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비핵화 및 평화체제 확립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 마련’이 관건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될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이르면 5월 중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작년 한 해 동안 지속됐던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로 높아진 한반도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심스레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합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잇단 제재로 북한도 ‘사면초가’
계속된 군사적 도발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현재까지 대북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UNSCR)이 총 10차례나 채택됐다. 미국도 작년 8월 북한 제재 현대화법 제정과 재무부 자산통계청을 통한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 명단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같은 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행정명령을 통해 지정된 북한 관련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재산을 동결하는 강도 있는 조치를 내렸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 북한의 경제 여건은 어려워졌다. 특히 수출은 작년에 직전 연도 대비 36.8% 감소한 가운데 전체 수출의 86.3%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50% 넘게 급감했다. 수입 역시 작년 8월 이후 급감한 가운데 경제개발 재원인 북한에 대한 투자도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봉쇄됐다.
이 때문에 ‘국가 핵 무력 완성’과 ‘경제 발전’이라는 ‘병진 노선(two track)’ 전략을 추구해 오던 북한으로선 핵 무력 완성 결과를 토대로 한 높은 협상력을 활용해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제재 완화 필요성이 증대됐다. 최우선 목표였던 ‘국가 핵 무력 완성’은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했다.
과거 주요국 사례를 돌이켜보면 핵 무력 완성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협상력이 높아졌던 사례가 확인됐다. 1950년대부터 핵 개발에 나섰던 중국은 1970년대 소련과 수정주의 논쟁을 통해 사이가 벌어진 이후 핵 개발을 본격화해 1985년 개발 완성, 1992년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본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펼쳤다.
미국도 대외 정책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는 미국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 왔던 정책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전략적 개입’을 통해 대북 정책에서 기존 오바마 정부의 ‘고립과 무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 노선을 택할 것을 암시해 왔다.
현재 미국에는 북한이 핵폭탄을 탑재한 ICBM을 미국으로 겨냥한 ‘정상 각도’로 시험 발사하는 것은 금지선(red line)이다. 작년 11월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언제든지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게 된 상황이어서 ‘고립과 무시’가 아닌 ‘개입과 해결’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 국민 의식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국 갤럽의 2016년 2월 조사에서 응답자 중 16%만이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꼽았지만 올 2월에는 51%로 높아졌다. 올해 11월 중간선거 승리는 물론 재선을 바라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외교적인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 논의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 김정은 위원장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 발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제재 완화가 최대 목표다. 두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남한·미국은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타협점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이 시장에 미쳤던 영향 미미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합의 역시 자연스럽게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회담은 2002~2007년 연평균 34회에서 2008~2012년 5.3회로 줄어들다가 2013년 이후 북한의 핵 실험 재개로 개성공단 폐쇄 등이 주로 논의돼 남북 관계가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로서는 그동안 위축됐던 남북 관계에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상회담 정례화 추진 △핫라인 유지 △실무 협의를 위한 고위급 회담 마련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화 예술 부문의 교류 협력 등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경험을 비춰봤을 때 이번 정상회담이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 회담이 있었던 2000년대 초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세계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에 초기에 나타났던 심리적인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2차 회담이 열렸던 2007년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주가와 원화 가치가 소폭 상승했지만 그 후 홍수 피해로 정상회담 연기를 요청하자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 자체만으로는 금융시장에 기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오히려 협상 기대감으로부터 비롯된 단기적 자산 가격 상승과 되돌림 현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확립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고 북한의 이행 성과가 꾸준히 확인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축소해 주가 상승 등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핵화 및 평화체제 확립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 마련’이 관건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될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이르면 5월 중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작년 한 해 동안 지속됐던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로 높아진 한반도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심스레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합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잇단 제재로 북한도 ‘사면초가’
계속된 군사적 도발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현재까지 대북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UNSCR)이 총 10차례나 채택됐다. 미국도 작년 8월 북한 제재 현대화법 제정과 재무부 자산통계청을 통한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 명단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같은 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행정명령을 통해 지정된 북한 관련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재산을 동결하는 강도 있는 조치를 내렸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 북한의 경제 여건은 어려워졌다. 특히 수출은 작년에 직전 연도 대비 36.8% 감소한 가운데 전체 수출의 86.3%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50% 넘게 급감했다. 수입 역시 작년 8월 이후 급감한 가운데 경제개발 재원인 북한에 대한 투자도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봉쇄됐다.
이 때문에 ‘국가 핵 무력 완성’과 ‘경제 발전’이라는 ‘병진 노선(two track)’ 전략을 추구해 오던 북한으로선 핵 무력 완성 결과를 토대로 한 높은 협상력을 활용해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제재 완화 필요성이 증대됐다. 최우선 목표였던 ‘국가 핵 무력 완성’은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했다.
과거 주요국 사례를 돌이켜보면 핵 무력 완성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협상력이 높아졌던 사례가 확인됐다. 1950년대부터 핵 개발에 나섰던 중국은 1970년대 소련과 수정주의 논쟁을 통해 사이가 벌어진 이후 핵 개발을 본격화해 1985년 개발 완성, 1992년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본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펼쳤다.
미국도 대외 정책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는 미국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 왔던 정책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전략적 개입’을 통해 대북 정책에서 기존 오바마 정부의 ‘고립과 무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 노선을 택할 것을 암시해 왔다.
현재 미국에는 북한이 핵폭탄을 탑재한 ICBM을 미국으로 겨냥한 ‘정상 각도’로 시험 발사하는 것은 금지선(red line)이다. 작년 11월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언제든지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게 된 상황이어서 ‘고립과 무시’가 아닌 ‘개입과 해결’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 국민 의식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국 갤럽의 2016년 2월 조사에서 응답자 중 16%만이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꼽았지만 올 2월에는 51%로 높아졌다. 올해 11월 중간선거 승리는 물론 재선을 바라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외교적인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 논의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 김정은 위원장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 발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제재 완화가 최대 목표다. 두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남한·미국은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타협점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이 시장에 미쳤던 영향 미미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합의 역시 자연스럽게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회담은 2002~2007년 연평균 34회에서 2008~2012년 5.3회로 줄어들다가 2013년 이후 북한의 핵 실험 재개로 개성공단 폐쇄 등이 주로 논의돼 남북 관계가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로서는 그동안 위축됐던 남북 관계에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상회담 정례화 추진 △핫라인 유지 △실무 협의를 위한 고위급 회담 마련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화 예술 부문의 교류 협력 등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경험을 비춰봤을 때 이번 정상회담이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 회담이 있었던 2000년대 초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세계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에 초기에 나타났던 심리적인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2차 회담이 열렸던 2007년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주가와 원화 가치가 소폭 상승했지만 그 후 홍수 피해로 정상회담 연기를 요청하자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 자체만으로는 금융시장에 기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오히려 협상 기대감으로부터 비롯된 단기적 자산 가격 상승과 되돌림 현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확립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고 북한의 이행 성과가 꾸준히 확인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축소해 주가 상승 등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