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수 위해 택시비 올리는 뉴욕

-교통체증 해결·재원 확보 위해 택시·우버에 ‘추가요금’ 부과



[한경비즈니스= 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뉴욕 맨해튼을 여행할 때는 옐로캡, 즉 뉴욕시 택시를 타야 할 때가 많다. 거리가 복잡하고 생소한데다 지하철이 있지만 위험하고 더럽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드타운 이스트 등 노선이 커버하지 않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뉴욕의 택시비는 서울에 비하면 살인적으로 비싸다. 기본료(낮 2.5달러, 밤 3달러)에 주행거리 및 주행 시간에 따른 요금이 붙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에 붙는 피크타임 요금, 일부 지역에 갈 때 붙는 서차지(추가 요금)·세금 그리고 20% 정도의 팁을 포함하면 잠깐 택시를 타도 10달러는 기본이다.

게다가 맨해튼의 교통 정체를 감안하면 요금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예전에 미드타운에 있는 카네기홀 근처에서 소호까지 5~6km를 택시 타고 이동한 적이 있는데 30달러 이상을 내야 했다.



◆뉴욕의 톨게이트비는 ‘세계 최고’

혹시 옐로캡을 타고 인근의 퀸스·브루클린·뉴저지 등에 간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톨게이트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각오를 해야만 한다. 퀸스를 오갈 때 타야 하는 퀸스 미드타운터널이나 브루클린을 잇는 휴캐리터널은 한 번 통과할 때 톨게이트비가 8달러50센트이니 왕복 17달러를 더 줘야 한다. 뉴저지를 오가는 링컨터널과 조지워싱턴다리는 왕복 15달러다.

그래서 맨해튼에서 퀸스에 있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갈 때는 요금이 52달러로 정해져 있지만 톨게이트비와 팁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80달러 이상을 줘야 한다.

택시 요금이 비싸다 보니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 등이 뉴요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쉽게 부를 수 있고 가격도 조금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까지 우버는 팁을 주지 않아도 탑승이 가능했다.

그런데 내년부터 맨해튼에서 택시·우버·리프트 등을 탈 때 돈을 추가로 더 내게 됐다. 뉴욕 주가 맨해튼 중심상업지구(CBD)를 여행할 때 택시와 우버 등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뉴욕주의회는 3월 31일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주예산안은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맨해튼 CBD를 지나는 옐로캡에 대해 한 번 운행할 때마다 2.5달러, 우버·리프트·콜택시 등에는 2.7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버풀과 같은 합승을 할 때는 승객당 75센트를 내야 한다.

CBD는 북쪽으로 60가까지, 남쪽으로 배터리파크, 서쪽은 허드슨리버, 동쪽은 이스트리버로 둘러싸인 구역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센트럴파크 아래쪽 전부다. 이는 2019년 1월부터 시행된다.

◆번번이 실패해 온 맨해튼 혼잡세 부과

이처럼 택시와 우버 요금이 오른 것은 엉뚱한 정치 협상의 결과다. 뉴욕시의 지하철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100년 이상이 되다 보니 전면 보수가 필요한데 적자이다 보니 예산이 없다. 그래서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다.

유튜브를 보면 뉴욕 지하철에 팔뚝만한 쥐가 돌아다니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기차가 연착되거나 자주 멈춰서기도 한다. 이런 지하철을 보수하기 위해 한 해 1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뉴욕에 우버나 리프트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이용객이 4년 전에 비해 2.7%나 줄었다. 2012년 9월부터 1년간 하루 평균 758만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2016년 9월부터 1년간 이용객은 747만 명에 그쳤다.

게다가 우버나 리프트 차량 수천 대가 맨해튼에서 대기하면서 교통 정체가 더욱 심해져 뉴욕 버스의 평균속도는 시속 11.9km에 그치고 있다. 보통 사람의 뛰는 속도 정도다.

이 때문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 시장은 교통 정체를 해결하고 지하철 보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여 왔다. 블라지오 시장은 지난해 연봉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에게 부유세를 걷어 뉴욕시의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해 교통 전문가와 시민 등을 초빙해 특별위원회인 ‘픽스 NYC(Fix NYC)’를 설치했다. 픽스 NYC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맨해튼 60가 남단의 CBD에 진입하는 승용차에 대해 11.52달러, 트럭 등 상업용 차량에는 25.34달러, 택시에는 회당 2~5달러의 혼잡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주지사와 의회에 1월 19일 제출했다.

이를 통해 맨해튼의 교통 체증을 13% 정도 줄이고 매년 생기는 14억 달러가 넘는 수입으로 지하철 등을 보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차량에 11달러가 넘는 혼잡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퀴니피악대가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혼잡세 부과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주의회에서도 반대가 많았고 결국 기한인 3월 말까지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우버와 택시들을 상대로 한 혼잡세는 받아들여졌다.

맨해튼에 혼잡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무산돼 왔다. 2008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강력하게 혼잡세 부과를 추진했지만 지역 정치인들과 운전자들의 반대로 실패한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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