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벌이는 SM·JYP·YG ...'복병' 빅히트 대기 중

[증권인사이드]
-‘트와이스’ 덕에 YG 제친 JYP…‘차세대 대어’ 빅히트 주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날았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굳혔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엔터주 시가총액 기준 만년 3위였던 JYP는 YG를 제치는 데 성공했고 SM은 ‘배우 명가’ 키이스트를 품고 꿋꿋이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복병’이 남아 있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무사히 상장하면 기업 가치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권시장에 엔터주들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엔터 왕국’ 꿈꾸는 SM

340%. 지난 1년간 JYP의 주가 상승 폭이다. 지난해 4월 5500원대이던 JYP의 주가는 1년 만인 올해 4월 2만4000원대까지 올랐다. 주가가 상승하며 시가총액도 증가했다. 4월 5일 기준 JYP의 시가총액은 7721억원 규모다.

일등 공신은 단연 국민 걸그룹의 자리를 꿰찬 ‘트와이스’다. 최근 3년간 JYP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트와이스의 데뷔 이후인 2015년 505억원, 2016년 736억원, 2017년 1022억원, 영업이익은 각각 42억원, 138억원, 195억원이다. 주요 엔터 기업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난 기업은 JYP가 유일하다.

국내 엔터업계에서 통상 매출을 좌우하는 것은 ‘일본 콘서트’다. 트와이스는 2월 일본에서 2집 싱글 ‘캔디팝’을 발매, 첫 물량(초동) 판매량 26만 장을 기록했다. 한국 아이돌 가운데 둘째로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올해부터 일본에서 트와이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며 ‘제2의 BTS’로 떠오르고 있는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JYP가 빠르게 약진하는 사이 SM은 ‘엔터 왕국’의 기틀을 닦는 데 공을 들였다. SM은 키이스트의 최대 주주였던 배우 배용준 씨의 지분 전량(25.12%)을 500억원에 취득하고 키이스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3월 14일 발표했다. SM은 이번 계약으로 키이스트 자회사인 일본 최대 한류 방송 콘텐츠 플랫폼 사업사인 디지털어드벤처(DA)까지 보유하게 됐다. DA는 현재 BTS의 일본 활동을 전담 중이다. 이와 함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등을 통해 제작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FnC애드컬쳐의 경영권도 인수했다.

이 같은 소식에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SM의 주가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3월 초 3만6000원대에서 거래되던 SM은 4월 3일 종가 기준 4만7800원으로 연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4월 주가가 2만30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주가가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4월 5일 기준 SM의 시가총액은 9192억원 규모인데, 조만간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키이스트와 FnC애드컬쳐 인수를 통해 배우 라인업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콘텐츠 증가, 일본과 중국 사업의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여파가 완화되며 중국 사업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M은 중국 내 공연 매출 구조 기반을 마련해 놓은 유일한 엔터사로 평가받고 있다.

◆ 넷마블과 손잡은 빅히트, 파급력↑

JYP와 SM이 상승세를 타며 YG 역시 최근 한 달여 사이 소폭이지만 주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 가는 중이다. 3월 2일 종가 기준 2만7550원에 거래를 마친 것에 비해 4월 5일 3만150원으로 한 달여 사이에 10%가량 올랐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을 비교하면 JYP·SM 등에 비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18일 종가 기준 3만6150원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이는 YG 전체 매출에서 5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던 ‘빅뱅’이 탑의 대마초 흡연 혐의와 지드래곤·태양·대성 등 나머지 멤버들의 군 입대로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빅뱅’의 뒤를 이을 만한 후발 주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4월 5일 기준 YG의 시가총액은 5483억원 규모다.

이처럼 국내 3대 엔터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작 엔터주업계에 ‘진정한 폭풍’을 몰고올 올해 주인공은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를 탄생시킨 빅히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BTS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3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3대 대형사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2017년 SM의 영업이익은 109억원, YG의 영업이익은 251억원이었다.

여기에 4월 4일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가 빅히트의 지분 25.7%를 2014억원에 사들였다. 비상장 기업인 빅히트에 1조원에 육박하는 시장 가치를 매긴 셈이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빅히트의 2대 주주가 됐다.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과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가 친척 관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넷마블과 빅히트는 향후 BTS의 영상과 화보를 활용한 실사형 게임을 준비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히트는 현재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대어’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빅히트는 상장 시 적정 시가총액이 최소 1조2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BTS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500억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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