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넘치는 사회에서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

- 신간 ‘무례함의 비용’, 정중한 태도가 개인과 기업의 성공을 만든다



[크리스틴 포래스 지음, 정태영 옮김, 340쪽, 1만5000원, 흐름출판]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무례함'의 전성시대다.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란 유행어로 유명한 독설의 아이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이 연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사회도 만만치 않아서 신문 1면을 장식하던 기업 2세들의 ‘갑질’이나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가 이이어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다. 온오프라인, 세대를 가리지 않고 혐오, 성차별, 비하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 막말과 디스(dis)는 하위문화를 넘어 대중적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기업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열 명 중 여섯 명은 막말, 무례함 행동 등으로 대표되는 직장 내 따돌림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따돌림은 강자인 상사가 약자인 부하 직원에게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당함에 맞서 소위 ‘사이다’ 발언으로 대항하라는 조언이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대부분의 약자는 예의와 존중이란 이름 아래 침묵을 강요당한다. 만약 이를 거절한다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례함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바탕에는 “피도 눈물도 없어야 성공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처럼 결과를 위해서는 부당한 언행을 일정부분 눈감아줘야 한다는 성과지상주의 사고방식이 숨어있다. 그런데 정말, 피도 눈물도 없어야 성공할까? 사람들을 쥐어짜야만 성과가 날까?

조지타운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구글 re:WORK, 뉴욕타임즈, 포브스 등에서 리더십 및 자기관리 전문가로 극찬을 받은 크리스틴 포래스 교수는 그의 화제작 ‘무례함의 비용(Mastering Civility)’에서 20여 년간 6대륙의 스타트업부터 [포춘] 500대 기업까지 여러 문화권의 기업, 조직을 조사한 결과, 무례함(incivility)을 용인할 경우 개인, 조직, 사회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냈다. 반면 뛰어난 성취를 이뤄낸 개인과 기업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공의 요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정중한(civility) 태도였다.


◆서로 존중해야 소속감이 강해진다

인간에게는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기본적 욕구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속감(affiliation)이라고 부른다. 소속감은 자율 욕구, 발전 욕구와 더불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욕구이다. 흔히 예의라고 불리는 정중한 행동은 단순한 격식이 아니라 사회와 조직의 일원으로서 존중받고 소중하게 대우 받는다는 소속감을 정립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정중함은 인간관계에서 의사소통과 신뢰가 강화되도록 해준다. 이는 더 나은 관계와 협력이 뿌리를 내리도록 해주는 씨앗을 뿌리고, 더 많은 실적을 창의적으로 내도록 도와준다. 예의 바르고 존중이 가득한 관계는 더 큰 행복과 건강으로도 이어지며 이는 개인에게도,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창의적 기업을 중심으로 정중함의 효용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중요한 인사관리 원칙으로 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 자신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정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번아웃이 될 가능성이 20% 이상 낮았으며, 실적이 더 높았고(13%), 급여가 더 올랐으며(7%) 궁극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아진 것(35%)으로 조사됐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에 걸쳐서 무례함의 비용과 정중함의 효용에 대한 연구, 독자들이 ‘정중한 솔직함’을 습관으로 내면화하는 방법, 정중함을 조직 문화로 확산하는 전략 등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무례한 언행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무례함이 개인과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양한 실험과 검증을 통해 실증적으로 고찰한다. 2부에서는 예의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정중한 솔직주의’ 전략을 알아본다. 3부는 개인을 넘어 조직 차원에서 정중한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채용, 미션, 평가, 실행까지 단계별 가이드로 구성했다.

무례함과 정중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둘 다 전염성이 강하며 개인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답은 자명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예의 바른 환경에 있을 때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익한 사람,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더 많은 배려심으로 주위를 감동시키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지역공동체에서도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정중함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중함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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