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성지로 재탄생한 19세기 전차역

-공간을 바꾸는 디자인 혁명 중인 네덜란드…노후 시설, 레스토랑·사무실로 변신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디자인 강국’ 네덜란드에서는 낡은 공적 공간들이 트렌디한 복합 상업시설로 속속 변모하고 있다. 이들은 과감한 공간 재창조를 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선 수도 암스테르담 트램(노면 전차)역 드 할렌(De Hallen)에 자리한 공유 오피스인 카나리클럽은 오래된 트램 차고지를 개조해 젊은 손님들을 맞고 있다.

◆트램 창고였던 ‘카나리클럽’

카나리클럽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여러 차례 용도를 바꿨다. 1902년부터 암스테르담 서편 지구의 트램 창고로 사용됐고 1996년 대중교통 박물관, 2005년 수영장으로 바뀌었고 2016년 네덜란드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모디옙스키를 통해 레스토랑과 사무실을 겸한 본격 상업시설로 변화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오랜 시간 시민들의 교통수단이었던 트램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건축 스튜디오는 차고지를 클럽으로 변경하면서도 본래의 장소적인 특색을 충분히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 결과 카나리클럽의 실내 인테리어에는 19세기 트램 차고지 느낌이 상당 부분 녹아 있고 빈티지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트램이 실제로 달렸던 레일을 바닥에 그대로 보존해 뒀다. 레스토랑의 간판에 쓰인 문자도 실제 트램에서 사용했던 형태를 그대로 본떠 제작했다. 레스토랑 의자의 모양과 배열도 마치 트램의 좌석과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과거를 재현한 곳은 또 있다. 카나리클럽 한쪽에 손님들이 편안하게 놀 수 있는 수영장 바(pool bar)가 마련돼 있다. 카나리클럽 관계자에 따르면 보수공사를 하기 이전에 불법 거주자들이 천장에서 새어 나온 물을 이용해 이곳에 실내 수영장을 만든 적이 있었다. 카나리클럽은 바로 이러한 과거를 놓치지 않고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현재 클럽의 수영장에는 물이 없다. 단지 수영장을 상징하는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직사각형의 움푹 파인 공간만 제공한다. 그 안에서 긴장을 풀며 칵테일을 즐기는 좌석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수심을 나타내는 좌표나 수영 규칙을 적어 놓은 기호들도 그 주변에 그대로 둬 수영장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도 했다.

이곳의 용도는 또 하나가 더 있다. 바가 본격적인 영업을 하기 전인 낮 시간 동안에는 1인 기업과 소규모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 사무실로 활용된다. 최근 유럽의 대도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해당 공간에 접목해 활기를 더하고 있다.

카나리클럽은 창업자들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전화나 노트북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을 비롯해 USB 포트와 전기 플러그가 내장된 대형 테이블도 놓아 뒀다. 사무 공간 디자인은 페인트 작업장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닥을 온통 초록색 페인트로 바르고 벽에는 ‘일, 일, 일!’이라는 문구를 노란색 글씨로 써 둬 재미를 더했다.

네덜란드의 서남부 소도시인 도르드레히트의 호텔 겸 레스토랑인 빌라 아우후스투스(Villa Augustus)는 오래된 배수탑과 펌프 빌딩 인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이 배수탑은 19세기 후반부터 인근 도시에 식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 온 공공 시설물이다. 이 배수탑은 높이가 33m에 달하는데, 과거 강의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강물의 수위를 조절하는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



◆배수탑을 리모델링한 호텔

국토의 대부분이 저지대에 속한 네덜란드에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물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 그래서 저수탑과 같은 역사적 건축물 또한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곳곳에는 배수탑을 레스토랑·관광시설·사무실로 활용하는 식의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적 시설을 재탄생시키는 노력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조용한 마을 도르드레히트에 자리한 빌라 아우후스투스는 지역 주민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예술 서적 전문 출판사인 타셴출판사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을 보낼 장소 72곳’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리면서 유럽 내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곳의 호텔 객실은 37개다. 배수탑에 20개, 정원 건물에 17개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배수탑에서는 각 층별로 과거의 기능들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복도나 문은 배수탑에서 원래 사용했던 것들을 그대로 둬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탑의 꼭대기 층 객실은 과거 강의 수위를 관찰하기 위해 사방을 유리로 둔 것을 그대로 보존했다. 그 결과 투숙객은 호텔 아래에 있는 강을 조망할 수도 있다.

한 객실은 회사의 엔지니어가 실제로 거주했던 공간을 활용했다. 또 한 층은 아예 물을 가득 채워 ‘저수지 방’이라는 이름으로 꾸몄다.

호텔의 맞은편에는 레스토랑을 운영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재료는 대부분이 호텔 앞에 펼쳐진 1.5헥타르에 이르는 정원에서 재배한 유기농 작물들을 사용한다. 테이블에 오르는 메뉴들을 통해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옆에 작은 실내 마켓도 조성해 예쁜 그릇, 인테리어 소품,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네덜란드의 도시 브레다의 보시푸트교도소는 최근 범죄율이 급감하자 2014년 문을 닫았고 이후 한 사회단체가 운영권을 넘겨받아 현재 90개에 달하는 기업체들이 이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러한 공공 시설물의 변신을 지켜보며 폐쇄 예정인 다른 교도소들의 색다른 활용 방안과 수익 창출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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