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CEO 선발, GE는 ‘6년’ 한국 기업은 두 달 만에 ‘뚝딱’
입력 2018-05-15 09:54:57
수정 2018-05-15 09:54:57
[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잘 짜인 승계 프로그램 없다 보니 ‘무난한’ 인물만 선택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저는 중견 제조기업의 대주주입니다. 아버지로부터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 경영에 참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 일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가 조만간 경영에서 손을 떼면 회사를 책임지고 맡아 줄 전문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누구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할지 논의하고 있는데 내부에 적임자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회사의 역사가 꽤 길기 때문에 아버지와 경영을 함께해 온 임원들이 적지 않아 이들 중 한 명에게 경영 책임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경영하면 아버지와 크게 다를 게 없고 어쩌면 아버지보다 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려고 하는데 믿고 맡길 사람을 제때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급합니다. 어떻게 해야 경영에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좋은 CEO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기업 경영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합니다. 역사적으로 누가 경영 책임을 맡느냐에 따라 진퇴가 달라진 기업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CEO를 선정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보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CEO를 너무 쉽게 결정합니다. 길어야 두세 달 만에, 어떤 때는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뚝딱 선정하고 맙니다. 그것도 오너나 지배 주주, 이사회 구성원 몇몇의 생각에 끌려갈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과 가깝거나 혹은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CEO가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이렇게 선임된 CEO 중 일부는 임직원의 지지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얘기가 아닙니다. 포스코나 KT, 금융지주회사처럼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그렇습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대기업과 이렇다 할 최대 주주가 없는 금융회사는 CEO가 선임될 때마다 정치적 외압이나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CEO가 퇴진하면 급하게 회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됩니다. 그 후 선임 절차에 들어가 몇 번의 회의와 후보자 인터뷰 끝에 두세 달 만에 후다닥 새 CEO를 만들어 버립니다. 더구나 오너가 있는 대기업에서는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이들 기업에도 이사회가 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오너의 생각대로 CEO가 정해집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의 CEO 선발 과정은 한국과 전혀 다릅니다. 대표적인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입니다. GE는 CEO 선발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는 CEO의 임기가 끝나기 6년 전에 차기 CEO 선정 작업에 착수합니다. 회사 안팎에서 20여 명의 후보를 추린 뒤 치밀하게 검증합니다. 최종 후보로 뽑힌 3~4명에게 회사의 주요 사업을 맡겨 운영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또 CEO가 수시로 만나 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합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의 CEO 선임은 오랜 기간 동안 까다로운 평가와 검증을 거쳐 이뤄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비전과 문화에 대한 내부 토론을 거쳐 합의가 이뤄진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CEO 선임은 단순히 CEO를 뽑는 게 아니라 회사의 성장 발전 전략을 세우고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현재의 전략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바꿀 것인지,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죠. 이때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경영전략을 고민합니다. 새 CEO는 이때 합의된 전략을 보완하고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게 됩니다.
전문가들이 한국 기업들에 하루빨리 CEO 승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CEO 승계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한순간에 ‘CEO 사관학교’로 불리는 GE처럼 CEO를 뽑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춘 뒤 그 시스템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체계적 절차를 거쳐 CEO를 뽑는 회사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즉흥적으로 대충 뽑는 회사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CEO를 잘 뽑으려면 자격 조건부터 정립해야 합니다. 즉 CEO가 임기 중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회사를 키우는 과제가 아니라 현재 회사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게 CEO의 과제이니까요. 따라서 CEO가 갖춰야 할 역량이란 것도 당연히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면 기술에 안목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거나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재무적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하겠지요. 또 디자인 개선이 절실하다면 디자인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핵심 과제라면 인재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겁니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나 자격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능력 달라야
둘째, 자격 조건에 맞는 후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내부에서 발탁할 것인지,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더 적합한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에서 성과를 거둔 CEO는 대부분이 내부에서 성장했습니다. 조직이나 사업, 내부의 경영 현안을 잘 알고 있어 그만큼 준비가 잘돼 있으니까요. 조직의 비전이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직원의 사기 진작과 동기 유발효과 측면에서도 내부 인사가 경영 책임을 맡는 게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외부 인재에 대해 문을 닫아걸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회사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면 외부 인재가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회사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고 새로운 해법으로 회사의 현안을 풀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기존 인재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기존 전략을 유지한다면 내부 출신을 선택하는 게 맞겠지만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발탁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내부 인사를 쓴다면 다양한 부서를 거쳐 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면 가급적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아무리 유능해도 갑작스럽게 선장을 맡겨 배의 항해를 책임지게 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외부인 같은 내부인이거나 내부인 같은 외부인이라면 내부인과 외부인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쉬울 겁니다.
셋째, 철저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후보자들이 회사가 원하는 리더십과 역량을 발휘하면서 회사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내부 인사라면 다양한 직무를 맡기고 여러 상황에 노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자들에게 과제를 부여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경쟁이 심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업부를 담당하게 만든다든지, 꼬여 있는 현안을 맡겨 후보자가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지요. 해외로 발령 내 다른 경영 환경에서 조직과 사업을 이끌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외부 인사라면 평판조회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윤리성이나 투명성 같은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전 직장의 동료나 거래처,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또 수익 창출 능력은 충분한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 가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인 관계를 잘 맺고 있는지와 조직 관리 경험, 전문 지식, 인적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상력, 결단력, 조직 적응 능력, 정보 획득과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세요. 이 밖에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시스템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서두르면 건성으로 검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GE가 CEO 임기가 끝나기 몇 년 전부터 후보자를 선정해 검증을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귀하도 시간이 있다면 특별팀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검증하세요. 시간이 많지 않거나 검증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면 헤드헌팅 회사 같은 외부 전문 기관에 검증을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내부 인사일수록 검증을 더 까다롭게 하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외부 인사보다 내부 인사 검증에서 실수가 많이 발생합니다. 내부 인사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 인사처럼 엄격하게 검증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잘 운영될 때는 검증이 유명무실해지기 십상입니다.
◆CEO 육성 제도’는 반드시 필요
일부 후보자들의 부정적 태도는 검증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들은 “내가 오랫동안 회사에 근무하면서 CEO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검증됐다는 얘긴데 무슨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내부 인사의 검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외부 전문 기관에 검증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CEO 승계는 단순히 권한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문화와 경영 노하우 같은 무형자산을 후계자에게 전수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이번 기회에 CEO의 체계적 승계와 선정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면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잘 짜인 승계 프로그램 없다 보니 ‘무난한’ 인물만 선택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저는 중견 제조기업의 대주주입니다. 아버지로부터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 경영에 참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 일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가 조만간 경영에서 손을 떼면 회사를 책임지고 맡아 줄 전문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누구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할지 논의하고 있는데 내부에 적임자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회사의 역사가 꽤 길기 때문에 아버지와 경영을 함께해 온 임원들이 적지 않아 이들 중 한 명에게 경영 책임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경영하면 아버지와 크게 다를 게 없고 어쩌면 아버지보다 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려고 하는데 믿고 맡길 사람을 제때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급합니다. 어떻게 해야 경영에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좋은 CEO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기업 경영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합니다. 역사적으로 누가 경영 책임을 맡느냐에 따라 진퇴가 달라진 기업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CEO를 선정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보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CEO를 너무 쉽게 결정합니다. 길어야 두세 달 만에, 어떤 때는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뚝딱 선정하고 맙니다. 그것도 오너나 지배 주주, 이사회 구성원 몇몇의 생각에 끌려갈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과 가깝거나 혹은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CEO가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이렇게 선임된 CEO 중 일부는 임직원의 지지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얘기가 아닙니다. 포스코나 KT, 금융지주회사처럼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그렇습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대기업과 이렇다 할 최대 주주가 없는 금융회사는 CEO가 선임될 때마다 정치적 외압이나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CEO가 퇴진하면 급하게 회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됩니다. 그 후 선임 절차에 들어가 몇 번의 회의와 후보자 인터뷰 끝에 두세 달 만에 후다닥 새 CEO를 만들어 버립니다. 더구나 오너가 있는 대기업에서는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이들 기업에도 이사회가 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오너의 생각대로 CEO가 정해집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의 CEO 선발 과정은 한국과 전혀 다릅니다. 대표적인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입니다. GE는 CEO 선발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는 CEO의 임기가 끝나기 6년 전에 차기 CEO 선정 작업에 착수합니다. 회사 안팎에서 20여 명의 후보를 추린 뒤 치밀하게 검증합니다. 최종 후보로 뽑힌 3~4명에게 회사의 주요 사업을 맡겨 운영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또 CEO가 수시로 만나 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합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의 CEO 선임은 오랜 기간 동안 까다로운 평가와 검증을 거쳐 이뤄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비전과 문화에 대한 내부 토론을 거쳐 합의가 이뤄진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CEO 선임은 단순히 CEO를 뽑는 게 아니라 회사의 성장 발전 전략을 세우고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현재의 전략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바꿀 것인지,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죠. 이때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경영전략을 고민합니다. 새 CEO는 이때 합의된 전략을 보완하고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게 됩니다.
전문가들이 한국 기업들에 하루빨리 CEO 승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CEO 승계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한순간에 ‘CEO 사관학교’로 불리는 GE처럼 CEO를 뽑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춘 뒤 그 시스템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체계적 절차를 거쳐 CEO를 뽑는 회사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즉흥적으로 대충 뽑는 회사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CEO를 잘 뽑으려면 자격 조건부터 정립해야 합니다. 즉 CEO가 임기 중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회사를 키우는 과제가 아니라 현재 회사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게 CEO의 과제이니까요. 따라서 CEO가 갖춰야 할 역량이란 것도 당연히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면 기술에 안목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거나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재무적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하겠지요. 또 디자인 개선이 절실하다면 디자인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핵심 과제라면 인재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겁니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나 자격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능력 달라야
둘째, 자격 조건에 맞는 후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내부에서 발탁할 것인지,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더 적합한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에서 성과를 거둔 CEO는 대부분이 내부에서 성장했습니다. 조직이나 사업, 내부의 경영 현안을 잘 알고 있어 그만큼 준비가 잘돼 있으니까요. 조직의 비전이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직원의 사기 진작과 동기 유발효과 측면에서도 내부 인사가 경영 책임을 맡는 게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외부 인재에 대해 문을 닫아걸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회사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면 외부 인재가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회사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고 새로운 해법으로 회사의 현안을 풀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기존 인재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기존 전략을 유지한다면 내부 출신을 선택하는 게 맞겠지만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발탁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내부 인사를 쓴다면 다양한 부서를 거쳐 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면 가급적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아무리 유능해도 갑작스럽게 선장을 맡겨 배의 항해를 책임지게 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외부인 같은 내부인이거나 내부인 같은 외부인이라면 내부인과 외부인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쉬울 겁니다.
셋째, 철저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후보자들이 회사가 원하는 리더십과 역량을 발휘하면서 회사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내부 인사라면 다양한 직무를 맡기고 여러 상황에 노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자들에게 과제를 부여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경쟁이 심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업부를 담당하게 만든다든지, 꼬여 있는 현안을 맡겨 후보자가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지요. 해외로 발령 내 다른 경영 환경에서 조직과 사업을 이끌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외부 인사라면 평판조회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윤리성이나 투명성 같은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전 직장의 동료나 거래처,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또 수익 창출 능력은 충분한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 가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인 관계를 잘 맺고 있는지와 조직 관리 경험, 전문 지식, 인적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상력, 결단력, 조직 적응 능력, 정보 획득과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세요. 이 밖에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시스템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서두르면 건성으로 검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GE가 CEO 임기가 끝나기 몇 년 전부터 후보자를 선정해 검증을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귀하도 시간이 있다면 특별팀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검증하세요. 시간이 많지 않거나 검증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면 헤드헌팅 회사 같은 외부 전문 기관에 검증을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내부 인사일수록 검증을 더 까다롭게 하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외부 인사보다 내부 인사 검증에서 실수가 많이 발생합니다. 내부 인사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 인사처럼 엄격하게 검증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잘 운영될 때는 검증이 유명무실해지기 십상입니다.
◆CEO 육성 제도’는 반드시 필요
일부 후보자들의 부정적 태도는 검증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들은 “내가 오랫동안 회사에 근무하면서 CEO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검증됐다는 얘긴데 무슨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내부 인사의 검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외부 전문 기관에 검증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CEO 승계는 단순히 권한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문화와 경영 노하우 같은 무형자산을 후계자에게 전수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이번 기회에 CEO의 체계적 승계와 선정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면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