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재산, 잘못 샀다 소송 휘말린다

-신중한 매수 필수…종중 대표자 권한 믿지 말아야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 C는 A종중 대표인 B의 말만 믿고 다른 확인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종중의 해당 부동산을 매수했다.


그 후 한 통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해당 부동산은 종중 대표 B가 종중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C에게 매도한 것이니 B의 부동산 처분행위는 무효이며 현재 A종중이 법원에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C는 꼼짝없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종중 재산 함부로 매매하면 ‘횡령죄’


‘종중’이란 공동 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 집단을 의미한다. 종중의 성립에 특별한 조직 행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종중이 종중의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해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있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단체성을 인정해 준다. 그리고 이러한 종중의 목적, 즉 제사를 봉양하고 종중원의 구제 등의 목적에 제공되는 종산(宗山) 등 자산을 일괄해 ‘종중 재산’이라고 한다.


종중 재산은 종중의 목적 수행에 제공되는 재산이다. 그러므로 그 권리는 본래 종중 그 자체에 속하고 종원 각자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관리 및 처분에 관해 먼저 종중 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그 점에 관한 종중 규약이 없으면 종중 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하는 바,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한 처분행위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위 사안에서 C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따라서 C와 같이 종중 재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일단 종중 대표가 적법한 대표자인지, 처분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처분에 관해 종중 총회의 결의를 거치거나 종중 규약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 종중원이나 종중 임원들에게 해당 부동산의 처분과 관련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한편 A종중이 그 소유 부동산을 종중원 D에게 명의 신탁했는데 D가 이를 C에게 매도했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신탁하는 것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반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중의 경우에는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종중 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따라서 종중의 부동산을 명의 신탁 받은 종원이 이를 제삼자에게 매도할 때 종중 총회를 거쳤는지 여부, 제삼자가 매수하려는 부동산이 명의 신탁된 종중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삼자는 유효하게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종중 소유 부동산을 명의 신탁 받은 종원이 이를 임의로 제삼자에게 매매했다면 종원이 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종중 소유 부동산을 매수하는 자 역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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