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가려면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파이비 실라나우키 핀란드 보건복지부 행정장관, 헬스 케어 성장의 동력은 ‘데이터’

(사진)파이비 실라나우키 핀란드 보건복지부 행정장관.(/이정흔 기자)
[한경비즈니스(헬싱키)=이정흔 기자]“새로운 기술의 수혜를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미래의 오일’이죠.”
핀란드의 헬스 케어 혁신을 소개하는 내내 정부·학계·기업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부분이 있다. 핀란드 헬스 케어 시장의 강점은 바로 핀란드 국민들의 의학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있다.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가 아무렇지도 않게 유출되는 이 시대에 ‘치명적이고 민감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게 정말 안전할까. 핀란드 보건복지부의 파이비 실라나우키 행정장관이 이 물음에 직접 답했다.
-핀란드 정부가 그리는 미래의 의료 혁신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 지금 핀란드는 매우 ‘흥미로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에 따라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혁신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고 이를 실질적인 서비스로 구현해 줄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을 갖고 있어요. 이를 통해 핀란드 국민 모두가 통합된 디지털 의료 플랫폼을 쉽게 접근하고 자신들의 의료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까지 추구하고 있죠.”
-핀란드 국민이 민감할 수 있는 의료 정보 제공에 쉽게 동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단기간에 쌓은 것이 아니에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신중하게 쌓아 온 핀란드의 자산입니다. 핀란드 국민은 적어도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 주기로 약속한 혜택을 실제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어요.
왜냐하면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혜택을 받아 온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효용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핀란드 국민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는 핀젠 프로젝트와 같은 거대한 실험이 가능한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데이터 보안에서 100% 안전하다는 것이 가능합니까.
“데이터 보안은 정부가 가장 중요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입니다. (웃음) 그만큼 우수한 IT 인력들이 많다는 얘기죠. 적어도 보안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100% 안심할 수는 없죠.
더욱이 의료 데이터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데이터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고 핀란드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보안 기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겁니다.
법률적으로도 헬스 케어 데이터의 활용과 관련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된 개인 정보 보호 규정(GDPR)에도 당연히 부합할 만큼의 수준이고요. ”
-의료 정보의 ‘2차적 활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관련 법이 마련돼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의료 데이터의 1차적 활용(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진단·치료 목적의 데이터 활용)에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향후 핀란드 의료복지 시스템을 질병의 진단이 아닌 ‘삶의 질 차원에서 질병의 예방’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의료 정보의 2차적 활용(환자가 아닌 익명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차원의 의료 데이터 활용)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서 ‘의료 데이터의 2차적 활용에 관한 법률’이 논의 중에 있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세계 최초’가 될 겁니다.”
-정부 부처 간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고용경제부는 핀란드의 헬스 케어 스타트업들이 초기에 자본금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한 ‘펀딩 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요. 헬스 케어 혁신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들이 필요한 만큼 이와 관련한 교육문화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요.”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입니다. 현재 핀란드의 가장 큰 사회적 고민은 무엇입니까.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고립감이 큰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 시대는 기술 발전으로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뒤처지면서 ‘핀란드 사회의 일원’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누구 한사람 뒤처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의료복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 ‘종합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회복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하는 역할 또한 변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도 정답을 모릅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단계니까요. 다만 그 정답을 찾아나가기 위해서는 ‘해 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핀젠 프로젝트와 같은 거대한 실험이 진행될 수 있었던 이면에도 이와 같은 핀란드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겁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생태계’ 차원에서 학계와 비즈니스업계의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들이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안전판 역할’을 해줘야겠죠.”
◆파이비 실라나우키 판란드 보건복지부 행정장관은?
파이비 실라나우키 행정장관은 의사이자 의학박사다. 공공보건의료 매니지먼트 전문가다. 탐페레대에서 MBA 고위경영자과정을 마쳤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국제적인 조직들에 참여하며 사회복지 의료 건강 시스템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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