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초연결성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의 첫째 원칙 ‘열혈팬 만들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어느 수입 차 브랜드가 고객 조사를 했다. 고객 만족도 90% 이상, 재구매 의향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매출은 늘지 않았다.
문제는 추천율이었다. 추천율이 마이너스 14%였던 것이다. 만족하는 고객은 많았지만 고객들 대부분은 침묵하는 고객이었다. 브랜드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추천해 주는 고객은 없었던 것이다.
◆‘팬’의 어원은 ‘열광’
(사진) 홈플러스는 디지털 센서를 통해 고객의 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보여주는 건강 카트를 선보였다. 이 건강 카트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사례로 꼽힌다. 컵 홀더·휴대전화 홀더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쇼핑객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20-80이라는 말이 있다. 브랜드 전체 고객의 2%에 달하는 팬(fan) 또는 사도 고객(apostle customer)이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추천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은 80%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 결과다.
위 두 가지 이야기는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팬의 구매 규모와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창출되는 매출 규모를 보여준다.
왜 이렇게 ‘팬’의 힘이 세졌을까. 바로 연결성의 힘 때문이다. 우리는 연결성 시대에 살면서 한 사람의 개인이 세상과 연결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한 개인이 올린 글이 공유할 가치만 있으면 빛의 속도로 세상에 순식간에 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감히 “침묵하는 다수의 고객보다 한 명의 팬이 낮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기업들도 이제는 단순한 고객 만족도가 아닌 팬의 ‘추천도’, 이른바 ‘팬심’을 측정하려고 한다. 그것이 NPS(Net Promoter Score)로 불리는 ‘고객순추천지수’다.
이 지수는 추천에서 비추천을 빼고 계산한다. P&G·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 만족도 대신 고객 관련 핵심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평균은 14다. 자포스·애플·아마존 등이 50을 넘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팬이라는 말은 영어 파나틱(fanatic)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말은 ‘광신도의’, ‘미친 듯한’, ‘열정적인’이라는 뜻이다. 캐나다의 신경학자 도널드 칸은 “이성은 의사결정을 만들지만 감성은 행동을 만든다”고 말했다.
원래 감성의 영어 표현인 이모션(emotion)의 어원은 모션(motion), 즉 ‘행동하다’에서 출발했다.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가슴속에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감동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떻게 팬을 만들까’는 ‘어떻게 감동을 만들까’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CIM(Customer Impression Management)이 그 방법이다. CIM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고객 이해에 기반해 고객에게 감동을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런 감동을 계속해 제공할 수 있는 조직 내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고객 이해는 고객에 대한 전인격적 이해와 활용을 전제로 한다. 과거에 ‘고객 이해’는 나이·성별·직업·소득수준·사는 곳 등의 단편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그것도 마케팅·영업·개발 부서 등이 모두 다른 고객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어로 가면이란 뜻의 페르소나는 목표 집단을 대변하는 가상의 고객을 말한다. 고객에 대해 단편적인 이해가 아닌 고객의 가치, 선호, 행동, 인생 목표 등 전인격적인 이해와 이 가상 고객의 전사적인 동일한 공유를 목표로 한다.
포드에서 유럽을 대상으로 피에스타라는 차량을 개발할 때 로마에 사는 28세의 안토넬라라는 여성의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피에스타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안토넬라가 좋아하는 차량의 색깔, 문의 높이, 마케팅 슬로건 등등 제품 개발에서 출시에 이르는 전 과정에 끊임없이 페르소나를 도입함으로써 피에스타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고객을 이해했으면 이제는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해야 한다. 감동은 기대 함수다. 어떤 기대도 없었는데 작지만 진정성 있는 가치를 제공 받았을 때와 또 다른 하나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큰 가치를 제공 받았을 때 감동이 온다.
기대가 없을 때 감동을 주는 작지만 진정성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라고 한다. 기대가 있을 때 그 기대를 뛰어넘는 큰 가치의 제공하는 방법을 ‘매크로 밸류 마케팅’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와 매크로 밸류 마케팅
진심을 담은 작은 가치의 제공을 통해 기대가 없을 때 고객에게 놀라움을 제공한다. 모닝이라는 경차가 있다.
오래전 이 차의 광고를 보면 ‘손톱이 부서지지 않는 손잡이’이라는 문구가 있다. 예전 자동차 문들은 손을 집어넣어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게 돼 있었다. 손을 집어넣는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알록달록한 긴 손톱들이 문을 열면서 부러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여성 고객들 본인들도 부러지지만 너무 일반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모닝은 손잡이 안쪽의 구멍을 깊게 파고 손잡이를 위아래 쪽에서 모두 당길 수 있는 ‘그립’ 형태로 만들었다. 여성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이런 세심한 배려의 결과 여심을 사로잡아 여성 고객이 모닝 전체 고객 중 약 60%를 차지할 정도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은 제품의 비본질적인 부분, 너무 작아 고객 본인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가치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을 놀라게 하고 그 결과 감동을 주는 마케팅이다.
오늘날 위대한 제품이 일상인 시대에는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적인 차별화는 참 어려운 부분인데 작은 가치의 차별화를 통해 이런 일을 해내는 것이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출발점은 관찰이다.
샤프란이라는 섬유 유연제가 있다. 섬유 유연제 시장의 본질적인 차별화는 그동안 ‘향’, ‘정전기 방지’, ‘옷을 얼마나 부드럽게 하는지’와 같은 가치들이 본질적이고 경쟁적 가치였다. 이 가치들에 대한 경쟁은 너무 치열하고 소비자들도 너무 익숙하다 보니 차별화가 어려웠다.
LG생활건강은 소비자 관찰을 통해 기존 섬유 유연제들이 약 3kg으로 너무 무거워 마트 진열대에서 꺼낼 때 너무 어렵고 집에서 사용할 때 무게가 무거워 잘못 따르거나 엎지르는 등의 불편함을 발견했다. 그래서 종이처럼 한 장씩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시트형 샤프란을 출시했고 섬유 유연제 시장에서 기존 경쟁 구도를 바꾸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사진) LG생활건강의 샤프란 아로마시트.
이런 관찰의 방법에는 고객 행동 자체를 관찰하는 방법과 관찰을 통해 행동의 동기와 맥락을 파악해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과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진정성’이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아이디어는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므로 진정성이 없다면 고객에게 쉽게 거부당하고 외면당할 수 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정글의 법칙’이라는 예능이 주춤하는 이유도 진정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이효리 민박집’이나 ‘삼시 세끼’와 같은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꾸밈없는 일상’이 가진 힘이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과 반대의 개념이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에 고객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고객의 관점을 아예 바꿔 버리는 가치의 전달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
◆‘진실의 순간’을 정확히 파악하라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과 관련한 ‘진실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이 말은 스페인 투우에서 소의 목에 마지막 칼을 찔러 넣는 순간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그 결정적인 순간 그것이 바로 진실의 순간이다.
이 진실의 순간을 마케팅에서는 그 제품에 대한 구매, 더 나아가서는 그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태도가 결정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두 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었다. 하나는 매장에서 제품을 처음 보는 순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제품을 구매해 본인이 제품을 느끼고 경험하는 순간 등 두 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었다.
이 진실의 순간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브랜드들이 이 과정에 차이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차이를 만들기 너무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이 두 번의 진실의 순간에 더해 0번째 진실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고객들이 제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 매장이 아닌 인터넷상이 돼버렸다. 그래서 그 순간을 과거 첫째 진실의 순간보다 더 빠르다고 해서 0번째 진실의 순간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반적으로는 세 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이 진실의 순간은 업종별로 다를 수 있다.
지난번 모 항공사 직원들과 얘기해 보니 0번째는 고객이 항공권을 검색하거나 문의하는 순간, 첫째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대면으로 항공사 승무원을 만나는 순간, 둘째는 비행기에 탑승해 좌석에 앉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이라고 얘기했다.
매크로 마케팅의 출발은 바로 이 진실의 순간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교수
-초연결성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의 첫째 원칙 ‘열혈팬 만들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어느 수입 차 브랜드가 고객 조사를 했다. 고객 만족도 90% 이상, 재구매 의향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매출은 늘지 않았다.
문제는 추천율이었다. 추천율이 마이너스 14%였던 것이다. 만족하는 고객은 많았지만 고객들 대부분은 침묵하는 고객이었다. 브랜드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추천해 주는 고객은 없었던 것이다.
◆‘팬’의 어원은 ‘열광’
(사진) 홈플러스는 디지털 센서를 통해 고객의 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보여주는 건강 카트를 선보였다. 이 건강 카트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사례로 꼽힌다. 컵 홀더·휴대전화 홀더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쇼핑객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20-80이라는 말이 있다. 브랜드 전체 고객의 2%에 달하는 팬(fan) 또는 사도 고객(apostle customer)이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추천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은 80%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 결과다.
위 두 가지 이야기는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팬의 구매 규모와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창출되는 매출 규모를 보여준다.
왜 이렇게 ‘팬’의 힘이 세졌을까. 바로 연결성의 힘 때문이다. 우리는 연결성 시대에 살면서 한 사람의 개인이 세상과 연결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한 개인이 올린 글이 공유할 가치만 있으면 빛의 속도로 세상에 순식간에 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감히 “침묵하는 다수의 고객보다 한 명의 팬이 낮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기업들도 이제는 단순한 고객 만족도가 아닌 팬의 ‘추천도’, 이른바 ‘팬심’을 측정하려고 한다. 그것이 NPS(Net Promoter Score)로 불리는 ‘고객순추천지수’다.
이 지수는 추천에서 비추천을 빼고 계산한다. P&G·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 만족도 대신 고객 관련 핵심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평균은 14다. 자포스·애플·아마존 등이 50을 넘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팬이라는 말은 영어 파나틱(fanatic)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말은 ‘광신도의’, ‘미친 듯한’, ‘열정적인’이라는 뜻이다. 캐나다의 신경학자 도널드 칸은 “이성은 의사결정을 만들지만 감성은 행동을 만든다”고 말했다.
원래 감성의 영어 표현인 이모션(emotion)의 어원은 모션(motion), 즉 ‘행동하다’에서 출발했다.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가슴속에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감동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떻게 팬을 만들까’는 ‘어떻게 감동을 만들까’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CIM(Customer Impression Management)이 그 방법이다. CIM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고객 이해에 기반해 고객에게 감동을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런 감동을 계속해 제공할 수 있는 조직 내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고객 이해는 고객에 대한 전인격적 이해와 활용을 전제로 한다. 과거에 ‘고객 이해’는 나이·성별·직업·소득수준·사는 곳 등의 단편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그것도 마케팅·영업·개발 부서 등이 모두 다른 고객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어로 가면이란 뜻의 페르소나는 목표 집단을 대변하는 가상의 고객을 말한다. 고객에 대해 단편적인 이해가 아닌 고객의 가치, 선호, 행동, 인생 목표 등 전인격적인 이해와 이 가상 고객의 전사적인 동일한 공유를 목표로 한다.
포드에서 유럽을 대상으로 피에스타라는 차량을 개발할 때 로마에 사는 28세의 안토넬라라는 여성의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피에스타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안토넬라가 좋아하는 차량의 색깔, 문의 높이, 마케팅 슬로건 등등 제품 개발에서 출시에 이르는 전 과정에 끊임없이 페르소나를 도입함으로써 피에스타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고객을 이해했으면 이제는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해야 한다. 감동은 기대 함수다. 어떤 기대도 없었는데 작지만 진정성 있는 가치를 제공 받았을 때와 또 다른 하나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큰 가치를 제공 받았을 때 감동이 온다.
기대가 없을 때 감동을 주는 작지만 진정성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라고 한다. 기대가 있을 때 그 기대를 뛰어넘는 큰 가치의 제공하는 방법을 ‘매크로 밸류 마케팅’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와 매크로 밸류 마케팅
진심을 담은 작은 가치의 제공을 통해 기대가 없을 때 고객에게 놀라움을 제공한다. 모닝이라는 경차가 있다.
오래전 이 차의 광고를 보면 ‘손톱이 부서지지 않는 손잡이’이라는 문구가 있다. 예전 자동차 문들은 손을 집어넣어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게 돼 있었다. 손을 집어넣는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알록달록한 긴 손톱들이 문을 열면서 부러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여성 고객들 본인들도 부러지지만 너무 일반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모닝은 손잡이 안쪽의 구멍을 깊게 파고 손잡이를 위아래 쪽에서 모두 당길 수 있는 ‘그립’ 형태로 만들었다. 여성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이런 세심한 배려의 결과 여심을 사로잡아 여성 고객이 모닝 전체 고객 중 약 60%를 차지할 정도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은 제품의 비본질적인 부분, 너무 작아 고객 본인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가치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을 놀라게 하고 그 결과 감동을 주는 마케팅이다.
오늘날 위대한 제품이 일상인 시대에는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적인 차별화는 참 어려운 부분인데 작은 가치의 차별화를 통해 이런 일을 해내는 것이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출발점은 관찰이다.
샤프란이라는 섬유 유연제가 있다. 섬유 유연제 시장의 본질적인 차별화는 그동안 ‘향’, ‘정전기 방지’, ‘옷을 얼마나 부드럽게 하는지’와 같은 가치들이 본질적이고 경쟁적 가치였다. 이 가치들에 대한 경쟁은 너무 치열하고 소비자들도 너무 익숙하다 보니 차별화가 어려웠다.
LG생활건강은 소비자 관찰을 통해 기존 섬유 유연제들이 약 3kg으로 너무 무거워 마트 진열대에서 꺼낼 때 너무 어렵고 집에서 사용할 때 무게가 무거워 잘못 따르거나 엎지르는 등의 불편함을 발견했다. 그래서 종이처럼 한 장씩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시트형 샤프란을 출시했고 섬유 유연제 시장에서 기존 경쟁 구도를 바꾸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사진) LG생활건강의 샤프란 아로마시트.
이런 관찰의 방법에는 고객 행동 자체를 관찰하는 방법과 관찰을 통해 행동의 동기와 맥락을 파악해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과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진정성’이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아이디어는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므로 진정성이 없다면 고객에게 쉽게 거부당하고 외면당할 수 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정글의 법칙’이라는 예능이 주춤하는 이유도 진정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이효리 민박집’이나 ‘삼시 세끼’와 같은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꾸밈없는 일상’이 가진 힘이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과 반대의 개념이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에 고객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고객의 관점을 아예 바꿔 버리는 가치의 전달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
◆‘진실의 순간’을 정확히 파악하라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과 관련한 ‘진실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이 말은 스페인 투우에서 소의 목에 마지막 칼을 찔러 넣는 순간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그 결정적인 순간 그것이 바로 진실의 순간이다.
이 진실의 순간을 마케팅에서는 그 제품에 대한 구매, 더 나아가서는 그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태도가 결정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두 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었다. 하나는 매장에서 제품을 처음 보는 순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제품을 구매해 본인이 제품을 느끼고 경험하는 순간 등 두 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었다.
이 진실의 순간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브랜드들이 이 과정에 차이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차이를 만들기 너무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이 두 번의 진실의 순간에 더해 0번째 진실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고객들이 제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 매장이 아닌 인터넷상이 돼버렸다. 그래서 그 순간을 과거 첫째 진실의 순간보다 더 빠르다고 해서 0번째 진실의 순간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반적으로는 세 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이 진실의 순간은 업종별로 다를 수 있다.
지난번 모 항공사 직원들과 얘기해 보니 0번째는 고객이 항공권을 검색하거나 문의하는 순간, 첫째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대면으로 항공사 승무원을 만나는 순간, 둘째는 비행기에 탑승해 좌석에 앉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이라고 얘기했다.
매크로 마케팅의 출발은 바로 이 진실의 순간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