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관심 받는 후견제도…가족의 재산 보호에 활용도 높아
(사진)지난해 6월 대법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최종 확정했다.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노인들의 부동산 거래도 자연히 증가하고 있다.
만약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자식 중 한 명에게 증여했거나 제삼자에게 매도했다면 그 증여 계약이나 매매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취소할 수 있을까.
◆생활 가능한 치매 환자의 계약 ‘유효’
계약법의 대원칙으로 고대 로마법에서부터 내려온 유명한 법언이 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것이다. 이 법언은 우리 민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대원칙이다. 이 때문에 계약은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이므로 그 내용대로 이행해야 한다.
다만 매도인이나 증여자가 자신이 한 의사의 표시가 어떠한 효과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한 이해 또는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민법은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의사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상 유아·정신병자 등과 같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을 소송에서 증명해야만 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위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은 노인성 치매 환자는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거나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증여 계약이나 매매계약의 효력을 당연히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만일 위 사례의 아버지가 매수인 또는 수증자 등으로부터 기망을 당했거나 착오에 빠져 아파트를 처분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기망 행위 내지는 착오를 이유로 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망 행위나 착오가 없었다면 아무리 노인성 치매 환자가 한 매매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취소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 민법이 개정된 2013년 7월 1일 이전에는 위와 같은 노인성 치매 환자가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로 선고받으면 그가 한 법률행위를 일률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위 제도가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인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민법에는 치매·발달장애·정신분열·뇌병변 장애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이 가정법원의 후견 개시 심판으로 선임된 ‘성년 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성년 후견제도가 있다.
또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가정법원으로부터 선임된 ‘한정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한정후견제도,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또는 특정한 사무에 대한 후원이 필요한’ 성인이 특정 후견 기간 또는 사무의 범위를 정해 가정법원으로부터 선임된 ‘특정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특정후견제도도 있다.
이 밖에 본인이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향후 자신이 질병이나 공령 등의 사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에 대비해 개인 간에 공정 증서로 후견 계약을 체결해 ‘임의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향후 후견 개시 사유가 발생하면 가정법원의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심판을 통해 후견이 개시되게 할 수도 있다.
◆매년 건수 늘어나는 후견제도
후견제도는 처음 도입된 2013년 총 637건이 접수됐지만 2016년 총 3209건이 접수돼 5배 정도 증가할 정도로 매년 접수 건수가 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앞으로도 성년 후견제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위 사례에서 아버지가 치매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됐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미리 가정법원에 후견 개시 청구를 해 아버지가 피성년 후견인이 됐다면 위 매매나 증여 계약은 추가 입증 없이도 취소할 수 있다.
피한정후견인이 됐다면 후견인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매매나 증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단 아버지가 피특정후견인이라면 특정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피특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은 제한되지 않으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특정후견인은 성년후견인·한정후견인과 달리 취소권이 없고 특정후견인 선정 당시 정해진 대리권을 가질 뿐이다.
현재 성년 후견 심판을 청구하는 원인의 60% 이상이 피성년 후견인의 자녀들 사이의 분쟁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자녀와 배우자 또는 친척 간 분쟁으로 인한 원인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이 가족 간 분쟁이 원인이 돼 성년 후견 심판 개시 청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피후견인은 자산가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갑작스럽게 부모가 고령에 따른 치매 등의 판정을 받게 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피상속인들의 재산 다툼이 성년 후견 심판 청구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성년 후견제도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재산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안녕과 화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지난해 6월 대법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최종 확정했다.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노인들의 부동산 거래도 자연히 증가하고 있다.
만약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자식 중 한 명에게 증여했거나 제삼자에게 매도했다면 그 증여 계약이나 매매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취소할 수 있을까.
◆생활 가능한 치매 환자의 계약 ‘유효’
계약법의 대원칙으로 고대 로마법에서부터 내려온 유명한 법언이 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것이다. 이 법언은 우리 민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대원칙이다. 이 때문에 계약은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이므로 그 내용대로 이행해야 한다.
다만 매도인이나 증여자가 자신이 한 의사의 표시가 어떠한 효과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한 이해 또는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민법은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의사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상 유아·정신병자 등과 같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을 소송에서 증명해야만 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위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은 노인성 치매 환자는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거나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증여 계약이나 매매계약의 효력을 당연히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만일 위 사례의 아버지가 매수인 또는 수증자 등으로부터 기망을 당했거나 착오에 빠져 아파트를 처분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기망 행위 내지는 착오를 이유로 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망 행위나 착오가 없었다면 아무리 노인성 치매 환자가 한 매매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취소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 민법이 개정된 2013년 7월 1일 이전에는 위와 같은 노인성 치매 환자가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로 선고받으면 그가 한 법률행위를 일률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위 제도가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인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민법에는 치매·발달장애·정신분열·뇌병변 장애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이 가정법원의 후견 개시 심판으로 선임된 ‘성년 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성년 후견제도가 있다.
또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가정법원으로부터 선임된 ‘한정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한정후견제도,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또는 특정한 사무에 대한 후원이 필요한’ 성인이 특정 후견 기간 또는 사무의 범위를 정해 가정법원으로부터 선임된 ‘특정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특정후견제도도 있다.
이 밖에 본인이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향후 자신이 질병이나 공령 등의 사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에 대비해 개인 간에 공정 증서로 후견 계약을 체결해 ‘임의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향후 후견 개시 사유가 발생하면 가정법원의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심판을 통해 후견이 개시되게 할 수도 있다.
◆매년 건수 늘어나는 후견제도
후견제도는 처음 도입된 2013년 총 637건이 접수됐지만 2016년 총 3209건이 접수돼 5배 정도 증가할 정도로 매년 접수 건수가 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앞으로도 성년 후견제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위 사례에서 아버지가 치매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됐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미리 가정법원에 후견 개시 청구를 해 아버지가 피성년 후견인이 됐다면 위 매매나 증여 계약은 추가 입증 없이도 취소할 수 있다.
피한정후견인이 됐다면 후견인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매매나 증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단 아버지가 피특정후견인이라면 특정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피특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은 제한되지 않으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특정후견인은 성년후견인·한정후견인과 달리 취소권이 없고 특정후견인 선정 당시 정해진 대리권을 가질 뿐이다.
현재 성년 후견 심판을 청구하는 원인의 60% 이상이 피성년 후견인의 자녀들 사이의 분쟁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자녀와 배우자 또는 친척 간 분쟁으로 인한 원인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이 가족 간 분쟁이 원인이 돼 성년 후견 심판 개시 청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피후견인은 자산가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갑작스럽게 부모가 고령에 따른 치매 등의 판정을 받게 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피상속인들의 재산 다툼이 성년 후견 심판 청구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성년 후견제도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재산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안녕과 화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