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인터뷰…‘채용비리’ 오명 벗고 혁신 드라이브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 약력 : 1960년생. 충북대 경영학과 졸업.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 2008년 민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2010년 충청북도의회 의원. 2015년 더불어민주당 비상근부대변인. 2018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현).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지난해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5~2016년 신입 사원 공채에서 청탁을 받아 일부 지원자를 부정 채용하고 “여성은 뽑지 말라”는 전임 사장의 지시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순식간에 채용 비리 기관이라는 오명이 씌워졌고 공사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랬던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최근 빠르게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며 다시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다.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잇따르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채용 비리로 피해를 본 응시생들을 전원 구제하기로 결정한 것이 전환점이었다.
또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공기관이 되자는 목표 아래 강도 높은 혁신안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국민 신뢰 회복’을 주제로 개최한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1월 취임해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며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기관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사장에 취임하셨는데요.
“지난해 금품 수수와 채용 비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전임 사장이 구속되는 등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그 결과 내부적으로 흔들린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크게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였죠. 1월 8일 취임했는데 직원들이 축 처져 있는 모습이었어요. 업무 보고도 받고 식사도 같이하면서 직원들의 솔직한 심경을 들을 수 있었죠. 많은 직원들이 ‘우리 자존감에 상처가 생겼다’, ‘주변에서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 가스안전공사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만 해서 사기가 떨어졌다’고 토로하더군요. 내부 업무 역시 정체된 모습이었습니다. 사장이 공석이다 보니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이 늦어졌던 거죠. 특히 논란이 됐던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한 수술도 사장이 없어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직 재정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4월 17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취임 이후 반드시 조직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은 물론 채용 비리와 관련된 직원 8명 전원 퇴출, 억울하게 불합격했던 지원자들 전원 구제, ‘청산과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혁신안을 도출했죠. 돌이켜 보면 숨 가빴던 100일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지금은 완벽하게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 중 채용 비리로 인한 피해자들을 처음으로 구제하면서 특히 주목받았는데요.
“가스안전공사를 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바뀐 전환점이 바로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였어요. 여론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죠. 개인적으로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밝은 빛을 보는 느낌이었죠.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 30개 공공기관과 정부 관계자 100명이 모인 워크숍을 열었는데 사례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일, 어떤 과정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했는지 발표했어요. 이제는 가스안전공사가 국민들로부터 완벽하게 신뢰를 회복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됐습니다. 요즘 직원들한테 ‘비로소 봄을 맞이한 것 같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피해자 전원 구제 결정은 어떻게 내리셨습니까.
“사장 취임 이후 이런 생각을 줄곧 했어요.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청산, 즉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위에서 새로운 창조를 꽃피워야 비로소 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죠. 이런 관점에서 채용 비리를 보다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만 처벌하면 진정한 혁신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채용 비리가 있었으면 그에 따라 불이익을 받은 피해자들 또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도 여러 공공기관들의 채용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덕적 해이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었던 것 아닐까요. 최근의 사태들로 보면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공공기관의 구조적인 문제가 채용 비리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장의 권한이 너무 비대한 곳들이 많아요. 공기업도 그렇지만 특히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 같은 곳은 더욱 그렇죠. 사장에게 부탁하고 청탁하면 해당 기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한 모습이에요.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 사장들이 특별채용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또 채용 과정에서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때 보통 2배수를 올리는데 그다음에는 사장 마음대로 합격자를 결정할 수도 있죠. 최근 가스안전공사가 청산과 혁신 TF에서 도출한 8가지 혁신안 중 신규 채용 과정에서 사장의 권한을 일절 없애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제는 심지어 무력감을 느낄 정도로 신규 채용에서 사장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웃음).”
-청산과 혁신 TF는 어떤 활동을 해왔습니까.
“조직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혁신안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1월 구성했고 3월 말에 혁신안 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해체했어요. 정말 처절한 개혁이 필요했는데, 내부 사람들로만 TF를 짜게 되면 아무래도 개혁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어요. 내부자들은 아무래도 조직 내의 이해관계를 따져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과연 어떻게 하면 과감하게 개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가스안전공사를 외부에서 봐왔던 전문가들과 시민들을 TF에 포함하기로 결론지었죠. 한 단계 더 나아가 TF에 외부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내부 논리를 딛고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총 TF 위원 13명 중 외부 인사를 7명 넣었습니다.”
-혁신안 도출 과정에서 이견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TF가 출범한 당시만 해도 회사 운영에 대한 작은 불만들, 특히 직원들의 복리 문제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혁신이라는 큰 틀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목전에 보이는 소소한 개선 과제들이 내부 직원들에게서 많이 제기됐죠. 그런데 외부 위원들이 질서를 잡아줬습니다. 내부에서 제기한 안건들에 대해 혁신이 아니라고 지적해 줬고 혁신이라는 큰 주제에 맞게 가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없던 것을 만드니까 임직원의 불만과 긴장이 다소 있기도 했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춰 조직도 변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었죠.”
-향후 가스안전공사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TF를 통해 전 분야에 걸친 혁신안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가스안전공사를 이끄는 사장으로서 혁신안이 빠르게 조직에 녹아들 수 있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밀고 나갈 예정이에요. 이를 기반으로 국민을 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가스안전공사 본연의 업무인 가스 안전 관리에 앞으로 보다 신경 써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혁신안도 결국은 가스 안전 관리를 위한 것이죠. 지진 대비는 물론 고위험 가스 시설군 관리, 취약 계층 및 지역 사고 예방 등의 과제를 철저히 수행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입사 초기에 가졌던 열정과 설렘을 갖고 새롭게 전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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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자문관’ 선임…국민 참여형 안전 감시 체계 구축
한국가스안전공사는 4월 4일 ‘청산과 혁신 TF’가 마련한 8가지 혁신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청산과 혁신 TF는 1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내부 관계자 및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시적 조직이다.
홍길표 백석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TF에서 심의한 혁신안을 공사가 최종 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스안전공사는 ‘낡은 관행 청산을 통한 국민 신뢰 회복’과 ‘참여와 협력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2대 전략을 달성할 계획이다.
우선 채용 비리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사장 특별채용 규정을 폐지하고 사장의 최종 합격자 결정 권한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에 완전히 위임하기로 했다. 또한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양벌 규정’도 신설했다. 모든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부당한 업무를 지시한 상사뿐만 아니라 지시를 이행한 직원에 대해서도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또 남성 중심의 상명하복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양성평등 정책에 대해 자문할 독립된 ‘젠더자문관’을 선임했고 가스 안전 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국민 ‘참여형 안전 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가 자리 잡은 충북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좋은 일자리 창출과 균형 발전 공헌을 통한 지역 격차 해소 등도 혁신안에 담겼다.
enyou@hankyung.com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 약력 : 1960년생. 충북대 경영학과 졸업.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 2008년 민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2010년 충청북도의회 의원. 2015년 더불어민주당 비상근부대변인. 2018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현).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지난해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5~2016년 신입 사원 공채에서 청탁을 받아 일부 지원자를 부정 채용하고 “여성은 뽑지 말라”는 전임 사장의 지시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순식간에 채용 비리 기관이라는 오명이 씌워졌고 공사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랬던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최근 빠르게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며 다시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다.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잇따르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채용 비리로 피해를 본 응시생들을 전원 구제하기로 결정한 것이 전환점이었다.
또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공기관이 되자는 목표 아래 강도 높은 혁신안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국민 신뢰 회복’을 주제로 개최한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1월 취임해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며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기관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사장에 취임하셨는데요.
“지난해 금품 수수와 채용 비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전임 사장이 구속되는 등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그 결과 내부적으로 흔들린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크게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였죠. 1월 8일 취임했는데 직원들이 축 처져 있는 모습이었어요. 업무 보고도 받고 식사도 같이하면서 직원들의 솔직한 심경을 들을 수 있었죠. 많은 직원들이 ‘우리 자존감에 상처가 생겼다’, ‘주변에서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 가스안전공사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만 해서 사기가 떨어졌다’고 토로하더군요. 내부 업무 역시 정체된 모습이었습니다. 사장이 공석이다 보니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이 늦어졌던 거죠. 특히 논란이 됐던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한 수술도 사장이 없어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직 재정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4월 17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취임 이후 반드시 조직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은 물론 채용 비리와 관련된 직원 8명 전원 퇴출, 억울하게 불합격했던 지원자들 전원 구제, ‘청산과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혁신안을 도출했죠. 돌이켜 보면 숨 가빴던 100일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지금은 완벽하게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 중 채용 비리로 인한 피해자들을 처음으로 구제하면서 특히 주목받았는데요.
“가스안전공사를 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바뀐 전환점이 바로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였어요. 여론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죠. 개인적으로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밝은 빛을 보는 느낌이었죠.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 30개 공공기관과 정부 관계자 100명이 모인 워크숍을 열었는데 사례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일, 어떤 과정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했는지 발표했어요. 이제는 가스안전공사가 국민들로부터 완벽하게 신뢰를 회복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됐습니다. 요즘 직원들한테 ‘비로소 봄을 맞이한 것 같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피해자 전원 구제 결정은 어떻게 내리셨습니까.
“사장 취임 이후 이런 생각을 줄곧 했어요.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청산, 즉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위에서 새로운 창조를 꽃피워야 비로소 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죠. 이런 관점에서 채용 비리를 보다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만 처벌하면 진정한 혁신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채용 비리가 있었으면 그에 따라 불이익을 받은 피해자들 또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도 여러 공공기관들의 채용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덕적 해이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었던 것 아닐까요. 최근의 사태들로 보면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공공기관의 구조적인 문제가 채용 비리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장의 권한이 너무 비대한 곳들이 많아요. 공기업도 그렇지만 특히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 같은 곳은 더욱 그렇죠. 사장에게 부탁하고 청탁하면 해당 기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한 모습이에요.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 사장들이 특별채용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또 채용 과정에서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때 보통 2배수를 올리는데 그다음에는 사장 마음대로 합격자를 결정할 수도 있죠. 최근 가스안전공사가 청산과 혁신 TF에서 도출한 8가지 혁신안 중 신규 채용 과정에서 사장의 권한을 일절 없애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제는 심지어 무력감을 느낄 정도로 신규 채용에서 사장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웃음).”
-청산과 혁신 TF는 어떤 활동을 해왔습니까.
“조직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혁신안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1월 구성했고 3월 말에 혁신안 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해체했어요. 정말 처절한 개혁이 필요했는데, 내부 사람들로만 TF를 짜게 되면 아무래도 개혁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어요. 내부자들은 아무래도 조직 내의 이해관계를 따져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과연 어떻게 하면 과감하게 개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가스안전공사를 외부에서 봐왔던 전문가들과 시민들을 TF에 포함하기로 결론지었죠. 한 단계 더 나아가 TF에 외부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내부 논리를 딛고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총 TF 위원 13명 중 외부 인사를 7명 넣었습니다.”
-혁신안 도출 과정에서 이견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TF가 출범한 당시만 해도 회사 운영에 대한 작은 불만들, 특히 직원들의 복리 문제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혁신이라는 큰 틀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목전에 보이는 소소한 개선 과제들이 내부 직원들에게서 많이 제기됐죠. 그런데 외부 위원들이 질서를 잡아줬습니다. 내부에서 제기한 안건들에 대해 혁신이 아니라고 지적해 줬고 혁신이라는 큰 주제에 맞게 가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없던 것을 만드니까 임직원의 불만과 긴장이 다소 있기도 했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춰 조직도 변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었죠.”
-향후 가스안전공사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TF를 통해 전 분야에 걸친 혁신안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가스안전공사를 이끄는 사장으로서 혁신안이 빠르게 조직에 녹아들 수 있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밀고 나갈 예정이에요. 이를 기반으로 국민을 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가스안전공사 본연의 업무인 가스 안전 관리에 앞으로 보다 신경 써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혁신안도 결국은 가스 안전 관리를 위한 것이죠. 지진 대비는 물론 고위험 가스 시설군 관리, 취약 계층 및 지역 사고 예방 등의 과제를 철저히 수행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입사 초기에 가졌던 열정과 설렘을 갖고 새롭게 전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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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자문관’ 선임…국민 참여형 안전 감시 체계 구축
한국가스안전공사는 4월 4일 ‘청산과 혁신 TF’가 마련한 8가지 혁신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청산과 혁신 TF는 1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내부 관계자 및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시적 조직이다.
홍길표 백석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TF에서 심의한 혁신안을 공사가 최종 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스안전공사는 ‘낡은 관행 청산을 통한 국민 신뢰 회복’과 ‘참여와 협력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2대 전략을 달성할 계획이다.
우선 채용 비리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사장 특별채용 규정을 폐지하고 사장의 최종 합격자 결정 권한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에 완전히 위임하기로 했다. 또한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양벌 규정’도 신설했다. 모든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부당한 업무를 지시한 상사뿐만 아니라 지시를 이행한 직원에 대해서도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또 남성 중심의 상명하복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양성평등 정책에 대해 자문할 독립된 ‘젠더자문관’을 선임했고 가스 안전 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국민 ‘참여형 안전 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가 자리 잡은 충북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좋은 일자리 창출과 균형 발전 공헌을 통한 지역 격차 해소 등도 혁신안에 담겼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