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바다 럭시 대표 “또 창업하게 된다면 한국을 떠나겠다”

◆최바다 럭시 대표 인터뷰





최바다 럭시 대표는 2000년 ‘맥스 MP3’의 창업 멤버다. 맥스 MP3는 국내 최초의 유료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로,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음악 저작권 지불을 실현시켰다.

약 18년의 세월이 흐른 후 최 대표는 ‘카풀’이라는 아이템으로 또 한 번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18년 전과 변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규제는 더 강해졌고 시장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대표는 “다시 한 번 창업한다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럭시’는 어떠한 계기로 창업하게 됐나.

“평일 오전 여덟시 반에 9호선을 타 본 적이 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고 지하철을 타지 못할 때도 많다.

같은 시간 도로에서는 승용차가 오가는데 운전자 한 명만 타 있고 나머지 자리는 전부 비어 있다. 이렇게 비어 있는 승용차의 자리에 타인을 태운다면 전반적인 출근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럭시’는 이러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창업 후 반응은 어땠나.

“시장의 반응은 정말 좋았다. 2016년 8월 서비스를 연 후 약 350만 건 정도의 매칭(라이더와 유저를 이어주는 것)이 이뤄졌다.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였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카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싹트자 사업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카풀업’ 자체가 불법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불법 의혹 꼬리표가 붙은 스타트업에 누가 투자하겠나.

오죽하면 카풀하면 ‘잡혀간다’는 루머도 돌았다. 사업을 이끌어 가는 게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작년 10월부터 창업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사태를 풀어나갈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배경은 무엇인가.

“럭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자금을 대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스타트업계에서 럭시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나쁜 예’로 남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산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한다면 럭시 창업자로 계획했던 여러 가지 신규 사업을 그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또 럭시 직원들의 고용도 중요했다. 대부분의 럭시 직원들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후에도 함께 일하고 있다.”

-기존 업계의 태도에서 답답함을 느꼈을 텐데.

“4차 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해커톤(긴 시간 동안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창출·기획,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도 열렸지만 택시업계는 참석도 하지 않았다. 일단 이야기를 나눠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대화조차 거부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만 맡기는 듯하다. 지금 카풀업계가 겪고 있는 이 난관은 다른 스타트업에도 ‘독’이 될 것이다. 기존 업계의 반발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해결책을 정부가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계획이 있나.

“중국과 미국이 빠른 속도로 앞서가는 것과 달리 한국의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카풀 시장에선 한국이 중국보다 약 7년 정도 뒤떨어졌다고 본다. 조만간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디디추싱을 통해 차량을 부르면 사람이 운전하는 차가 아닌 자율주행차가 와 승객을 태울 것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콜택시 부르기에 멈춰 있지 않을까 겁이 난다. 승차 공유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는데, 새로운 산업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신규 서비스는 시장의 평가로 성패가 좌우된다. 카풀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규제 때문에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여전히 카풀에 대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처음 창업했을 때 세웠던 계획을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해 나갈 것이다.”

mjlee@hankyung.com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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