정도의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고정 금리 형태’의 투자 자산이 되는 거죠.
다른 운용사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이런 대체 투자 자산들이 우리 펀드에 많이 편입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코스피나 코스닥이 출렁이더라도 우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겁니다.”
- ‘안정적인 연 7~10%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가요.
“저는 ‘주사위 3개의 법칙’을 예로 자주 듭니다.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와 세 개를 던질 때 결과치의 평균값(수익률)은 사실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사위 하나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세 개를 던졌을 때 평균의 표준편차(변동성)는 절반 가까이 떨어집니다.
이를 자산 운용에 적용해 보면, 비슷한 기대 수익률을 갖고 ‘상관관계가 낮은’ 전략들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분산투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슷한 성격이거나 연결 고리가 강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상관관계가 낮은’ 투자 자산들을 다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대체 투자 자산을 운용하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다양한 대체 투자 분야를 모두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들을 충원하고 누구보다 ‘준비가 된 채’ 고객들에게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보다 믿을 만한 파트너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고 있습니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이종필 부사장만 해도 1년에 서너 차례 해외 장기 출장을 나갑니다.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해외 자산운용사들에 직접 실사를 나가 꼼꼼하게 상품 구조를 따져보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투자 기회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리스크를 체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금융감독원에 이미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고요, 인가가 나기까지 대략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5월에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역시 공모 운용사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대체 투자 전문팀을 확장하고 인력 충원 등을 염두에 둔 것이죠. 공모펀드 상품 출시도 내심 기대가 크긴 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자산운용업만큼 향후 10년, 20년 동안 성장이 담보돼 있는 산업이 없다고 확신해요. 국민연금$퇴직연금 시장만 하더라도 2040년이 되면 둘이 합쳐 4000조원이 넘으니까요.
라임자산운용이 헤지펀드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이제 2년 4개월이 됐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거쳐 이제는 어느 정도 내부 검증이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실제로 라임에서 운용 중인 주요 펀드들의 수익률은 10~40%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체 투자 특화 펀드인 라임새턴은 42%, 헤지펀드인 라임가이아는 3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크레비스파트너스와 함께 성장 금융의 ‘임팩트투자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됐는데요.
“‘사회적 투자’의 판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다만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펀드이기 때문에 ‘수익’이 무조건 나와야죠. 무엇보다 이런 ‘착한 기업’들이 투자를 받고 성장을 거듭해 실제 매출도 늘어나고 고용도 창출이 되는 사례가 몇 개만 나와 준다면 자본시장에 정말 큰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크레비스파트너스와 우리는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릅니다. 크레비스파트너스와 알고 지낸 지 3년이 넘었는데 그만큼 서로 간에 신뢰가 충분히 쌓여 있는 회사입니다. 이 때문에 그 누구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이런 좋은 기업들을 ‘발굴’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기업들의 가치를 키우고 자본시장에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실제로 엑시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좀 더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이런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 ‘임팩트 투자에서도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구나’, ‘사회적 기업도 잘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나가자면 이런 기업들이 잘되면 일반 시민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라임자산운용은 유독 ‘국내 첫’ 펀드 상품이 많습니다. 2016년 국내 첫 행동주의 펀드도 출시했죠.
“네. 국내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를 하고 있는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2016년 11월 말 ‘라임-서스틴 데모크라시 펀드’를 선보였습니다. 이제 한 1년 4개월 정도 됐는데 현재 연 수익률은 5% 정도입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개념의 펀드를 운용하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일단 행동주의 펀드가 실제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투자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사실 이 펀드를 처음 만들 때부터 돈이 몰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향후 3~4년 뒤를 봤을 때 국내에 이런 개념의 펀드에 관심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차원에서 미리 이와 같은 시도를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할 생각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드물게 대표(34%)보다 직원(66%)들의 지분이 더 많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 이전과 함께 20원~30억원대 정도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제 지분은 26% 정도로 지금보다 더 낮아집니다.
말로만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진짜로 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운용사가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이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으면 배당금도 제게 더 많이 오겠지만 직원들의 지분이 많으면 배당금도 직원들에게 더 많이 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배당금 외에 업무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지급하고 있고요.
자산운용사의 가장 큰 자산은 결국 ‘사람’이잖아요.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정말 열심히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업무에도 열과 성을 다합니다. 그 결과가 결국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로 돌아가는 것이고요.”
-지난 6년간 숨 가쁘게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라임자산운용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처음 라임자산운용을 설립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탁액이 3000억~4000억 정도였고요, 주식만 운용하는 ‘오순도순 투자자문’을 꿈꿨죠.(웃음)
지금은 회사가 매우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중간 고비도 많았습니다. 창업 후 2년간 수익률이 잘 나오면서 시장에서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하는 고객들이 생겼고 2014년에만 7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처럼 돈이 몰리기 시작하는 때가 늘 꼭지였어요. 2년이 지난 후 만기 지난 상품이 다 빠져나가고 2016년 말 수탁액이 4700억원 정도밖에 안됐었죠. 하나의 상품에서 아무리 잘된다고 하더라도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지난해에도 라임에 새롭게 유입된 자금이 많았지만 2014년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우리의 무기가 ‘주식’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PEF)까지 다양해진 거죠.
향후에는 벤처캐피털(VC)도 생각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라임자산운용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산운용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려고 합니다.”
vivajh@hankyung.com
운용 자산 1조5000억원, 헤지펀드업계 3위 올라선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젊고 역동적이다. 캐주얼 차림의 직원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거나 피자를 입에 베어 물고 삼삼오오 수다를 떤다.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아이언맨과 헐크 피규어 옆에 ‘상상력’과 ‘합리성’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띈다. 최근 헤지펀드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사의 첫인상은 금융회사라기보다 스타트업을 떠올리게 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길을 가는’ 것보다 ‘늘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쪽을 택해 왔다. 2012년 독립 투자 자문사로 출발한 라임자산운용은 그 사이 헤지펀드 운용사를 거쳐 사모투자펀드(PEF)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성장사다리펀드의 사회투자펀드(임팩트투자 분야) 위탁 운용사로 선정돼 주목받기도 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이 ‘역동성’이야말로 라임을 ‘젊은 자산 운용사’로 만들어 주는 힘이다.
여의도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3월 13일 원종준 대표를 만났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핵심 투자 전략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도전사(史)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운용 자산 1조5202억원(2017년 말 기준)으로 헤지펀드업계 ‘톱3’에 올라섰습니다. 가장 큰 요인이 뭡니까.
“주식만 하는 운용사였다면 이렇게 돈이 몰리기 힘들었을 겁니다. 주식 외에도 다양한 대체 투자 상품을 많이 선보였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지난해 주식 시장이 좋았는데도 주식형 상품에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는 얘기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마케터블(marketable)’하다는 겁니다. 정형화된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시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운용하는 펀드 내에 ‘운용사에서 이게 가능해’라고 할 만한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들을 편입한 것이 많고요. 이 때문에 고객들이 우리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판매사 프라이뱅커(PB)나 고객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자성 상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고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원하는 거죠.
대표적인 게 대기업 협력 업체들 채권에 투자한 겁니다. 지난해 대기업들 중에서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고생한 기업들이 많아요.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협력 업체들도 같이 고생하죠. 그런데 이 협력사들도 연말이 되면 이런저런 돈이 많이 필요해요. 협력 업체들의 협력 업체들에 결제도 많이 해줘야 하고요. 단 3~6개월 정도만 자금을 융통할 수 있으면 되는데 문제는 이 시기엔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요. 대기업이 망하지 않는다면 협력 업체도 단기간에 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안전하고요, 실제로 6개월에 4% 정도의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고정 금리 형태’의 투자 자산이 되는 거죠.
다른 운용사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이런 대체 투자 자산들이 우리 펀드에 많이 편입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코스피나 코스닥이 출렁이더라도 우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겁니다.”
- ‘안정적인 연 7~10%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가요.
“저는 ‘주사위 3개의 법칙’을 예로 자주 듭니다.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와 세 개를 던질 때 결과치의 평균값(수익률)은 사실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사위 하나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세 개를 던졌을 때 평균의 표준편차(변동성)는 절반 가까이 떨어집니다.
이를 자산 운용에 적용해 보면, 비슷한 기대 수익률을 갖고 ‘상관관계가 낮은’ 전략들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분산투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슷한 성격이거나 연결 고리가 강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상관관계가 낮은’ 투자 자산들을 다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대체 투자 자산을 운용하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다양한 대체 투자 분야를 모두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들을 충원하고 누구보다 ‘준비가 된 채’ 고객들에게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보다 믿을 만한 파트너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고 있습니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이종필 부사장만 해도 1년에 서너 차례 해외 장기 출장을 나갑니다.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해외 자산운용사들에 직접 실사를 나가 꼼꼼하게 상품 구조를 따져보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투자 기회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리스크를 체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금융감독원에 이미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고요, 인가가 나기까지 대략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5월에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역시 공모 운용사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대체 투자 전문팀을 확장하고 인력 충원 등을 염두에 둔 것이죠. 공모펀드 상품 출시도 내심 기대가 크긴 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자산운용업만큼 향후 10년, 20년 동안 성장이 담보돼 있는 산업이 없다고 확신해요. 국민연금$퇴직연금 시장만 하더라도 2040년이 되면 둘이 합쳐 4000조원이 넘으니까요.
라임자산운용이 헤지펀드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이제 2년 4개월이 됐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거쳐 이제는 어느 정도 내부 검증이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실제로 라임에서 운용 중인 주요 펀드들의 수익률은 10~40%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체 투자 특화 펀드인 라임새턴은 42%, 헤지펀드인 라임가이아는 3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크레비스파트너스와 함께 성장 금융의 ‘임팩트투자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됐는데요.
“‘사회적 투자’의 판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다만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펀드이기 때문에 ‘수익’이 무조건 나와야죠. 무엇보다 이런 ‘착한 기업’들이 투자를 받고 성장을 거듭해 실제 매출도 늘어나고 고용도 창출이 되는 사례가 몇 개만 나와 준다면 자본시장에 정말 큰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크레비스파트너스와 우리는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릅니다. 크레비스파트너스와 알고 지낸 지 3년이 넘었는데 그만큼 서로 간에 신뢰가 충분히 쌓여 있는 회사입니다. 이 때문에 그 누구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이런 좋은 기업들을 ‘발굴’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기업들의 가치를 키우고 자본시장에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실제로 엑시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좀 더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이런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 ‘임팩트 투자에서도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구나’, ‘사회적 기업도 잘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나가자면 이런 기업들이 잘되면 일반 시민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라임자산운용은 유독 ‘국내 첫’ 펀드 상품이 많습니다. 2016년 국내 첫 행동주의 펀드도 출시했죠.
“네. 국내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를 하고 있는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2016년 11월 말 ‘라임-서스틴 데모크라시 펀드’를 선보였습니다. 이제 한 1년 4개월 정도 됐는데 현재 연 수익률은 5% 정도입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개념의 펀드를 운용하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일단 행동주의 펀드가 실제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투자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사실 이 펀드를 처음 만들 때부터 돈이 몰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향후 3~4년 뒤를 봤을 때 국내에 이런 개념의 펀드에 관심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차원에서 미리 이와 같은 시도를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할 생각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드물게 대표(34%)보다 직원(66%)들의 지분이 더 많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 이전과 함께 20원~30억원대 정도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제 지분은 26% 정도로 지금보다 더 낮아집니다.
말로만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진짜로 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운용사가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이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으면 배당금도 제게 더 많이 오겠지만 직원들의 지분이 많으면 배당금도 직원들에게 더 많이 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배당금 외에 업무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지급하고 있고요.
자산운용사의 가장 큰 자산은 결국 ‘사람’이잖아요.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정말 열심히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업무에도 열과 성을 다합니다. 그 결과가 결국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로 돌아가는 것이고요.”
-지난 6년간 숨 가쁘게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라임자산운용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처음 라임자산운용을 설립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탁액이 3000억~4000억 정도였고요, 주식만 운용하는 ‘오순도순 투자자문’을 꿈꿨죠.(웃음)
지금은 회사가 매우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중간 고비도 많았습니다. 창업 후 2년간 수익률이 잘 나오면서 시장에서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하는 고객들이 생겼고 2014년에만 7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처럼 돈이 몰리기 시작하는 때가 늘 꼭지였어요. 2년이 지난 후 만기 지난 상품이 다 빠져나가고 2016년 말 수탁액이 4700억원 정도밖에 안됐었죠. 하나의 상품에서 아무리 잘된다고 하더라도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지난해에도 라임에 새롭게 유입된 자금이 많았지만 2014년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우리의 무기가 ‘주식’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PEF)까지 다양해진 거죠.
향후에는 벤처캐피털(VC)도 생각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라임자산운용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산운용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려고 합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