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탄탄한 스토리 기반의 ‘공유’ 가능한 콘텐츠에 소비자는 열광한다
(사진) 2017년 12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케팅 전략은 오로지 콘텐츠 마케팅뿐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는 책으로 유명한 세스 고딘 작가의 말이다.
만약 여행 중 ‘보랏빛 소’를 본다면 거의 대부분이 바로 사진을 찍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릴 것이다. 보랏빛 소는 눈에 확 들어오는 데다 놀라우며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딘 작가는 누구보다 입소문의 힘과 콘텐츠 마케팅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보랏빛 소’라는 단어를 만든 이유다.
콘텐츠가 왕인 ‘연결성의 시대’다. SNS로 콘텐츠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고객에게 넘어오면서 고객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콘텐츠만이 고객을 유입·유지할 수 있다. 마케팅적으로도 다른 마케팅의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이를 넘어 어쩌면 유일하게 고객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만큼 콘텐츠 마케팅의 시대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마케팅은 어렵다. 아니 고객에게 도달되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렵다. 연결성의 시대가 주는 역설 때문이다. 연결성의 시대가 되면서 고객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고객을 ‘정보통’ 고객이라고 얘기한다.
동시에 이 고객들은 너무나 산만하다. 우리 자신을 떠올려 보자. 몇 분이나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지…. 카톡·밴드·전화·문자가 끊임없이 울리면서 우리의 정신을 분산시킨다. 아는 것이 많으니 호기심을 가지기 어렵고 산만해 집중하지도 못한다. 많이 알고 산만한 고객에게 기업이 어떤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눈에 확 띄는 ‘보랏빛 소’ 만들어야
콘텐츠 마케팅의 방법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면 좋은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까.
어릴 때 우리는 좋은 이야기는 육하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즉 잘 들리는 이야기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육하원칙에 따라 콘텐츠와 콘텐츠 마케팅을 이야기해 보자. 다만 기업의 관점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하는 것인 만큼 누가와 왜의 문제는 건너뛰도록 하자.
콘텐츠 마케팅 혹은 SNS 마케팅과 관련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으로 데뷔 전부터 매일 일기 쓰듯 올린 그들의 블로그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연결성 시대의 다른 용어는 ‘나우(Now)의 시대’, ‘즉시의 시대’다.
소비자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소비자가 검색하는 순간 그 최초의 순간에 있어야 한다. SNS 시대의 콘텐츠 마케팅에서 시점이 중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진실의 순간’이라는 단어가 있다.
진실의 순간은 본래 스페인의 투우에서 투우사가 검을 빼 소의 목에 찔러 넣는 마지막 순간을 의미한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이 최초로 제품을 만나고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항공을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킨 얀 칼슨 사장은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1초 동안 고객을 평생 단골손님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그 순간이 곧 진실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0번째 진실의 순간’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고객은 매장에서 제품을 만나기 전이나 대면 접촉하기 전, 모바일 폰이나 PC 화면에서 검색을 통해 제품을 만난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올렸다. 0번째 진실의 순간에 그들의 이야기, 즉 콘텐츠는 소비자 검색의 접점에 있었다. 그것은 남들이 모르는 적어도 나만 아는 이야기였다. 나(소비자)는 그 이야기를 열성적으로 퍼 날랐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 필요
유튜브는 몇 년 전부터 광고에 대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트루 뷰(True View)’라는 5초 혹은 3초 후 스킵할 수 있는 광고가 그것이다.
이는 소비자를 고려한 광고 형태로, 기존 정보 주입적 광고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광고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대부분이 광고를 건너뛴다. 하지만 유튜브 조사 결과 소비자가 건너뛰지 않은 광고도 있었다. 그들은 그런 광고를 ‘인간의 얼굴’을 한 광고라고 칭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간의 얼굴이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으로서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뜻한다. 보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대신 몰입감과 공감을 주는 광고를 의미한다.
유튜브에서 예로 든 광고는 크리스마스에도 너무 바빠 모이지 못하는 가족을 둔 어느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쇼핑몰 광고였다. 노인은 크리스마스에도 만나기 어려운 가족을 모으기 위해 ‘자신이 죽었으니 장례식에 오라’는 거짓 메시지를 보낸다.
그동안의 무심을 후회하며 모인 가족에게 노인이 등장해 같이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한다는 줄거리의 광고다.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과 ‘부채감이 있는 외로운 노인’의 이야기였다. 해당 영상은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5000만 건 이상을 조회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했다. 좋은 이야기와 콘텐츠라면 그것이 광고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기꺼이 공유한다는 방증이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지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기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들은 얘기나 본 얘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내 이야기,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환호한다.
콘텐츠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움짤’이나 ‘짤방’ 등 맥락 없는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공유되는 콘텐츠는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진) ‘광고 건너뛰기’ 기능을 통해 광고에 대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유튜브. /유튜브 캡처
지난해 8월 이마트는 맥주 광고를 선보였다. 이마트에는 수입 맥주가 많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내용은 어느 젊은 부부의 쇼핑 이야기다. 주말이니 맛있는 것을 좀 먹자는 남편과 내 집 마련, 대출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남편을 막는 부인의 갈등(전개)이 최고조에 달해 남편에게 폭발하는 부인(절정),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요즘 부쩍 몸이 약해진 부인을 위한 남편의 배려(결말)였다는,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씩만 가져오라는 부인의 말에 하나씩 400개의 서로 다른 수입 맥주를 가져오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폭소(반전)가 터지게 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해당 광고는 조회 수 80만 뷰 이상을 기록했고 수많은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좋은 이야기는 구조부터 다르다. 기승전결을 명확히 하고 반전의 묘미를 살리는 것이 좋다.
형식적 측면과 관련해 Z세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디지털 기기를 접해 정보기술(IT)에 친숙하다. PC·TV보다 스마트폰,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는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미국 가정의 93%가 집에서 새 제품을 구매할 때 Z세대의 의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은 약 636만 명 정도가 Z세대라고 한다.
이들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즉시성’, ‘동영상’, ‘공유 가능’이다. 바로 볼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사이트가 유튜브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카카오톡의 두 배에 달한다.
◆‘셀럽파이브’로 주목받는 송은이
결론적으로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이 검색하는 0번째 진실의 순간에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이야기다. 기승전결과 반전의 구조를 가졌고 동영상 등 공유 가능한 형태로 SNS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즉 ‘보라색 소’면 된다. 여기에 기업이나 제품 이야기를 어떻게 붙일지, 어떻게 배포할지 고민하지 말자. 사람들은 보라색 소를 스스로 주변에 공유한다. 누가 만들었다거나 왜 보라색인지 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의 힘과 미래에 관해 최근 인기인 걸그룹 ‘셀럽파이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셀럽파이브는 셀럽이 되고 싶다는 재미있는 가사와 맨발 댄스, 칼 군무로 현직 아이돌도 힘들다는 뮤직비디오 조회 수 100만 뷰를 찍을 정도로 핫하다.
해당 그룹의 기획자인 개그우먼 송은이 씨의 행보도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언론은 ‘송은이가 만든 세상, 주류를 흔들다’, ‘송은이, 내 꽃길은 내가 깐다’ 등의 헤드라인을 뽑고 있다.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자 자신이 팟 캐스트 등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주류 방송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송은이 씨가 보랏빛 소를 만들었고 방송의 화법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와 미디어의 힘이 역전됐다. 콘텐츠가 소비자와 사람을 그러모으고 모인 사람들로 인해 콘텐츠 스스로 미디어와 네트워크가 되는 시대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은 일찍이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과 함께 미디어의 힘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현상을 보면 이제 이 유명한 문장은 ‘메시지가 미디어다’ 혹은 ‘콘텐츠가 미디어다’라고 바꿔야 할 듯하다.
-탄탄한 스토리 기반의 ‘공유’ 가능한 콘텐츠에 소비자는 열광한다
(사진) 2017년 12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케팅 전략은 오로지 콘텐츠 마케팅뿐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는 책으로 유명한 세스 고딘 작가의 말이다.
만약 여행 중 ‘보랏빛 소’를 본다면 거의 대부분이 바로 사진을 찍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릴 것이다. 보랏빛 소는 눈에 확 들어오는 데다 놀라우며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딘 작가는 누구보다 입소문의 힘과 콘텐츠 마케팅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보랏빛 소’라는 단어를 만든 이유다.
콘텐츠가 왕인 ‘연결성의 시대’다. SNS로 콘텐츠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고객에게 넘어오면서 고객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콘텐츠만이 고객을 유입·유지할 수 있다. 마케팅적으로도 다른 마케팅의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이를 넘어 어쩌면 유일하게 고객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만큼 콘텐츠 마케팅의 시대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마케팅은 어렵다. 아니 고객에게 도달되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렵다. 연결성의 시대가 주는 역설 때문이다. 연결성의 시대가 되면서 고객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고객을 ‘정보통’ 고객이라고 얘기한다.
동시에 이 고객들은 너무나 산만하다. 우리 자신을 떠올려 보자. 몇 분이나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지…. 카톡·밴드·전화·문자가 끊임없이 울리면서 우리의 정신을 분산시킨다. 아는 것이 많으니 호기심을 가지기 어렵고 산만해 집중하지도 못한다. 많이 알고 산만한 고객에게 기업이 어떤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눈에 확 띄는 ‘보랏빛 소’ 만들어야
콘텐츠 마케팅의 방법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면 좋은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까.
어릴 때 우리는 좋은 이야기는 육하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즉 잘 들리는 이야기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육하원칙에 따라 콘텐츠와 콘텐츠 마케팅을 이야기해 보자. 다만 기업의 관점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하는 것인 만큼 누가와 왜의 문제는 건너뛰도록 하자.
콘텐츠 마케팅 혹은 SNS 마케팅과 관련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으로 데뷔 전부터 매일 일기 쓰듯 올린 그들의 블로그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연결성 시대의 다른 용어는 ‘나우(Now)의 시대’, ‘즉시의 시대’다.
소비자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소비자가 검색하는 순간 그 최초의 순간에 있어야 한다. SNS 시대의 콘텐츠 마케팅에서 시점이 중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진실의 순간’이라는 단어가 있다.
진실의 순간은 본래 스페인의 투우에서 투우사가 검을 빼 소의 목에 찔러 넣는 마지막 순간을 의미한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이 최초로 제품을 만나고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항공을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킨 얀 칼슨 사장은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1초 동안 고객을 평생 단골손님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그 순간이 곧 진실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0번째 진실의 순간’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고객은 매장에서 제품을 만나기 전이나 대면 접촉하기 전, 모바일 폰이나 PC 화면에서 검색을 통해 제품을 만난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올렸다. 0번째 진실의 순간에 그들의 이야기, 즉 콘텐츠는 소비자 검색의 접점에 있었다. 그것은 남들이 모르는 적어도 나만 아는 이야기였다. 나(소비자)는 그 이야기를 열성적으로 퍼 날랐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 필요
유튜브는 몇 년 전부터 광고에 대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트루 뷰(True View)’라는 5초 혹은 3초 후 스킵할 수 있는 광고가 그것이다.
이는 소비자를 고려한 광고 형태로, 기존 정보 주입적 광고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광고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대부분이 광고를 건너뛴다. 하지만 유튜브 조사 결과 소비자가 건너뛰지 않은 광고도 있었다. 그들은 그런 광고를 ‘인간의 얼굴’을 한 광고라고 칭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간의 얼굴이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으로서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뜻한다. 보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대신 몰입감과 공감을 주는 광고를 의미한다.
유튜브에서 예로 든 광고는 크리스마스에도 너무 바빠 모이지 못하는 가족을 둔 어느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쇼핑몰 광고였다. 노인은 크리스마스에도 만나기 어려운 가족을 모으기 위해 ‘자신이 죽었으니 장례식에 오라’는 거짓 메시지를 보낸다.
그동안의 무심을 후회하며 모인 가족에게 노인이 등장해 같이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한다는 줄거리의 광고다.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과 ‘부채감이 있는 외로운 노인’의 이야기였다. 해당 영상은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5000만 건 이상을 조회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했다. 좋은 이야기와 콘텐츠라면 그것이 광고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기꺼이 공유한다는 방증이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지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기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들은 얘기나 본 얘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내 이야기,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환호한다.
콘텐츠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움짤’이나 ‘짤방’ 등 맥락 없는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공유되는 콘텐츠는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진) ‘광고 건너뛰기’ 기능을 통해 광고에 대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유튜브. /유튜브 캡처
지난해 8월 이마트는 맥주 광고를 선보였다. 이마트에는 수입 맥주가 많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내용은 어느 젊은 부부의 쇼핑 이야기다. 주말이니 맛있는 것을 좀 먹자는 남편과 내 집 마련, 대출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남편을 막는 부인의 갈등(전개)이 최고조에 달해 남편에게 폭발하는 부인(절정),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요즘 부쩍 몸이 약해진 부인을 위한 남편의 배려(결말)였다는,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씩만 가져오라는 부인의 말에 하나씩 400개의 서로 다른 수입 맥주를 가져오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폭소(반전)가 터지게 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해당 광고는 조회 수 80만 뷰 이상을 기록했고 수많은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좋은 이야기는 구조부터 다르다. 기승전결을 명확히 하고 반전의 묘미를 살리는 것이 좋다.
형식적 측면과 관련해 Z세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디지털 기기를 접해 정보기술(IT)에 친숙하다. PC·TV보다 스마트폰,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는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미국 가정의 93%가 집에서 새 제품을 구매할 때 Z세대의 의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은 약 636만 명 정도가 Z세대라고 한다.
이들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즉시성’, ‘동영상’, ‘공유 가능’이다. 바로 볼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사이트가 유튜브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카카오톡의 두 배에 달한다.
◆‘셀럽파이브’로 주목받는 송은이
결론적으로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이 검색하는 0번째 진실의 순간에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이야기다. 기승전결과 반전의 구조를 가졌고 동영상 등 공유 가능한 형태로 SNS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즉 ‘보라색 소’면 된다. 여기에 기업이나 제품 이야기를 어떻게 붙일지, 어떻게 배포할지 고민하지 말자. 사람들은 보라색 소를 스스로 주변에 공유한다. 누가 만들었다거나 왜 보라색인지 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의 힘과 미래에 관해 최근 인기인 걸그룹 ‘셀럽파이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셀럽파이브는 셀럽이 되고 싶다는 재미있는 가사와 맨발 댄스, 칼 군무로 현직 아이돌도 힘들다는 뮤직비디오 조회 수 100만 뷰를 찍을 정도로 핫하다.
해당 그룹의 기획자인 개그우먼 송은이 씨의 행보도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언론은 ‘송은이가 만든 세상, 주류를 흔들다’, ‘송은이, 내 꽃길은 내가 깐다’ 등의 헤드라인을 뽑고 있다.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자 자신이 팟 캐스트 등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주류 방송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송은이 씨가 보랏빛 소를 만들었고 방송의 화법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와 미디어의 힘이 역전됐다. 콘텐츠가 소비자와 사람을 그러모으고 모인 사람들로 인해 콘텐츠 스스로 미디어와 네트워크가 되는 시대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은 일찍이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과 함께 미디어의 힘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현상을 보면 이제 이 유명한 문장은 ‘메시지가 미디어다’ 혹은 ‘콘텐츠가 미디어다’라고 바꿔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