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 CEO 전성시대]
[한경비즈니스=취재 이정흔·최은석·이명지 기자Ⅰ사진 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맘프리너(mompreneur)’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경쟁력을 갖춘 주부 사업가를 말한다. 국내 대표적인 맘프리너로는 ‘1세대 여성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계에 다시 한 번 여성 CEO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그 주인공들을 만났다. 다양한 사연으로 ‘고생길’을 자처한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워킹맘을 위한 청소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 ‘청소연구소’를 개발했다. 카카오에서 신규 사업 개발을 담당하던 연 대표는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을 담은 ‘홈 클리닝’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사업이 무산되자 팀원들과 함께 퇴사 후 직접 회사를 설립했다.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꿈꾼다는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는 프리미엄 온라인 마켓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맥킨지 등 남부러울 것 없던 글로벌 은행과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무리 바빠도 ‘잘 먹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소비자로서 더 믿을 수 있는 온라인 식품 배송 서비스를 찾아 헤매다 결국은 본인이 만들기로 결심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을 고민하다 ‘아이 돌봄 매칭 서비스’를 착안했다. 20여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동료들을 봐왔다.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2016년 째깍악어를 창업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8년간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느낀 문제점을 풀기 위해 스타트업계에 뛰어들었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결국은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를 숱하게 지켜보며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 ‘1.5금융’이 필요하다는 데 확신을 가졌다. 2014년 국내 최초의 P2P 서비스를 창업했다.
여성들을 위한 명품 패션 공유 플랫폼 아이디어를 떠올린 성주희 더클로젯컴퍼니 대표는 1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패션 렌털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합리적 가격에 전문가가 직접 골라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더해 20~30대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창업 6%, 투자금액은 4% 불과
이들은 ‘1세대 여성 벤처 CEO’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먼저, 이들을 단지 ‘맘프리너’라는 용어로만 가둬두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엄마든 부인이든 혹은 싱글족이든 여성으로서 자신들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용기 있게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들이다. 뚜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들은 해결법을 찾는 데 절실함이 크다. 포기할 수 없으니 결국은 창의적인 탈출구를 찾아낸다. 바로 이 ‘절실함’이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사용자들은 물론 공급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디테일한 서비스’ 또한 강점이다. 어떤 문제든 그 불편함을 느껴본 사람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법이다.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했다. 그래서 까다로운 소비자의 시선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검증한다.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세세하게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비자의 마음으로 부족한 점을 찾고 이를 보완할 방법을 제시하며 더 큰 신뢰를 얻는다.
당장 수익을 창출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보다 ‘더 큰 꿈’을 꾼다는 것 또한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들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CEO이면서 동시에 ‘엄마, 부인 혹은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여자’로 살아가면서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주로 의식주나 보육 문제 등으로 귀결된다. 여성 CEO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유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 벤처’가 많은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에게 스타트업은 ‘내 사람들이, 나아가 우리 모두가 더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고긴 여정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스타트업계에 이들과 같은 여성 CEO들이 활약하는 데 여전히 제약이 많이 따른다는 점이다. 2016년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 244개 중 여성 창업 기업은 단 16개로, 6.5%에 그쳤다. 여성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도 전체 1조724억원 중 4.1%에 불과했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느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여성 CEO들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더 많은 여성 CEO들이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50~60대 여성들이 후배들 직장생활 돕는 멋진 사업이죠”
-“아침 7시전 배달하는 ‘샛별배송’에 워킹맘들 열광해요”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왜 이런 서비스 없나 싶었죠”
- "대출 받은 청년이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 보람 느끼죠"
- "옷장 속 잠자던 의류·가방이 바로 '황금알'이죠"
[한경비즈니스=취재 이정흔·최은석·이명지 기자Ⅰ사진 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맘프리너(mompreneur)’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경쟁력을 갖춘 주부 사업가를 말한다. 국내 대표적인 맘프리너로는 ‘1세대 여성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계에 다시 한 번 여성 CEO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그 주인공들을 만났다. 다양한 사연으로 ‘고생길’을 자처한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워킹맘을 위한 청소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 ‘청소연구소’를 개발했다. 카카오에서 신규 사업 개발을 담당하던 연 대표는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을 담은 ‘홈 클리닝’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사업이 무산되자 팀원들과 함께 퇴사 후 직접 회사를 설립했다.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꿈꾼다는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는 프리미엄 온라인 마켓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맥킨지 등 남부러울 것 없던 글로벌 은행과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무리 바빠도 ‘잘 먹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소비자로서 더 믿을 수 있는 온라인 식품 배송 서비스를 찾아 헤매다 결국은 본인이 만들기로 결심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을 고민하다 ‘아이 돌봄 매칭 서비스’를 착안했다. 20여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동료들을 봐왔다.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2016년 째깍악어를 창업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8년간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느낀 문제점을 풀기 위해 스타트업계에 뛰어들었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결국은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를 숱하게 지켜보며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 ‘1.5금융’이 필요하다는 데 확신을 가졌다. 2014년 국내 최초의 P2P 서비스를 창업했다.
여성들을 위한 명품 패션 공유 플랫폼 아이디어를 떠올린 성주희 더클로젯컴퍼니 대표는 1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패션 렌털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합리적 가격에 전문가가 직접 골라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더해 20~30대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창업 6%, 투자금액은 4% 불과
이들은 ‘1세대 여성 벤처 CEO’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먼저, 이들을 단지 ‘맘프리너’라는 용어로만 가둬두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엄마든 부인이든 혹은 싱글족이든 여성으로서 자신들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용기 있게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들이다. 뚜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들은 해결법을 찾는 데 절실함이 크다. 포기할 수 없으니 결국은 창의적인 탈출구를 찾아낸다. 바로 이 ‘절실함’이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사용자들은 물론 공급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디테일한 서비스’ 또한 강점이다. 어떤 문제든 그 불편함을 느껴본 사람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법이다.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했다. 그래서 까다로운 소비자의 시선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검증한다.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세세하게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비자의 마음으로 부족한 점을 찾고 이를 보완할 방법을 제시하며 더 큰 신뢰를 얻는다.
당장 수익을 창출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보다 ‘더 큰 꿈’을 꾼다는 것 또한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들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CEO이면서 동시에 ‘엄마, 부인 혹은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여자’로 살아가면서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주로 의식주나 보육 문제 등으로 귀결된다. 여성 CEO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유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 벤처’가 많은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에게 스타트업은 ‘내 사람들이, 나아가 우리 모두가 더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고긴 여정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스타트업계에 이들과 같은 여성 CEO들이 활약하는 데 여전히 제약이 많이 따른다는 점이다. 2016년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 244개 중 여성 창업 기업은 단 16개로, 6.5%에 그쳤다. 여성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도 전체 1조724억원 중 4.1%에 불과했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느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여성 CEO들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더 많은 여성 CEO들이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50~60대 여성들이 후배들 직장생활 돕는 멋진 사업이죠”
-“아침 7시전 배달하는 ‘샛별배송’에 워킹맘들 열광해요”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왜 이런 서비스 없나 싶었죠”
- "대출 받은 청년이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 보람 느끼죠"
- "옷장 속 잠자던 의류·가방이 바로 '황금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