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속 화장품 소개로 첫발…‘시리즈’로 열혈 팬 확보”

[커버스토리: '1000만 명을 움직이는 나' 인플루언서 시대] -‘뷰티 유튜버’ 씬님...솔직한 입담과 과감한 메이크업으로 인기몰이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솔직한 입담과 과감한 메이크업으로 140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씬님(28·본명 박수혜)’은 최근 들어 더욱 바빠졌다. 그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스튜디오 씬’의 업무를 포함해 회사 경영, 신규 사업 론칭, 강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씬님이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제가 가장 즐거운 순간은 카메라 앞에 설 때죠. 전 무대가 체질인 것 같아요”
씬님은 처음부터 방송을 본업으로 여긴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1인 방송은 그저 재미있는 취미였다.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 1회성 게스트로 출연하며 만난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관계자가 직접 제작한 영상을 올려보라고 제안했어요. 제 스마트폰을 갖고 주변 친구들의 파우치 속 화장품을 소개하는 코너였죠.”
짧게 찍은 영상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생각해 냈고 업로드를 시작했다. “처음 영상을 올린 게 2013년이었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죠.”
◆1인 크리에이터에서 어엿한 기업 CEO로
씬님은 2018년 5월 기준 140만 구독자(유튜브 기준)를 보유한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시대다. 쏟아지는 1인 콘텐츠 사이에서 자신이 가진 경쟁력에 대해 씬님은 ‘기획력과 제작 능력’을 강조했다.
올해 3월 씬님은 ‘새내기 위크’란 제목의 여러 방송을 진행했다. 50종의 술을 리뷰하기도 하고 새내기를 위한 저렴한 화장품을 추천하며 자취방을 구하는 노하우를 전했다. “뷰티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방송 아이템을 뷰티에 한정지으려고 하진 않아요. 제 채널을 구독하는 독자들을 계속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만 하죠.”
기존 구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콜라보 위크’ 시리즈를 통해 7명의 유튜버와 함께 합동 방송을 진행했다.
“밴쯔와는 먹방을, 이사배와는 화장품 리뷰를 했죠. 시리즈의 조회 수와 댓글을 분석해 보니 잘 만든 시리즈 1편을 본 구독자들은 다음 편으로 이어지고 매 시간 영상 업로드를 기다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모두 씬님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최근엔 ‘스튜디오 씬’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조직 개편으로 ‘기획팀’이 새로 생겼어요. 그들과 함께 제 아이디어를 다듬기도 하고 팀원들이 가지고 온 아이디어를 채택해 영상으로 만들기도 해요.”
스튜디오 씬의 식구들은 파트타임 직원을 포함해 총 12명이다. 이 중 다섯 명은 사업에 좀 더 깊게 관여하고 있다. 시작은 1인 크리에이터였지만 지금은 어엿한 회사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99%의 제작 능력과 1%의 재능
지금 이 순간에도 인플루언서계는 ‘뉴 페이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중은 새로운 얼굴에게 신선함을 느낀다. 유튜버가 셀러브리티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도 초창기 인기 유튜버들의 조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씬님도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자 한다. ‘씬님’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유효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6월 ‘커밋뷰티 페스티벌’을 주최하게 됐어요. 미국의 온라인 비디오 콘퍼런스 ‘비드콘’에서 영감을 얻었죠.” 이 페스티벌에서는 씬님을 포함한 20여 명의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팬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의 애장품 공개, 퍼스널 컬러 진단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인플루언서들과 그들의 팬들을 위한 축제의 장인 셈이다.
인플루언서의 형태가 진화하고 있다. 씬님의 표현에 따르면 최근 들어 ‘3세대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회사 차원에서 ‘육성’됐다.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만 편집이나 촬영은 대형 회사 인력들이 맡아 준다. 이들의 등장은 MCN 기업들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MCN은 인플루언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분명 인플루언서에게 MCN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광고가 들어오는 시기인데 저도 초창기에는 기업과 어떻게 계약을 해야 할지 몰라 애를 태웠어요.” 초기에는 씬님도 기업들과 계약할 때 전문 지식이 없어 고생해야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MCN의 특징은 인플루언서가 가장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 기업들도 인플루언서를 좌지우지하기 어려워져요. 인플루언서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인플루언서가 인기를 얻자 직접 인플루언서에 도전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들에게 씬님이 전하는 메시지는 ‘카메라의 앞만 보지 말고 뒤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되는 인기 인플루언서들의 수입이나 유명 화장품 회사들이 협찬해 주는 걸 보면서 ‘나도 유튜버나 할까’라고 쉽게 말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 뒤에는 정말 수많은 제작 과정이 필요해요.”
씬님은 좋은 인플루언서의 조건으로 ‘99%의 제작 능력과 1%의 재능’을 꼽았다. “탁월한 제작 능력은 기본이고 수많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빛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어요. 화려하지만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성공 비결쌩얼 공개도 불사하는 털털함과 재치 넘치는 입담 뷰티를 기본으로 확장시킨 다양한 콘텐츠로 열혈 팬층 확보 ‘스튜디오 씬’의 체계화된 방송 제작 시스템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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