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화 30년 멤브레인 박사’ 김정학 필로스 대표

‘30년 멤브레인 박사’ 김정학 필로스 대표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한 기술 더 개발해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해수 담수화의 핵심 기술인 ‘멤브레인’을 30년째 연구 중인 공학박사가 있다. 담수화 기술이 각광받지 않았던 1980년대부터 한국 담수화 기술이 으뜸이 된 오늘날까지 한 우물만 판 ‘멤브레인 박사’ 김정학 필로스 대표(사진)다.

김 대표는 한양대에서 멤브레인 과정(박사학위)을 전공한 후 SK케미칼에서 14년간 멤브레인 연구 책임자로 근무했다. 2002년에는 해수 담수화 장치 개발의 세계 일류를 목표로 멤브레인 전문 기업인 필로스를 설립했다.

그가 따낸 특허만 50여 건이다. 멤브레인 전문가로 활약하며 과학기술처 장관상, IR52 장영실상 등을 수상했다. 김 대표를 만나 한국의 해수 담수화 미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우리에게 ‘물 부족’ 문제는 아직 막연한 주제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과거에는 ‘돈을 물 쓰듯이 쓴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물값이 기름값보다 비싼 시대다. 한국은 이미 물 부족 국가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는 전 세계의 국가 중 물이 부족하다고 분류한 국가들을 ‘물 부족 국가’로 부른다.

강우량을 인구수로 나눠 1인당 물 사용량이 1000㎥ 미만이면 물 기근 국가, 1700㎥ 미만이면 물 부족 국가로 나뉘는데, 한국은 1327㎥로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

▶해수 담수화 기술이 가지는 산업적 경쟁력은 어떠한가.

“과거에는 해수 담수화 기술이 너무 어렵고 또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대신 중동지역은 기름이 많이 나오니까 열증류 방식인 증발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투입돼 경제성이 떨어진다.

불행히도 물이 없는 지역은 못 사는 나라가 많다. 오일 머니 국가들도 에너지가 고갈됨에 따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역삼투막이다. 증발법과 비교하면 생산 단가가 0.07달러에서 0.31달러 정도 차이가 나 경제적이다.”

▶‘필로스’는 어떤 기술을 갖고 있나.

“필로스는 멤브레인 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 기업이다. 멤브레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체 분리, 물속에서 균이나 입자 제거. 해수 담수화 전처리, 미세먼지 제거, 습도 조절 등 줄잡아 생산·개발하는 것만 10여 가지다. 이러한 멤브레인들을 조합하면 아주 특별한 공정을 만들 수 있다. 필로스에서는 분리막 모듈, 제조, 공정 분야에서 약 40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멤브레인을 활용한 담수화 기술은 단순 물이 부족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에서만 통하는 사업이 아니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미래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스마트시티’에서도 꼭 필요한 필수 기술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스마트시티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해수 담수화 기술이 세계적 관심을 받는 가운데 아쉬운 부분은 없나.

“멤브레인 기술은 우수하지만 담수화 과정에서 고압 펌프를 이용한 기술과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들은 아직 더 개발해야 하는 단계다. 다행히 10여 년 전부터 정부 주도 사업단이나 기업 등 민간 차원에서의 해수 담수화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멤브레인 등 해수 담수화 기술 기업의 수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국내시장의 벽’이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정부는 기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국 기업의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일찌감치 제품력을 인정받은 일본의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공무원들이)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기술 가치와 상품의 가능성을 보는 것보다 매출 등의 단기 성과 위주로 결정하기 때문에 중견·중소기업들이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나라에서 나서 국산을 장려하고 써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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