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vs 셀트리온’… 엎치락뒤치락 ‘바이오 대장주’ 전쟁

[스페셜리포트 : ‘바이오 대장주’ 전쟁]
-실적은 셀트리온 월등히 앞서…삼성바이오, 흑자전환 성공 후 빠르게 추격 중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33조5457억원 vs 33조5290억원. 4월 19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다. 불과 167억원 차이다. 현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간발의 차’로 앞서 있지만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바이오 대장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월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8조5470억원으로 셀트리온(37조1670억원)을 꺾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시총) 3위에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셀트리온의 시총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6개월 만에 ‘시총’ 순위 역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데뷔 전부터 화려했다. 우선 기업공개(IPO) 규모가 무려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로 글로벌 바이오 부문을 통틀어 역대 2위 수준에 달했을 정도다.

상장 이후 주가 상승 곡선도 가팔랐다. 2016년 11월 10일 주당 13만6000원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현재 50만원을 넘어섰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은 9조5270억원이었다. 현재 시총(33조5457억원)과 비교하면 그 덩치가 4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상장 1년도 안 된 2017년 10월 유가증권시장 시총 7위에 올라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월 6일 포스코를 밀어내고 시총 5위로 올라서는가 싶더니 4월이 시작되자마자 ‘시총 3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줄곧 ‘코스닥 시총 1위’를 고수해 오던 셀트리온은 2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단숨에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이 결정되기 전까지 1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셀트리온은 이후 주가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1월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16일을 기점으로 당시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바이오 시총 1위’를 유지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당시 시총 26조1021억원)를 제치고 ‘바이오 시총 1위’에 올랐다. 당시 셀트리온의 시총은 26조8571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이후 셀트리온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시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셀트리온의 회계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급상승하며 4월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셀트리온을 다시 한 번 ‘역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주가는 ‘바이오주 회계 이슈’가 커지면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시총이 모두 소폭 하락하며 나란히 ‘유가증권시장 시총 4위’와 ‘5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이 셀트리온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며 ‘바이오 대장주’ 자리를 둘러싼 싸움이 향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비 자산화’ 삼성바이오가 훨씬 낮아

사실 2017년 실적만 놓고 비교해 보면 셀트리온이 한 수 위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압도한다.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항체 신약 개발 사업을 하는 셀트리온은 연결 기준으로 2017년 매출 9490억원, 영업이익 522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만 4007억원이다.

창사 이후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2016년과 비교하면 매출(6705억원)은 41.53%, 영업이익(2496억원)은 무려 109.06% 급증했다.

셀트리온의 실적을 견인한 양 날개는 ‘램시마’와 ‘트룩시마’다. 자가면역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와 혈액암 치료용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최근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 등에서 판매가 증가하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2017년 바이오시밀러 등 제품 매출은 7714억원으로 전년 5293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원가는 오히려 전년에 비해 120억원 정도 떨어졌다. 55%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의 배경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최근 6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2022년까지 특허가 반려되는 주요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이 28개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도 50%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탁생산(CMO)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연결 기준 매출 4646억원, 영업이익 65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970억원 적자다. 셀트리온과 비교해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8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본 것이다. 2016년에 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익계산서는 상당히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만 해도 전년(2946억원) 대비 57.7%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6년 304억원 적자에서 2017년 창사 이후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도 2016년(-176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1공장(3만 리터)이 100% 가동되면서 생산성이 개선된 데다 제2공장(15만2000리터) 가동률도 40%에서 60%대 수준으로 상승하며 영업 실적 개선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해 준공된 제3공장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제

3공장(18만 리터)이 올해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수준인 36만 리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르면 2019년부터 제4공장 신축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2022년부터 제4공장이 본격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에 올라선 후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신약 개발 업체로 변모해 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개발 업체’로 변모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업체는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다. 2017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실적이 개선된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었지만 2015년부터 관계사로 분류, 연결 실적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을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신약 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시장 공략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회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7년 매출 3151억원, 영업이익 마이너스 10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3.6% 늘어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작품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의 유럽 시장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덕분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5% 줄어들었는데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비 증가가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율을 비교해 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셀트리온은 총 2270억원의 연구·개발비 중 1688억원을 자산 처리했다. 579억원을 비용 처리해 자산화율은 74.4%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3.9%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개발비 2216억원 중 786억원을 자산 처리해 35.5% 정도의 자산화율을 보였다. 1430억원을 비용 처리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30% 정도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무형자산화 비율이 높다고 모두 그 회사의 기업 가치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신약 개발에 이미 성공해 출시된 제품이 있는 업체는 무형 자산화 비율이 높다고 해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향후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보수적인 회계 정책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퍼스트 무버’ vs ‘패스트 팔로워’

‘최후의 진검 승부’는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주도권 경쟁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출발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셀트리온에 비해 한 발 늦었지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으로만 보면 아직은 차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가치’를 반영하는 시총에서는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다.

삼성이 바이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2012년은 셀트리온이 창업 10여 년 만에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로 그해다.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들도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던 복제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후발 주자로 출사표를 내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오젠과의 전폭적인 협력을 발판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높여 갔다.

2015년 첫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베네팔리’에 이어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이 만든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락사비’ 개발에 성공, 현재 유럽 시장 공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애브비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임랄디’의 유럽 시장 판매를 앞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상승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빠르게 셀트리온을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최강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를 뜻하는 이른바 ‘퍼스트 무버’ 제품을 3종이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인 ‘램시마’는 지난해 4분기 유럽에서 5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을 넘어섰다. 바이오시밀러가 단일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선 것은 램시마가 최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향후 국내 바이오 업종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두 회사가 생산량 경쟁을 벌이며 시장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얼마나 뛰어난 효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개발하느냐가 향후 두 기업의 승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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