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링크’ 선언한 네이버, 구체적 방안은 “…”
입력 2018-05-18 21:29:17
수정 2018-05-18 21:29:17
-완전한 댓글 조작 봉쇄는 ‘불가능’…언론사 어뷰징 차단할 자체 가이드라인 필요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네이버가 결국 ‘아웃링크’ 카드를 꺼내들었다. 4월 발표했던 1차 댓글 개편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자 2주 만에 새로운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아웃링크가 개편의 핵심이라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웃링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미지수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언론사들도 아웃링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 세계 3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언론사 홈페이지 의존도가 가장 낮은 국가다. 디지털 뉴스 소비자들이 기사를 볼 때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이는 36개국 중 하위권인 일본(16%)이나 프랑스(21%)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뉴스 소비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포털의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제안해 왔다. 그중 하나가 ‘아웃링크’ 도입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5월 9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뉴스 댓글에 대한 추가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나섰다.
◆네이버, “3분기부터 뉴스 편집서 손 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웃링크 도입 선언이었다. 한 대표는 “아웃링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전재료(뉴스 정보 제공료) 바탕의 비즈니스 계약,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언론사들의 엇갈리는 의견으로 일괄적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지만 언론사들과의 개별 협의를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네이버는 향후 뉴스 편집을 하지 않고 공간과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로 한 걸음 물러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뉴스 댓글 논란에 대한 근본적 문제로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소수의 기사에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를 꼽았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앞으로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의 첫 화면으로 재편한다.
첫 화면에 뉴스가 배치돼 특정 기사에 과도하게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역시 ‘실시간급상승 검색어’도 첫 화면에 제공되지 않고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개편안은 3분기 내에 적용된다.
사용자들이 언론사의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새롭게 신설될 ‘뉴스판(가칭)’으로 이동해야 한다. ‘뉴스판’은 모바일에서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둘째 화면에 자리한다.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한 뉴스가 언론사별로 노출되고 사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사용자 개인 관심사에 초점 맞춘 ‘뉴스피드판(가칭)’도 신설된다. 여기에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추천 기술 에어스(AiRS)가 적용된다.
댓글 정책도 바뀐다. 네이버 측은 “뉴스 댓글 영역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와 독자들 간의 소통 창구인 점을 감안해 언론사가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계정(ID) 사용에 대한 이상 패턴을 면밀히 감지해 이상 징후에 대한 계정 보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매크로 공격에 대해서는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
이 밖에 △소셜 계정의 댓글 작성 제한 △동일 전화번호로 가입한 계정들을 통합한 댓글 제한 △반복성 댓글 제한 △비행기 모드를 통한 IP 변경 방식에 대한 통신사에 협조 요청 등을 통해 댓글 어뷰징(비슷한 글을 반복적으로 베껴서 올리는 행위) 시도에 대한 대응을 보다 강화한다.
한편 네이버에 이어 포털별 뉴스 점유율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음은 아웃링크 도입을 당장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5월 10일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아웃링크에 대해서는 “이용자 편익과 생태계 관점에서 지켜보고 판단할 생각”이라며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 소비의 핵심, ‘네이버’와 ‘모바일’
네이버가 참고하겠다고 언급한 ‘구글식 아웃링크’는 사용자가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의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포털 내에서 뉴스를 보고 읽는 ‘인링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현재 네이버가 모든 기사를 인링크로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가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하는 페이지는 PC에서의 ‘네이버 뉴스’ 페이지와 모바일 메인뉴스 편집판이다. 검색 결과에서는 ‘콘텐츠 제휴사’ 124곳이 인링크로, ‘검색 제휴’한 언론사 485곳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이번 개선안에서 네이버가 참고하겠다고 밝힌 구글은 모바일 검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에서 뉴스를 모아 배열하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래픽이 언론사로 연결되기 때문에 구글은 이에 대한 전재료를 언론사에 제공하지 않는다.
구글은 뉴스 전문 서비스인 ‘뉴스 스탠드’도 운영하는데 여기에서는 언론사가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선택할 수 있고 인링크도 언론사에 전재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인링크 기사에 노출되는 광고 중 최소한 30%는 ‘구글이 판매한 광고(Google-Sold Ads)’이며 구글은 이 광고비의 50%를 언론사에 제공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해 야권에서는 국내 포털의 뉴스 공급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포털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7개나 발의됐는데 결국 핵심은 ‘아웃링크’로의 전환이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털의 기사 제공 시스템을 아웃링크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된 신문법 개정안을 4월 4일 발의했다. 뒤이어 4월 25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아웃링크 도입 의무화와 기사 검색 순위 조작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 또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신문협회는 4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박성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현행 포털의 뉴스 서비스 방식인 ‘인링크’는 담론 시장의 건강성과 저널리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정안의 보완이 필요한 대목을 밝혔는데 “구글과 같이 검색을 통한 매개, 기사 제목과 리드 노출을 통한 매개 등 그 방식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포털을 중심으로 한 뉴스 소비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와 ‘모바일’ 집중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사에서 1주일 동안 한 번도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응답 비율이 PC에서는 87.8%, 모바일에서는 73.9%였다. 이들 중 모바일에서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는 비율은 무려 88.3%였다. 이렇게 이미 고착화된 포털의 ‘뉴스 권력’을 해소하려면 네이버가 아웃링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아웃링크 도입은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아웃링크를 도입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을 언론사 홈페이지로 무작정 이끌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웃링크가 몇 가지 불편한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 노출되는 수많은 배너 광고가 기사의 가독성을 해친다. 또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접속 시간이 인링크보다 오래 걸린다.
여기에 그동안 포털 한곳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데 익숙했던 소비자들이 아웃링크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하나의 뉴스’만 소비한 후 다시 네이버로 돌아오는 구조가 고착될 것이란 얘기다.
◆아웃링크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아웃링크 도입을 주장한 것은 댓글 여론 조작을 막자는 의도다. 아웃링크 방식이 도입된다면 댓글 조작을 차단할 수 있을까. 5월 2일 열린 ‘포털 인 or 아웃 토론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되면 댓글이 분산돼 여론 조작 집중이 어려워지고 포털은 댓글 조작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만약 아웃링크가 도입되면 기사 댓글 게시 허용 여부, 허용 시 댓글 게시 방식이나 정렬 기준, 차단 정책이 언론사 방침에 따라 제각각 달라진다. 신 의원은 “댓글은 각 언론사의 책임이 될 테지만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댓글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매크로를 통한 댓글 게시, 추천 수, 공감·비공감 조작 가능성은 링크 전환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아웃링크로 전환되더라도 댓글 조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포털에 집중된 댓글 여론을 분산할 수 있고 언론사가 댓글 편집을 통해 또 하나의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전체 기사의 10%만 댓글을 달 수 있고 댓글 노출 여부도 편집자가 결정한다. 각 언론사의 정책에 따라 댓글도 편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웃링크로 전환되면 네이버는 언론사에 전재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수익’의 관점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아웃링크 도입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신문협회는 언론사의 수익성에 대한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웃링크 의무화 법안에는 찬성하지만 세부적으로 추가돼야 할 사안이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포털에서 서비스되는 뉴스 기사는 이용자를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라며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매개하더라도 포털의 광고 수익을 뉴스 콘텐츠 생산자와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구글이 ‘미디어 산업에 3년간 3억 달러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구글 뉴스 사이트에 게재되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배분하는 것을 예로 들며 “아웃링크로 전환하더라도 기사 제목과 리드에 붙는 광고는 구글처럼 광고 수익의 일정 비율을 언론사에 배분(구글은 매체 70%, 구글 30%)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웃링크’가 도입되기 전 언론사도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언론사가 차별화된 뉴스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선정적·낚시성 제목, 어뷰징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성숙 대표도 기자 간담회에서 PC 네이버 첫 화면의 아웃링크 뉴스 서비스였던 ‘뉴스캐스트’를 운영했던 2009년을 예로 들었다. 당시 낚시성 광고나 선정적 광고, 악성코드 감염 등의 역기능으로 사용자에게 불편을 줬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용자 보호를 위한 글로벌 수준의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네이버가 이번 아웃링크 논란과 관련해 제휴 언론사 70개에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답변을 준 70%의 언론사 중 절반이 ‘유보적’이라는 방침을 취했다는 것이다. ‘아웃링크’를 찬성한 매체는 1곳이었고 나머지는 ‘인링크’를 원했다.
‘유보적’이라는 답변은 아웃링크 도입에 대해 언론사들 또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또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 네이버가 내놓은 대안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이대호 교수는 “현재까지 네이버의 대응 방안을 보면 최대한 여론에 반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언론사의 반발을 사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규섭 교수는 “최종 방향은 구글처럼 ‘전면 오픈’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언론사별로 아웃링크와 인링크를 혼재하도록 하기보다 모든 언론사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낚시성 제목이나 어뷰징을 걸러낼 수 있는 언론사와 포털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과거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운영하던 때보다는 빅데이터 기술이나 AI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선정적 기사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5월 9일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아웃링크(outlink)
검색한 정보를 클릭하면 정보를 제공한 원래의 사이트로 직접 이동해 검색된 결과도 보여주는 방식을 말한다. 검색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구글의 새로워진 뉴스 앱은?
AI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 뉴스 제시
네이버가 ‘구글식 아웃링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날, 구글이 새로워진 뉴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얻고 있다. 5월 8일 시작된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8’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편집’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피차이 CEO는 “구글은 사용자들이 구글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기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속보가 있는 순간에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내세우는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구글은 AI를 활용해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보여주고 해당 주제에 대한 전체적 관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특히 새로운 뉴스 앱은 ‘구글플레이 뉴스스탠드’와 ‘모바일 뉴스&날씨 앱’을 통합했다. AI가 사용자를 파악해 관심사, 거주 지역, 주요 헤드라인 기준에 맞춰 ‘추천(For You)’ 탭에서 뉴스 5개를 요약해 보여준다. 또 이미지와 동영상을 결합한 ‘뉴스캐스트’를 통해 가독성도 높이도록 했다.
구글 관계자는 새로운 구글 뉴스에 대해 “AI를 활용해 전 세계 언론인이 작성한 양질의 기사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에게 중요한 주제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뉴스 앱은 5월 셋째 주 내 세계 127개국에 출시된다.
mjlee@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네이버가 결국 ‘아웃링크’ 카드를 꺼내들었다. 4월 발표했던 1차 댓글 개편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자 2주 만에 새로운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아웃링크가 개편의 핵심이라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웃링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미지수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언론사들도 아웃링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 세계 3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언론사 홈페이지 의존도가 가장 낮은 국가다. 디지털 뉴스 소비자들이 기사를 볼 때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이는 36개국 중 하위권인 일본(16%)이나 프랑스(21%)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뉴스 소비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포털의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제안해 왔다. 그중 하나가 ‘아웃링크’ 도입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5월 9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뉴스 댓글에 대한 추가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나섰다.
◆네이버, “3분기부터 뉴스 편집서 손 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웃링크 도입 선언이었다. 한 대표는 “아웃링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전재료(뉴스 정보 제공료) 바탕의 비즈니스 계약,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언론사들의 엇갈리는 의견으로 일괄적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지만 언론사들과의 개별 협의를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네이버는 향후 뉴스 편집을 하지 않고 공간과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로 한 걸음 물러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뉴스 댓글 논란에 대한 근본적 문제로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소수의 기사에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를 꼽았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앞으로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의 첫 화면으로 재편한다.
첫 화면에 뉴스가 배치돼 특정 기사에 과도하게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역시 ‘실시간급상승 검색어’도 첫 화면에 제공되지 않고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개편안은 3분기 내에 적용된다.
사용자들이 언론사의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새롭게 신설될 ‘뉴스판(가칭)’으로 이동해야 한다. ‘뉴스판’은 모바일에서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둘째 화면에 자리한다.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한 뉴스가 언론사별로 노출되고 사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사용자 개인 관심사에 초점 맞춘 ‘뉴스피드판(가칭)’도 신설된다. 여기에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추천 기술 에어스(AiRS)가 적용된다.
댓글 정책도 바뀐다. 네이버 측은 “뉴스 댓글 영역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와 독자들 간의 소통 창구인 점을 감안해 언론사가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계정(ID) 사용에 대한 이상 패턴을 면밀히 감지해 이상 징후에 대한 계정 보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매크로 공격에 대해서는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
이 밖에 △소셜 계정의 댓글 작성 제한 △동일 전화번호로 가입한 계정들을 통합한 댓글 제한 △반복성 댓글 제한 △비행기 모드를 통한 IP 변경 방식에 대한 통신사에 협조 요청 등을 통해 댓글 어뷰징(비슷한 글을 반복적으로 베껴서 올리는 행위) 시도에 대한 대응을 보다 강화한다.
한편 네이버에 이어 포털별 뉴스 점유율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음은 아웃링크 도입을 당장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5월 10일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아웃링크에 대해서는 “이용자 편익과 생태계 관점에서 지켜보고 판단할 생각”이라며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 소비의 핵심, ‘네이버’와 ‘모바일’
네이버가 참고하겠다고 언급한 ‘구글식 아웃링크’는 사용자가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의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포털 내에서 뉴스를 보고 읽는 ‘인링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현재 네이버가 모든 기사를 인링크로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가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하는 페이지는 PC에서의 ‘네이버 뉴스’ 페이지와 모바일 메인뉴스 편집판이다. 검색 결과에서는 ‘콘텐츠 제휴사’ 124곳이 인링크로, ‘검색 제휴’한 언론사 485곳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이번 개선안에서 네이버가 참고하겠다고 밝힌 구글은 모바일 검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에서 뉴스를 모아 배열하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래픽이 언론사로 연결되기 때문에 구글은 이에 대한 전재료를 언론사에 제공하지 않는다.
구글은 뉴스 전문 서비스인 ‘뉴스 스탠드’도 운영하는데 여기에서는 언론사가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선택할 수 있고 인링크도 언론사에 전재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인링크 기사에 노출되는 광고 중 최소한 30%는 ‘구글이 판매한 광고(Google-Sold Ads)’이며 구글은 이 광고비의 50%를 언론사에 제공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해 야권에서는 국내 포털의 뉴스 공급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포털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7개나 발의됐는데 결국 핵심은 ‘아웃링크’로의 전환이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털의 기사 제공 시스템을 아웃링크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된 신문법 개정안을 4월 4일 발의했다. 뒤이어 4월 25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아웃링크 도입 의무화와 기사 검색 순위 조작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 또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신문협회는 4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박성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현행 포털의 뉴스 서비스 방식인 ‘인링크’는 담론 시장의 건강성과 저널리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정안의 보완이 필요한 대목을 밝혔는데 “구글과 같이 검색을 통한 매개, 기사 제목과 리드 노출을 통한 매개 등 그 방식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포털을 중심으로 한 뉴스 소비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와 ‘모바일’ 집중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사에서 1주일 동안 한 번도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응답 비율이 PC에서는 87.8%, 모바일에서는 73.9%였다. 이들 중 모바일에서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는 비율은 무려 88.3%였다. 이렇게 이미 고착화된 포털의 ‘뉴스 권력’을 해소하려면 네이버가 아웃링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아웃링크 도입은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아웃링크를 도입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을 언론사 홈페이지로 무작정 이끌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웃링크가 몇 가지 불편한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 노출되는 수많은 배너 광고가 기사의 가독성을 해친다. 또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접속 시간이 인링크보다 오래 걸린다.
여기에 그동안 포털 한곳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데 익숙했던 소비자들이 아웃링크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하나의 뉴스’만 소비한 후 다시 네이버로 돌아오는 구조가 고착될 것이란 얘기다.
◆아웃링크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아웃링크 도입을 주장한 것은 댓글 여론 조작을 막자는 의도다. 아웃링크 방식이 도입된다면 댓글 조작을 차단할 수 있을까. 5월 2일 열린 ‘포털 인 or 아웃 토론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되면 댓글이 분산돼 여론 조작 집중이 어려워지고 포털은 댓글 조작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만약 아웃링크가 도입되면 기사 댓글 게시 허용 여부, 허용 시 댓글 게시 방식이나 정렬 기준, 차단 정책이 언론사 방침에 따라 제각각 달라진다. 신 의원은 “댓글은 각 언론사의 책임이 될 테지만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댓글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매크로를 통한 댓글 게시, 추천 수, 공감·비공감 조작 가능성은 링크 전환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아웃링크로 전환되더라도 댓글 조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포털에 집중된 댓글 여론을 분산할 수 있고 언론사가 댓글 편집을 통해 또 하나의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전체 기사의 10%만 댓글을 달 수 있고 댓글 노출 여부도 편집자가 결정한다. 각 언론사의 정책에 따라 댓글도 편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웃링크로 전환되면 네이버는 언론사에 전재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수익’의 관점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아웃링크 도입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신문협회는 언론사의 수익성에 대한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웃링크 의무화 법안에는 찬성하지만 세부적으로 추가돼야 할 사안이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포털에서 서비스되는 뉴스 기사는 이용자를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라며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매개하더라도 포털의 광고 수익을 뉴스 콘텐츠 생산자와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구글이 ‘미디어 산업에 3년간 3억 달러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구글 뉴스 사이트에 게재되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배분하는 것을 예로 들며 “아웃링크로 전환하더라도 기사 제목과 리드에 붙는 광고는 구글처럼 광고 수익의 일정 비율을 언론사에 배분(구글은 매체 70%, 구글 30%)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웃링크’가 도입되기 전 언론사도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언론사가 차별화된 뉴스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선정적·낚시성 제목, 어뷰징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성숙 대표도 기자 간담회에서 PC 네이버 첫 화면의 아웃링크 뉴스 서비스였던 ‘뉴스캐스트’를 운영했던 2009년을 예로 들었다. 당시 낚시성 광고나 선정적 광고, 악성코드 감염 등의 역기능으로 사용자에게 불편을 줬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용자 보호를 위한 글로벌 수준의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네이버가 이번 아웃링크 논란과 관련해 제휴 언론사 70개에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답변을 준 70%의 언론사 중 절반이 ‘유보적’이라는 방침을 취했다는 것이다. ‘아웃링크’를 찬성한 매체는 1곳이었고 나머지는 ‘인링크’를 원했다.
‘유보적’이라는 답변은 아웃링크 도입에 대해 언론사들 또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또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 네이버가 내놓은 대안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이대호 교수는 “현재까지 네이버의 대응 방안을 보면 최대한 여론에 반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언론사의 반발을 사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규섭 교수는 “최종 방향은 구글처럼 ‘전면 오픈’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언론사별로 아웃링크와 인링크를 혼재하도록 하기보다 모든 언론사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낚시성 제목이나 어뷰징을 걸러낼 수 있는 언론사와 포털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과거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운영하던 때보다는 빅데이터 기술이나 AI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선정적 기사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5월 9일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아웃링크(outlink)
검색한 정보를 클릭하면 정보를 제공한 원래의 사이트로 직접 이동해 검색된 결과도 보여주는 방식을 말한다. 검색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구글의 새로워진 뉴스 앱은?
AI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 뉴스 제시
네이버가 ‘구글식 아웃링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날, 구글이 새로워진 뉴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얻고 있다. 5월 8일 시작된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8’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편집’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피차이 CEO는 “구글은 사용자들이 구글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기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속보가 있는 순간에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내세우는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구글은 AI를 활용해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보여주고 해당 주제에 대한 전체적 관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특히 새로운 뉴스 앱은 ‘구글플레이 뉴스스탠드’와 ‘모바일 뉴스&날씨 앱’을 통합했다. AI가 사용자를 파악해 관심사, 거주 지역, 주요 헤드라인 기준에 맞춰 ‘추천(For You)’ 탭에서 뉴스 5개를 요약해 보여준다. 또 이미지와 동영상을 결합한 ‘뉴스캐스트’를 통해 가독성도 높이도록 했다.
구글 관계자는 새로운 구글 뉴스에 대해 “AI를 활용해 전 세계 언론인이 작성한 양질의 기사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에게 중요한 주제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뉴스 앱은 5월 셋째 주 내 세계 127개국에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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