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아들 셋 둔 ‘워킹맘’이 카카오 퇴사 후 직접 창업
약력 : 연세대 인문학부 졸업. 2006년 다음 사업개발본부 사업개발팀장. 2015년 카카오 O2O사업부 홈서비스 사업부장. 2017년 생활연구소 대표(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아들 셋을 둔 17년 차 직장인. 직장 일과 가정생활을 모두 다 해결해야 하는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서비스는 다름 아닌 ‘홈 청소 도우미’였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모님’이 일을 쉬겠다고 하면 그의 직장생활도 위기를 맞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청소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인 ‘청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연현주(40) 생활연구소 대표의 이야기다.
워킹맘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워킹맘’이 만든 청소연구소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2017년 3월 론칭 이후 1년여 만에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5만 명, 매니저(가사 도우미)는 1200명에 이른다. 판교의 생활연구소 사무실에서 연 대표를 만나 ‘워킹맘의 스타트업 도전기’를 들어봤다.
◆직접 ‘청소 서비스’ 출장 다니며 기획
연 대표는 생활연구소를 창업하기 전 카카오에서 신규사업개발부장으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지금은 카카오의 대표작이 된 이모티콘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청소연구소’도 사실 그가 카카오에서 신규 사업을 위해 준비하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기획 단계부터 연 대표의 아이디어로 출발했고 1년여간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부어 준비했다. 청소 대행업체를 통해 ‘청소 도우미’로 직접 일하러 가는 것도 예사였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초 회사 측의 사정으로 안타깝게 이 사업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 대표는 고심 끝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찾아갔고 ‘창업’을 선언했다. 무엇보다 그에게 더욱 든든한 아군이 돼 준 것은 ‘창업 동지’인 5명의 팀원들이었다.
“현재 국내 홈 클리닝 시장 규모는 8조원 정도예요. 굉장히 규모가 큰데 다른 시장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다고 느껴지냐면 90% 이상이 소규모의 동네 인력소개소를 중심으로 중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까지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유일한 시장일 걸요. 한 번 서비스를 신청하면 취소나 환불도 어렵고요.”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을 어디서부터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서비스 예약과 결제를 간편하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질의 표준화’가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고객들은 청소연구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를 예약하는 단계부터 ‘원하는 서비스의 범위’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려주길 원하는지 화장실 청소를 원하는지 등이다. 만약 쓰레기를 버려주길 원한다면 고객들에게 매니저들의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 ‘쓰레기봉투를 미리 식탁 위에 올려 놓아 주세요’와 같은 안내 문구를 전송한다.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서비스를 나가기 전에 고객들에게 간다고 미리 전화하는 것이 좋을지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고민이 돼요. 그런데 고객은 이미 ‘매니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따로 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죠. 이럴 때 우리가 어느 시점부터 개입하는 것이 좋은지 등 세세한 부분들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하나, 연 대표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매니저들의 처우 개선이었다. 고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서비스를 실제로 공급하는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했다.
가사 도우미 대신 ‘매니저’로 명칭을 바꾸고 선명한 민트 빛깔의 앞치마를 두르도록 통일했다. 시급도 기존 업체 대비 상향 조정했다. 업무 중 언제든 부딪칠 수 있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로 작성하고 이를 매니저들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고지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매니저들이 일하다가 불합리한 상황에 처할 때가 생각보다 많아요. 어쨌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잖아요. ‘홈 클리닝’이라고 하는 서비스의 범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떨 때는 넓은 바닥을 다 물걸레로 청소하라는 것과 같은 무리한 요구를 들을 때도 많고요. 우리는 매니저들에게 그런 상황이 되면 일단 현장에서 빠져나오라고 말씀드려요. 그 이후 우리가 직접 매니저들과 고객들의 얘기를 듣고 중간자적인 시각에서 일을 처리하죠. 매니저들이 직접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칭찬해 주는 이들도 많아요.”
◆‘좋은 매니저’가 고객을 부른다
‘매니저’들에 대해 처우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자 좋은 매니저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좋은 매니저’들이 모여들자 고객들의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는 워킹맘 외에 싱글족도 많아요. 일과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 혹은 남성 고객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매니저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매니저로 일하는 이들 중에는 예전부터 가사 도우미로 일했던 이들도 있지만 아닌 이들도 많아요. 대부분은 남편이 은퇴한 50~60대들로, 생계형으로 일자리를 찾는다기보다 낮 시간에 소소한 일거리를 찾는 이들이에요. 마트 계산원이라도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런 이에게 우리 청소연구소가 좋은 대안이 돼 준다는 점에서 뿌듯해요.”
50~60대 여성들이 30~40대 후배 여성들의 직장 생활을 도와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연 대표는 앞으로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한다. 지금도 연 대표가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지표는 ‘회사의 매출 지표’가 아닌 회사에서 지출하는 ‘매니저들의 수익 지표’다. 현재 이 그래프는 매달 30%씩 상향 추세이며 재구매율 역시 80%를 웃돈다.
청소연구소의 서비스 사용 요금은 서비스 장소의 크기나 서비스 범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4시간에 5만원 정도다. 사용 요금의 90%는 매니저들의 수익으로 돌아가고 10% 정도의 중개 수수료만 생활연구소가 가져가는 구조다.
“제가 바로 이 서비스의 ‘사용자’이고 또 누구보다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잖아요. 실제로 이것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절실함을 키운 게 맞아요. 엄마이고 일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일상의 불편함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런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려는 ‘워킹맘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50~60대 여성들이 후배들 직장생활 돕는 멋진 사업이죠”
-“아침 7시전 배달하는 ‘샛별배송’에 워킹맘들 열광해요”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왜 이런 서비스 없나 싶었죠”
- "대출 받은 청년이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 보람 느끼죠"
- "옷장 속 잠자던 의류·가방이 바로 '황금알'이죠"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아들 셋 둔 ‘워킹맘’이 카카오 퇴사 후 직접 창업
약력 : 연세대 인문학부 졸업. 2006년 다음 사업개발본부 사업개발팀장. 2015년 카카오 O2O사업부 홈서비스 사업부장. 2017년 생활연구소 대표(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아들 셋을 둔 17년 차 직장인. 직장 일과 가정생활을 모두 다 해결해야 하는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서비스는 다름 아닌 ‘홈 청소 도우미’였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모님’이 일을 쉬겠다고 하면 그의 직장생활도 위기를 맞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청소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인 ‘청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연현주(40) 생활연구소 대표의 이야기다.
워킹맘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워킹맘’이 만든 청소연구소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2017년 3월 론칭 이후 1년여 만에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5만 명, 매니저(가사 도우미)는 1200명에 이른다. 판교의 생활연구소 사무실에서 연 대표를 만나 ‘워킹맘의 스타트업 도전기’를 들어봤다.
◆직접 ‘청소 서비스’ 출장 다니며 기획
연 대표는 생활연구소를 창업하기 전 카카오에서 신규사업개발부장으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지금은 카카오의 대표작이 된 이모티콘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청소연구소’도 사실 그가 카카오에서 신규 사업을 위해 준비하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기획 단계부터 연 대표의 아이디어로 출발했고 1년여간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부어 준비했다. 청소 대행업체를 통해 ‘청소 도우미’로 직접 일하러 가는 것도 예사였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초 회사 측의 사정으로 안타깝게 이 사업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 대표는 고심 끝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찾아갔고 ‘창업’을 선언했다. 무엇보다 그에게 더욱 든든한 아군이 돼 준 것은 ‘창업 동지’인 5명의 팀원들이었다.
“현재 국내 홈 클리닝 시장 규모는 8조원 정도예요. 굉장히 규모가 큰데 다른 시장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다고 느껴지냐면 90% 이상이 소규모의 동네 인력소개소를 중심으로 중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까지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유일한 시장일 걸요. 한 번 서비스를 신청하면 취소나 환불도 어렵고요.”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을 어디서부터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서비스 예약과 결제를 간편하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질의 표준화’가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고객들은 청소연구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를 예약하는 단계부터 ‘원하는 서비스의 범위’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려주길 원하는지 화장실 청소를 원하는지 등이다. 만약 쓰레기를 버려주길 원한다면 고객들에게 매니저들의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 ‘쓰레기봉투를 미리 식탁 위에 올려 놓아 주세요’와 같은 안내 문구를 전송한다.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서비스를 나가기 전에 고객들에게 간다고 미리 전화하는 것이 좋을지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고민이 돼요. 그런데 고객은 이미 ‘매니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따로 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죠. 이럴 때 우리가 어느 시점부터 개입하는 것이 좋은지 등 세세한 부분들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하나, 연 대표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매니저들의 처우 개선이었다. 고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서비스를 실제로 공급하는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했다.
가사 도우미 대신 ‘매니저’로 명칭을 바꾸고 선명한 민트 빛깔의 앞치마를 두르도록 통일했다. 시급도 기존 업체 대비 상향 조정했다. 업무 중 언제든 부딪칠 수 있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로 작성하고 이를 매니저들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고지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매니저들이 일하다가 불합리한 상황에 처할 때가 생각보다 많아요. 어쨌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잖아요. ‘홈 클리닝’이라고 하는 서비스의 범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떨 때는 넓은 바닥을 다 물걸레로 청소하라는 것과 같은 무리한 요구를 들을 때도 많고요. 우리는 매니저들에게 그런 상황이 되면 일단 현장에서 빠져나오라고 말씀드려요. 그 이후 우리가 직접 매니저들과 고객들의 얘기를 듣고 중간자적인 시각에서 일을 처리하죠. 매니저들이 직접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칭찬해 주는 이들도 많아요.”
◆‘좋은 매니저’가 고객을 부른다
‘매니저’들에 대해 처우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자 좋은 매니저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좋은 매니저’들이 모여들자 고객들의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는 워킹맘 외에 싱글족도 많아요. 일과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 혹은 남성 고객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매니저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매니저로 일하는 이들 중에는 예전부터 가사 도우미로 일했던 이들도 있지만 아닌 이들도 많아요. 대부분은 남편이 은퇴한 50~60대들로, 생계형으로 일자리를 찾는다기보다 낮 시간에 소소한 일거리를 찾는 이들이에요. 마트 계산원이라도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런 이에게 우리 청소연구소가 좋은 대안이 돼 준다는 점에서 뿌듯해요.”
50~60대 여성들이 30~40대 후배 여성들의 직장 생활을 도와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연 대표는 앞으로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한다. 지금도 연 대표가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지표는 ‘회사의 매출 지표’가 아닌 회사에서 지출하는 ‘매니저들의 수익 지표’다. 현재 이 그래프는 매달 30%씩 상향 추세이며 재구매율 역시 80%를 웃돈다.
청소연구소의 서비스 사용 요금은 서비스 장소의 크기나 서비스 범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4시간에 5만원 정도다. 사용 요금의 90%는 매니저들의 수익으로 돌아가고 10% 정도의 중개 수수료만 생활연구소가 가져가는 구조다.
“제가 바로 이 서비스의 ‘사용자’이고 또 누구보다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잖아요. 실제로 이것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절실함을 키운 게 맞아요. 엄마이고 일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일상의 불편함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런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려는 ‘워킹맘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50~60대 여성들이 후배들 직장생활 돕는 멋진 사업이죠”
-“아침 7시전 배달하는 ‘샛별배송’에 워킹맘들 열광해요”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왜 이런 서비스 없나 싶었죠”
- "대출 받은 청년이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 보람 느끼죠"
- "옷장 속 잠자던 의류·가방이 바로 '황금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