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경상·충청 등 일부 지역 ‘역(逆)전세난’ 우려…투자시 ‘수요와 공급’ 꼭 따져야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는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연속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전셋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는 매매 시장 장기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수요자는 매매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면 굳이 집을 살 이유가 없다. 집을 사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그 집에서 실거주가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매매가가 하락했다. 이러자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실수요자들에게 퍼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7%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35.6%나 상승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2014년이나 2015년에도 매매 시장보다 전세 시장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6.7% 상승에 그친 반면 전셋값은 14.9%나 상승했다.
2010년부터 2013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집값 하락에 익숙해진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성이 유지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이런 현상은 깨지고 만다. 2014~2015년의 전셋값 상승률이 14.9%나 됐던 것에 비해 2016~2017년 2년간 서울 전셋값 상승은 5.2%에 그쳤다. 상승세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매매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자 세입자의 일부분이 매매 시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 2016년부터 전세 줄고 매매 늘어
시간을 되돌려 2014년 1월로 돌아가 보면,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8396만원이었고 평균 전셋값은 2억9675만원이었다. 전세를 살던 사람이 매매로 돌아서려면 1억8721만원이나 필요했다.
이 정도 담보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기에는 직전 4년간의 하락세가 너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은 전세 시장에 머무르는 것을 안전한 선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6년 1월에는 그와 다른 결정이 필요했다. 2016년 1월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5282만원이었고 평균 전셋값은 3억9741만원이었다. 전세를 살던 사람이 매매로 돌아서려면 1억5540만원 정도만 있으면 돼 2년 전보다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매매가와 전셋값의 갭이 줄어들었다고 매매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산 사람들이 이익을 보는 것을 목격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만약 2014년 1월 (4년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서울에 아파트를 산 실수요자를 살펴보자. 이 사람은 전세로 사는 것보다 1억8721만원을 주택 담보대출 등으로 더 조달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2년 동안 집값이 6886만원이나 올랐다. 그 당시 주택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3.75%였으므로 2년간 이자 1404만원을 감안해도 전세로 살았던 사람에 비해 5482만원이나 이익이었던 셈이다.
이런 것을 보고 2016년 이후 전세 수요는 줄어들고 매매 수요는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세입자가 매매 수요로 돌아섰다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 열 명 중 한 명만 매매 수요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끼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시장에 전세 매물이 열 개가 있는데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아홉 명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 1년 반 사이 전세 공급자 4.8%P 늘어
이처럼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전세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이후 대규모로 분양된 단지들에 속속 입주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소위 갭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갭 투자가 늘어날수록 시장에 전세 공급이 늘어난다.
전월세 거래량 중 2016년 2분기에 59.0%까지 떨어졌던 전세 비율이 2017년 4분기에는 63.8%까지 올라갔다. 월세로 놓으려는 사람보다 전세로 놓으려는 사람이 4.8%포인트나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전세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데 반대로 전세 공급이 늘어나고 있으니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전국 아파트 시장 기준으로 5개월 연속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현상을 역전세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단순히 전세값이 오르면 전세난, 전세값이 내리면 역전세난이 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을 3억원에 전세 계약했다고 하자. 그런데 몇 달 있다가 이 집의 전세 시세가 3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고 하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줘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 세입자는 2년 계약 기간 동안 3억원에 그 집에서 전세를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3억원에 계약한 전세가 몇 달 후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집주인이 5000만원을 돌려주는 일은 없다.
결국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2년간의 전세 기간 동안 서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2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면 역전세난이라고 하는 것이고 2년 전 시세보다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 전세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봐도 역전세난이 발생되고 있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경남·충남·대구·울산·충북 지역과 세종시가 그곳이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에서 2년 전에 2억원에 전세를 줬던 사람이라면 세입자에게 88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전세난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지역은 경남 거제 지역이다. 100㎡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1954만원이나 돌려줘야 한다. 이와 버금가는 지역들이 경남 창원(1259만원), 경북 구미(1157만원), 대구 달서구(1012만원), 울산 동구(939만원) 등이다.
만약 거제 지역에서 2년 전에 갭 투자로 열 채를 산 사람이 있다면 2억원 가까운 돈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공급이 늘어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주택 수를 늘렸던 투자자들에게는 한동안 어려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늘어나되 공급 가능성이 적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경상·충청 등 일부 지역 ‘역(逆)전세난’ 우려…투자시 ‘수요와 공급’ 꼭 따져야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는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연속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전셋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는 매매 시장 장기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수요자는 매매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면 굳이 집을 살 이유가 없다. 집을 사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그 집에서 실거주가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매매가가 하락했다. 이러자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실수요자들에게 퍼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7%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35.6%나 상승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2014년이나 2015년에도 매매 시장보다 전세 시장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6.7% 상승에 그친 반면 전셋값은 14.9%나 상승했다.
2010년부터 2013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집값 하락에 익숙해진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성이 유지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이런 현상은 깨지고 만다. 2014~2015년의 전셋값 상승률이 14.9%나 됐던 것에 비해 2016~2017년 2년간 서울 전셋값 상승은 5.2%에 그쳤다. 상승세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매매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자 세입자의 일부분이 매매 시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 2016년부터 전세 줄고 매매 늘어
시간을 되돌려 2014년 1월로 돌아가 보면,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8396만원이었고 평균 전셋값은 2억9675만원이었다. 전세를 살던 사람이 매매로 돌아서려면 1억8721만원이나 필요했다.
이 정도 담보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기에는 직전 4년간의 하락세가 너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은 전세 시장에 머무르는 것을 안전한 선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6년 1월에는 그와 다른 결정이 필요했다. 2016년 1월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5282만원이었고 평균 전셋값은 3억9741만원이었다. 전세를 살던 사람이 매매로 돌아서려면 1억5540만원 정도만 있으면 돼 2년 전보다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매매가와 전셋값의 갭이 줄어들었다고 매매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산 사람들이 이익을 보는 것을 목격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만약 2014년 1월 (4년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서울에 아파트를 산 실수요자를 살펴보자. 이 사람은 전세로 사는 것보다 1억8721만원을 주택 담보대출 등으로 더 조달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2년 동안 집값이 6886만원이나 올랐다. 그 당시 주택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3.75%였으므로 2년간 이자 1404만원을 감안해도 전세로 살았던 사람에 비해 5482만원이나 이익이었던 셈이다.
이런 것을 보고 2016년 이후 전세 수요는 줄어들고 매매 수요는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세입자가 매매 수요로 돌아섰다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 열 명 중 한 명만 매매 수요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끼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시장에 전세 매물이 열 개가 있는데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아홉 명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 1년 반 사이 전세 공급자 4.8%P 늘어
이처럼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전세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이후 대규모로 분양된 단지들에 속속 입주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소위 갭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갭 투자가 늘어날수록 시장에 전세 공급이 늘어난다.
전월세 거래량 중 2016년 2분기에 59.0%까지 떨어졌던 전세 비율이 2017년 4분기에는 63.8%까지 올라갔다. 월세로 놓으려는 사람보다 전세로 놓으려는 사람이 4.8%포인트나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전세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데 반대로 전세 공급이 늘어나고 있으니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전국 아파트 시장 기준으로 5개월 연속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현상을 역전세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단순히 전세값이 오르면 전세난, 전세값이 내리면 역전세난이 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을 3억원에 전세 계약했다고 하자. 그런데 몇 달 있다가 이 집의 전세 시세가 3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고 하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줘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 세입자는 2년 계약 기간 동안 3억원에 그 집에서 전세를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3억원에 계약한 전세가 몇 달 후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집주인이 5000만원을 돌려주는 일은 없다.
결국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2년간의 전세 기간 동안 서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2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면 역전세난이라고 하는 것이고 2년 전 시세보다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 전세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봐도 역전세난이 발생되고 있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경남·충남·대구·울산·충북 지역과 세종시가 그곳이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에서 2년 전에 2억원에 전세를 줬던 사람이라면 세입자에게 88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전세난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지역은 경남 거제 지역이다. 100㎡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1954만원이나 돌려줘야 한다. 이와 버금가는 지역들이 경남 창원(1259만원), 경북 구미(1157만원), 대구 달서구(1012만원), 울산 동구(939만원) 등이다.
만약 거제 지역에서 2년 전에 갭 투자로 열 채를 산 사람이 있다면 2억원 가까운 돈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공급이 늘어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주택 수를 늘렸던 투자자들에게는 한동안 어려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늘어나되 공급 가능성이 적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