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금융 위기 이후 9년 만의 변화…대규모 신규 분양 물량으로 전셋값 하락 지속될 듯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전세 시장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전셋값 하락이 시작됐고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네 달 연속 0.02%씩 떨어지던 것이 3월에는 0.04%, 4월에는 0.07%로 낙폭이 확대됐다. 전월 대비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국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2009년 2월 이후 9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조짐은 2017년부터 감지됐다.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셋값 비율이 2016년 6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2017년 3월 75.7%를 끝으로 내리막을 탔다.
◆ 주식과는 다른 주택 시장
물론 전셋값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전셋값 비율이라는 것이 전셋값을 매매가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분자인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분모인 매매가가 오르면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 4억원이 들어 있는 5억원짜리 집(전셋값 비율 80%)이 2년 후 전셋값이 4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매매가는 6억원으로 올랐다면 전셋값 비율은 75%로 낮아진다. 이때 전셋값 비율이 떨어졌지만 전셋값 자체는 5000만원 올랐기 때문에 비율의 낙폭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6개월간 나타나고 있는 전셋값 비율 하락은 다르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체 주택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이 줄고 있다.
주택 시장은 주식시장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다른 시장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개인 투자자들이든 기관투자가들이든 돈을 외부에서 조달해 주식시장으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통계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그동안 모아 뒀던 돈을 합해 집을 사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주택 시장에 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만 보면 주식시장이나 주택 시장이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는 다른 것이 있다. 주식은 본인이 싫으면 투자하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억지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 주택 시장은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택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집을 사면 보유자, 사지 않으면 세입자로 나뉘면서 시장의 참여자로 들어간다. 주식시장의 시장 참여가 선택 사항이라면 주택 시장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이라는 뜻이다.
전세금이든 월세든 올려주고 싶어 하는 세입자는 없다. 하지만 집을 사기 전까지는 임대 시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 전체로 보면 전세 보증금이 오르면 오른 만큼 주택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가 자신의 통장을 깨 그 돈을 마련하든, 전세 자금 대출을 받든 외부의 돈이 주택 시장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아도 집 주인은 아쉬울 것이 없다. 전세금이 오른 만큼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고 자신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금을 이용해 재투자에 나설 수도 있다.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집값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다. 주택 시장을 분석할 때 단순히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의 동향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는 전세 시장이 장기적으로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매매 시장 활기로 전세 시장 위축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전셋값이 6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998년 외환위기 때의 10개월 연속 하락이나 2004년 카드대란 때 9개월 연속 하락 기록에 버금가는 하락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왜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을까. ‘역전세란의 역습’에 대해 한 달 전에 썼던 글에서도 자세히 나와 있듯이 전세 시장의 수급이 깨졌기 때문이다.
첫째, 지난 몇 년간 매매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세입자 중 일부가 집을 사는 데 동참했다. 그런데 세입자 중 일부가 집을 샀다는 의미는 임대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둘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임대 시장에 전세 물건이 많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왔던 분양 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전세 시장은 어찌 될까. 전셋값 추이가 하향세를 보이는 원인은 앞서 세 가지로 밝혔다. 그런데 앞의 첫째·둘째 원인과 마지막 셋째 원인은 조금 다르다. 첫째와 둘째 원인은 전세 시장의 수급 문제라고 하면 셋째 원인인 주택 시장 전체의 공급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전세 시장 전망에 대입해 보면 앞의 두 원인은 점점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셋째 원인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2월과 3월은 거래량이 폭주했던 기록적인 달이다.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시장에 매물이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팔려는 사람만 늘어난다고 거래가 늘지는 않는다.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는 판 사람뿐만 아니라 산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만약 사람이 실수요자라면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역할(첫째 원인)을 한 것이고 산 사람이 다주택자라면 전세 공급이 늘어나는 역할(둘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3월이나 4월에 전세 시장 하락 폭이 커진 것은 2월이나 3월의 매매 거래량 급증에 따른 일시적인 원인도 가세했기 때문이다. 매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임대 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 금융 위기 이후 9년 만의 변화…대규모 신규 분양 물량으로 전셋값 하락 지속될 듯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전세 시장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전셋값 하락이 시작됐고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네 달 연속 0.02%씩 떨어지던 것이 3월에는 0.04%, 4월에는 0.07%로 낙폭이 확대됐다. 전월 대비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국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2009년 2월 이후 9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조짐은 2017년부터 감지됐다.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셋값 비율이 2016년 6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2017년 3월 75.7%를 끝으로 내리막을 탔다.
◆ 주식과는 다른 주택 시장
물론 전셋값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전셋값 비율이라는 것이 전셋값을 매매가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분자인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분모인 매매가가 오르면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 4억원이 들어 있는 5억원짜리 집(전셋값 비율 80%)이 2년 후 전셋값이 4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매매가는 6억원으로 올랐다면 전셋값 비율은 75%로 낮아진다. 이때 전셋값 비율이 떨어졌지만 전셋값 자체는 5000만원 올랐기 때문에 비율의 낙폭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6개월간 나타나고 있는 전셋값 비율 하락은 다르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체 주택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이 줄고 있다.
주택 시장은 주식시장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다른 시장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개인 투자자들이든 기관투자가들이든 돈을 외부에서 조달해 주식시장으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통계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그동안 모아 뒀던 돈을 합해 집을 사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주택 시장에 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만 보면 주식시장이나 주택 시장이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는 다른 것이 있다. 주식은 본인이 싫으면 투자하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억지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 주택 시장은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택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집을 사면 보유자, 사지 않으면 세입자로 나뉘면서 시장의 참여자로 들어간다. 주식시장의 시장 참여가 선택 사항이라면 주택 시장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이라는 뜻이다.
전세금이든 월세든 올려주고 싶어 하는 세입자는 없다. 하지만 집을 사기 전까지는 임대 시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 전체로 보면 전세 보증금이 오르면 오른 만큼 주택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가 자신의 통장을 깨 그 돈을 마련하든, 전세 자금 대출을 받든 외부의 돈이 주택 시장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아도 집 주인은 아쉬울 것이 없다. 전세금이 오른 만큼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고 자신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금을 이용해 재투자에 나설 수도 있다.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집값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다. 주택 시장을 분석할 때 단순히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의 동향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는 전세 시장이 장기적으로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매매 시장 활기로 전세 시장 위축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전셋값이 6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998년 외환위기 때의 10개월 연속 하락이나 2004년 카드대란 때 9개월 연속 하락 기록에 버금가는 하락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왜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을까. ‘역전세란의 역습’에 대해 한 달 전에 썼던 글에서도 자세히 나와 있듯이 전세 시장의 수급이 깨졌기 때문이다.
첫째, 지난 몇 년간 매매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세입자 중 일부가 집을 사는 데 동참했다. 그런데 세입자 중 일부가 집을 샀다는 의미는 임대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둘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임대 시장에 전세 물건이 많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왔던 분양 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전세 시장은 어찌 될까. 전셋값 추이가 하향세를 보이는 원인은 앞서 세 가지로 밝혔다. 그런데 앞의 첫째·둘째 원인과 마지막 셋째 원인은 조금 다르다. 첫째와 둘째 원인은 전세 시장의 수급 문제라고 하면 셋째 원인인 주택 시장 전체의 공급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전세 시장 전망에 대입해 보면 앞의 두 원인은 점점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셋째 원인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2월과 3월은 거래량이 폭주했던 기록적인 달이다.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시장에 매물이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팔려는 사람만 늘어난다고 거래가 늘지는 않는다.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는 판 사람뿐만 아니라 산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만약 사람이 실수요자라면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역할(첫째 원인)을 한 것이고 산 사람이 다주택자라면 전세 공급이 늘어나는 역할(둘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3월이나 4월에 전세 시장 하락 폭이 커진 것은 2월이나 3월의 매매 거래량 급증에 따른 일시적인 원인도 가세했기 때문이다. 매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임대 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