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호’ 닻 올린 한전, 경영 혁신 어떻게?

-노타이 결재·파격 인사 등 ‘소통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올해 4월 새롭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수장이 된 김종갑 사장의 경영 혁신이 주목 받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한 가운데 업무 처리 방식 역시 소통과 효율성 위주로 빠르게 개편해 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후 관료적 성격이 강했던 한전 내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임원 인사를 내부 공모 형태로 진행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한전의 실적


현재 한전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정부의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으로 발전소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전력 구입비 부담이 커졌다. 이 가운데 국제 유가까지 상승해 실적이 고꾸라졌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9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 손실 1294억원을 기록하며 4년여 만에 분기 기준 적자 전환됐다. 김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비상 경영을 선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사장은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모든 부서가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시점까지 ‘비상 경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비상 경영에 들어간 것은 2013년 이후 약 5년 만의 일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현재 한전은 자체적으로 아낄 수 있는 내부 경비 줄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비상 경영에 돌입하면서 김 사장은 내부 업무 방식도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격식보다 효율성을 중심으로 업무를 개편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한전 직원들은 김 사장 취임 이후 달라진 점으로 ‘노타이 결재’를 꼽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갈 때 반드시 넥타이를 착용해야 했다. 따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전 내부의 ‘암묵적 규칙’ 중 하나였다.


한전 관계자는 “그동안 넥타이를 풀고 근무하다가 결재할 일이 생기면 넥타이를 다시 매고 상사에게 결재를 받았다”며 “이를 본 김 사장이 외부 관계자와 만날 때는 격식을 갖추더라도 내부에서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결재 받도록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종이 문서를 대폭 줄인 것도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 중 하나다. 작성한 보고서를 종이 문서로 출력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시간 절약 차원에서 굳이 출력할 필요가 없는 보고서는 e메일을 통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런 방침들이 민간 기업에서는 당연하고 평범한 일일지 몰라도 관료적인 성격이 강한 한전 같은 공기업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내부에서도 좋은 평
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파격적인 임원 인사 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한전은 최근 국내부사장·기획본부장·해외부사장·영업본부장 등 상임이사와 본사 관리본부장·상생협력본부장·해외사업본부장·원전수출본부장 등 임원을 ‘내부 공개 모집’ 형태로 진행했다.

한전에 따르면 이번 임원 공모에서 인사 대상자들은 1지망부터 3지망까지 가고 싶은 곳의 우선순위를 써내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이 같은 본부장급 인사는 한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한전 본부장급 인사는 사장이 일방적으로 추천한 뒤 인사 검증과 주주총회 등을 거쳐 최종 임명해 왔다.


◆파격적인 임원 인사 도입해 눈길

김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사 대상자들로부터 보직 의향서를 받은 뒤 직접 개별 면접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남 나주 본사, 서울 양재동 아트센터 등에서 면접을 모두 마치고 최종 인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중 본부장급 인사를 결정하고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에 공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김 사장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일자리 창출, 원자력발전소 수출, 에너지밸리 육성에 따른 지역 경제 기여 등을 한전의 경영 가치로 제시하며 한전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하이닉스 흑자 전환 이끈 주인공…관료 출신으로 경영 능력도 인정받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를 이끄는 수장답게 김종갑 사장이 걸어온 길은 화려하다. 김 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 제1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통상산업부 미주통상담당관·통상협력심의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산업기술국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산업자원부 1차관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떠난 그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사장에 올랐다.

김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을 맡으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악영향으로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김 사장은 하이닉스의 구조조정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진두지휘하며 흑자 전환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2011년부터 한전 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글로벌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의 한국지사 회장을 맡아 국내 사업을 이끌었다. 민·관을 두루 경험한 만큼 취임 전부터 한전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이 한전에서도 십분 발휘돼 한전이 실적 부진의 늪을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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