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농법·지하농장 등 신개념 농업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유럽의 젊은 창업가들이 ‘도심 속에서 농사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재배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위로 화분을 쌓는 수직 농장(vertical farm) 기법을 활용해 농작물과 소비자 간의 유통 거리를 좁히고 있다.
도시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새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들은 ‘지속 가능한 샐러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시 농장(urban farming) 트렌드를 환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영국이다. 런던 기반의 스타트업 그로업(Grow up)은 경영 컨설턴트 출신 케이트 호프만 씨와 생물학을 전공한 톰 웹스터 씨가 2013년 설립한 도시농업 기업이다.
◆‘어류와 식물’ 함께 키우는 순환형 농법
런던 출신인 호프만 씨는 음식의 출처에 관심이 높은 도시 소비자들에게 거주지와 가까운 농장에서 생산된 작물을 선보이고 싶다는 점 때문에 2015년부터 런던 동부 벡턴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도시농업을 본격 시작했다.
그로업이 창업 초기부터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이다. 이는 어류와 식물을 함께 키우는 물고기 양식과 수경법(토양 대신 물과 영양액으로 식물 재배)을 결합한 순환형 친환경 기술이다.
그로업은 현재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배설물과 유기물을 식물 쪽으로 보내고 식물 뿌리가 정화한 물을 다시 어항으로 보내 물고기를 자라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때 그로업은 물고기의 먹이와 펌프 및 온수 사용을 위한 에너지 외에는 어떠한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로업이 운영 중인 유니트 84라는 농장에는 현재 12개의 탱크가 있다. 이곳에 약 400마리의 틸라피아 물고기가 있다. 이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양식법을 통해 1년 내내 상태 좋은 생선을 얻을 수 있고 에너지 효율적인 환경 속에서 잎이 풍성한 샐러드 작물들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농장에서 성장한 물고기는 한 태국 음식점 체인의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고 농작물도 도매 업체로 넘겨져 온·오프라인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로업이 주목하는 또 다른 기술은 수직 농법이다. 이는 미래 식량난에 대비한 기술이라는 평가 때문에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도시처럼 인구 대비 농지가 부족한 곳에서 작물이 담긴 화분을 실내에 층별로 쌓아 올릴 수 있어 도시 공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내 재배 방식이어서 자연 채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해 식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그로업은 아쿠아포닉스와 수직 농법을 통해 고수·바질 등 풍미를 더하고 그릇을 장식할 수 있는 작고 예쁜 식물을 주로 재배하고 있고 양배추나 어린잎 채소 등 슈퍼마켓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샐러드류를 재배하고 있다.
호프만 씨는 영국의 농작물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도시농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샐러드 작물을 스페인·이탈리아·아프리카 등에서 대량 수입한다. 그 결과 식품의 장거리 이동으로 많은 연료가 낭비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영국의 샐러드 공급 체인이 무너진 적도 있어 식량 자체 생산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로업은 향후 대형 슈퍼마켓과의 직거래를 통해 작물의 유통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공습 대피소가 농장으로 탈바꿈
영국의 또 다른 농업 스타트업 기업 그로잉 언더그라운드(Growing Underground)는 런던 최초의 지하 농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런던 남부 클램햄 지역의 터널이었던 이곳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습 대피소로, 70년의 세월이 흘러 런던 시민들에게 싱싱한 작물을 제공하는 대규모 도시형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티븐 드링 씨와 리처드 발라드 씨는 영국 소비자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로 100피트(30m)나 아래로 내려간 이 농장은 수직 농법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광이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 없어 지상과 달리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루 18시간 동안 조명을 켜두고 있고 식물의 종류에 따라 6~29일 후 수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작물을 포장해 런던 중심부 코벤트가든의 시장으로 보내는데 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하 농장에서는 현재 셀러리·무·완두콩·겨자과식물·고수 등 약 20가지 종류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고 이를 뉴코벤트가든마켓·버러마켓 등 런던 전역의 시장과 도매상에 공급하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인 오카도는 2017년부터 지하 농장에서 생산된 샐러드 다섯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이 계약에 대해 당시 창업자들은 에너지를 소량 사용해 재배된 친환경 공법의 작물이 소비자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유통망을 갖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런던의 레스토랑 셰프들도 지하 농장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초소형 작물인 ‘마이크로 그린’을 선호한다. 이러한 어린잎 식물류는 비록 크기는 작지만 섬세하게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하는데 제격이라는 평이다.
현재 지하 농장 측은 기존 ‘지상’ 농장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창업자들은 많은 농부들이 해당 기술을 배우기를 원하고 있고 농부들이 비정상적인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미래 농업 시스템의 한 방편으로 수직 농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유럽의 젊은 창업가들이 ‘도심 속에서 농사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재배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위로 화분을 쌓는 수직 농장(vertical farm) 기법을 활용해 농작물과 소비자 간의 유통 거리를 좁히고 있다.
도시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새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들은 ‘지속 가능한 샐러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시 농장(urban farming) 트렌드를 환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영국이다. 런던 기반의 스타트업 그로업(Grow up)은 경영 컨설턴트 출신 케이트 호프만 씨와 생물학을 전공한 톰 웹스터 씨가 2013년 설립한 도시농업 기업이다.
◆‘어류와 식물’ 함께 키우는 순환형 농법
런던 출신인 호프만 씨는 음식의 출처에 관심이 높은 도시 소비자들에게 거주지와 가까운 농장에서 생산된 작물을 선보이고 싶다는 점 때문에 2015년부터 런던 동부 벡턴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도시농업을 본격 시작했다.
그로업이 창업 초기부터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이다. 이는 어류와 식물을 함께 키우는 물고기 양식과 수경법(토양 대신 물과 영양액으로 식물 재배)을 결합한 순환형 친환경 기술이다.
그로업은 현재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배설물과 유기물을 식물 쪽으로 보내고 식물 뿌리가 정화한 물을 다시 어항으로 보내 물고기를 자라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때 그로업은 물고기의 먹이와 펌프 및 온수 사용을 위한 에너지 외에는 어떠한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로업이 운영 중인 유니트 84라는 농장에는 현재 12개의 탱크가 있다. 이곳에 약 400마리의 틸라피아 물고기가 있다. 이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양식법을 통해 1년 내내 상태 좋은 생선을 얻을 수 있고 에너지 효율적인 환경 속에서 잎이 풍성한 샐러드 작물들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농장에서 성장한 물고기는 한 태국 음식점 체인의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고 농작물도 도매 업체로 넘겨져 온·오프라인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로업이 주목하는 또 다른 기술은 수직 농법이다. 이는 미래 식량난에 대비한 기술이라는 평가 때문에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도시처럼 인구 대비 농지가 부족한 곳에서 작물이 담긴 화분을 실내에 층별로 쌓아 올릴 수 있어 도시 공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내 재배 방식이어서 자연 채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해 식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그로업은 아쿠아포닉스와 수직 농법을 통해 고수·바질 등 풍미를 더하고 그릇을 장식할 수 있는 작고 예쁜 식물을 주로 재배하고 있고 양배추나 어린잎 채소 등 슈퍼마켓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샐러드류를 재배하고 있다.
호프만 씨는 영국의 농작물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도시농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샐러드 작물을 스페인·이탈리아·아프리카 등에서 대량 수입한다. 그 결과 식품의 장거리 이동으로 많은 연료가 낭비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영국의 샐러드 공급 체인이 무너진 적도 있어 식량 자체 생산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로업은 향후 대형 슈퍼마켓과의 직거래를 통해 작물의 유통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공습 대피소가 농장으로 탈바꿈
영국의 또 다른 농업 스타트업 기업 그로잉 언더그라운드(Growing Underground)는 런던 최초의 지하 농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런던 남부 클램햄 지역의 터널이었던 이곳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습 대피소로, 70년의 세월이 흘러 런던 시민들에게 싱싱한 작물을 제공하는 대규모 도시형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티븐 드링 씨와 리처드 발라드 씨는 영국 소비자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로 100피트(30m)나 아래로 내려간 이 농장은 수직 농법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광이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 없어 지상과 달리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루 18시간 동안 조명을 켜두고 있고 식물의 종류에 따라 6~29일 후 수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작물을 포장해 런던 중심부 코벤트가든의 시장으로 보내는데 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하 농장에서는 현재 셀러리·무·완두콩·겨자과식물·고수 등 약 20가지 종류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고 이를 뉴코벤트가든마켓·버러마켓 등 런던 전역의 시장과 도매상에 공급하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인 오카도는 2017년부터 지하 농장에서 생산된 샐러드 다섯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이 계약에 대해 당시 창업자들은 에너지를 소량 사용해 재배된 친환경 공법의 작물이 소비자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유통망을 갖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런던의 레스토랑 셰프들도 지하 농장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초소형 작물인 ‘마이크로 그린’을 선호한다. 이러한 어린잎 식물류는 비록 크기는 작지만 섬세하게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하는데 제격이라는 평이다.
현재 지하 농장 측은 기존 ‘지상’ 농장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창업자들은 많은 농부들이 해당 기술을 배우기를 원하고 있고 농부들이 비정상적인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미래 농업 시스템의 한 방편으로 수직 농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