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윤리적 논란에도 중국 다롄에서 연 5000개 섹스 로봇 생산 등 대중화 목전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로마 시대의 연애 시인으로 유명한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는 총 15권 분량의 250개 이야기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대서사 시집인 ‘변신 이야기’를 썼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룬 이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10권에는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나온다. 맞다. 교육심리학에서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는 실험자 효과로 많이 얘기되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그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조각가로, 여성 혐오증을 갖고 있었는데 직접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들어 그녀와 사랑을 나눴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소원을 빌어 조각 여인은 실제 사람으로 변하게 됐고 둘은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다.
이 이야기를 따라 가상의 이상적 존재에 탐닉하는 것을 가리킬 때 ‘피그말리오니즘(pygmalionism)’이라고 한다.
◆실리콘 소재, 37도의 인간 로봇
피그말리오니즘이 요즘 구체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섹스 로봇’이다. 한국에서는 포르노그래피가 불법이고 성인 용품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엄격해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섹스 로봇 산업은 머지않아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섹스 로봇의 출현은 포르노그래피 시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다. 2015년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포르노그래피 시장 규모는 970억 달러(110조원)에 이른다. 포르노그래피의 성장은 인터넷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은밀하면서도 편안하게 포르노그래피를 보는 사용자는 더욱 자극적이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섹스 로봇의 출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지 가격과 ‘진짜’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을지가 문제일 뿐 이 두 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섹스 로봇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섹스 로봇은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섹스 로봇을 보면 실리콘 소재로 피부의 질감을 표현하고 섭씨 영상 37도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인간의 피부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다.
특히 성기 부분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섹스 로봇을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는 트루컴패니언·리얼돌·신시아아마투스 등인데, 트루컴패니언은 이미 1993년 섹스 로봇을 처음 만들었을 정도로 오랜 섹스 로봇의 역사를 갖고 있고 리얼돌은 사실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섹스 로봇의 장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자기 스타일’인 이성 친구와 언제든지 섹스를 할 수 있게 준비돼 있다.
주문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피부색, 헤어스타일과 컬러, 눈과 눈썹 컬러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골라 하고 얼굴 표정으로 감정 표현도 할 수 있으며 오르가슴을 느끼기(느끼는 척)도 한다. 원하는 눈과 코, 심지어 얼굴을 바꿀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얼굴을 다르게 할 수도 있고 AI로 섹스 로봇의 목소리와 성격까지 바꿀 수 있으니 한 명이 아닌 수십 명의 파트너를 가진 셈이다.
게다가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섹스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체위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최근에는 AI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질투와 약간의 거절도 하는 등 제한적이지만 인간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을 대할 때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굳이 맞닥뜨릴 필요가 없다. 시간과 돈 그리고 관여·공감과 같은 심리적 요인까지 포함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가.
최근 일본의 청년 세대에게 불고 있는 ‘연애도 사치, 결혼도 사치’라고 믿는 ‘사토리(달관) 세대’에게 섹스 로봇은 인간 배우자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섹스 로봇이 가족 체계를 와해시킬까
하지만 바로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섹스 로봇은 필연적으로 개인과 인류에게 커다란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섹스 로봇이 가상현실(VR)과 연계해 진짜 같은 섹스 경험을 제공한다면 인간의 건강한 성적 행위는 사라질 수도 있다.
벌써 25년 전인 1993년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는 인간의 체액이 발생되는 섹스 행위를 비위생적인 것으로 간주해 금지했고 그 대신 뇌파를 활용한 자극을 나누는 방식인 사이버 섹스를 이상적인 것으로 묘사했다.
아직까지 현대의 기술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로봇이라는 대상물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니 진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로봇으로 더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네덜란드의 로봇공학연구소는 이미 2017년 35쪽에 걸친 보고서를 통해 섹스 로봇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것을 7개의 대주제를 통해 분석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섹스 로봇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지 않고 가족 체계가 붕괴되고 자녀를 갖지 않는 시대가 된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섹스 로봇이 음지에서 단지 소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다. 이미 몇몇 기업은 섹스 로봇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중국에 완공해 글로벌 마켓을 선점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저우의 한 공장에서는 매년 3000개, 다롄의 한 공장에서는 연 5000개의 섹스 로봇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섹스 로봇이 새로운 성매매 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섹스 로봇과 성행위를 하기 위해 시간당 약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이 스페인·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만일 한국에서 섹스 로봇과의 성행위를 하는 사업이 시작된다면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가할 수 있을까. 이것을 성매매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에 이르는 가격은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이다. 아직은 완벽하게 인간처럼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비록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섹스 로봇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로봇이 인간과 유사해짐에 따라 로봇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지는 것도 문제다.
기술이 상당히 진보한 일정 시점에서 “에이, 뭐 그렇게 똑같지도 않네”라며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을 로보틱스 이론에서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진짜 인간과 같은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섹스 로봇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주요 화두로 다뤄지지 않지만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이유는 사회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섹스 로봇의 가격이 떨어지며 인간과 같은 유사성이 증가되면 섹스 로봇의 수요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섹스 로봇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섹스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눈에는 VR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 HMD’를, 귀에는 가상현실용 오디오 시스템인 ‘투빅이어스’를 꽂은 후 노빈트 팔콘이라는 촉각 기구를 연결하고 텐가의 자위 기구를 착용한다면 인간과의 육체적 관계보다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VR을 통해 마치 실제 같은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되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시각적 경험에 더해 오감을 자극하는 풍부한 경험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몰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자파리는 성인용 VR 시장 규모가 2025년 10억 달러(1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그녀(Her)’는 2025년을 배경으로 사람과 운영체제(OS)의 정신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2025년에는 OS가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게끔 스스로 진화했다.
이제 현실에서 이러한 사랑이 로봇과 이뤄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게다가 육체적 사랑도 가능하니 로봇 배우자에 대한 친밀도는 인간의 그것에 견줘 본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섹스 로봇을 음란물이나 웃어넘길 수 있는 하나의 오락 기기처럼 치부하기에는 그 중요성이 너무 크다. 섹스 로봇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윤리적 논란에도 중국 다롄에서 연 5000개 섹스 로봇 생산 등 대중화 목전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로마 시대의 연애 시인으로 유명한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는 총 15권 분량의 250개 이야기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대서사 시집인 ‘변신 이야기’를 썼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룬 이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10권에는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나온다. 맞다. 교육심리학에서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는 실험자 효과로 많이 얘기되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그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조각가로, 여성 혐오증을 갖고 있었는데 직접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들어 그녀와 사랑을 나눴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소원을 빌어 조각 여인은 실제 사람으로 변하게 됐고 둘은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다.
이 이야기를 따라 가상의 이상적 존재에 탐닉하는 것을 가리킬 때 ‘피그말리오니즘(pygmalionism)’이라고 한다.
◆실리콘 소재, 37도의 인간 로봇
피그말리오니즘이 요즘 구체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섹스 로봇’이다. 한국에서는 포르노그래피가 불법이고 성인 용품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엄격해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섹스 로봇 산업은 머지않아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섹스 로봇의 출현은 포르노그래피 시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다. 2015년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포르노그래피 시장 규모는 970억 달러(110조원)에 이른다. 포르노그래피의 성장은 인터넷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은밀하면서도 편안하게 포르노그래피를 보는 사용자는 더욱 자극적이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섹스 로봇의 출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지 가격과 ‘진짜’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을지가 문제일 뿐 이 두 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섹스 로봇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섹스 로봇은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섹스 로봇을 보면 실리콘 소재로 피부의 질감을 표현하고 섭씨 영상 37도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인간의 피부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다.
특히 성기 부분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섹스 로봇을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는 트루컴패니언·리얼돌·신시아아마투스 등인데, 트루컴패니언은 이미 1993년 섹스 로봇을 처음 만들었을 정도로 오랜 섹스 로봇의 역사를 갖고 있고 리얼돌은 사실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섹스 로봇의 장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자기 스타일’인 이성 친구와 언제든지 섹스를 할 수 있게 준비돼 있다.
주문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피부색, 헤어스타일과 컬러, 눈과 눈썹 컬러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골라 하고 얼굴 표정으로 감정 표현도 할 수 있으며 오르가슴을 느끼기(느끼는 척)도 한다. 원하는 눈과 코, 심지어 얼굴을 바꿀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얼굴을 다르게 할 수도 있고 AI로 섹스 로봇의 목소리와 성격까지 바꿀 수 있으니 한 명이 아닌 수십 명의 파트너를 가진 셈이다.
게다가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섹스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체위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최근에는 AI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질투와 약간의 거절도 하는 등 제한적이지만 인간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을 대할 때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굳이 맞닥뜨릴 필요가 없다. 시간과 돈 그리고 관여·공감과 같은 심리적 요인까지 포함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가.
최근 일본의 청년 세대에게 불고 있는 ‘연애도 사치, 결혼도 사치’라고 믿는 ‘사토리(달관) 세대’에게 섹스 로봇은 인간 배우자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섹스 로봇이 가족 체계를 와해시킬까
하지만 바로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섹스 로봇은 필연적으로 개인과 인류에게 커다란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섹스 로봇이 가상현실(VR)과 연계해 진짜 같은 섹스 경험을 제공한다면 인간의 건강한 성적 행위는 사라질 수도 있다.
벌써 25년 전인 1993년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는 인간의 체액이 발생되는 섹스 행위를 비위생적인 것으로 간주해 금지했고 그 대신 뇌파를 활용한 자극을 나누는 방식인 사이버 섹스를 이상적인 것으로 묘사했다.
아직까지 현대의 기술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로봇이라는 대상물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니 진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로봇으로 더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네덜란드의 로봇공학연구소는 이미 2017년 35쪽에 걸친 보고서를 통해 섹스 로봇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것을 7개의 대주제를 통해 분석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섹스 로봇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지 않고 가족 체계가 붕괴되고 자녀를 갖지 않는 시대가 된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섹스 로봇이 음지에서 단지 소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다. 이미 몇몇 기업은 섹스 로봇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중국에 완공해 글로벌 마켓을 선점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저우의 한 공장에서는 매년 3000개, 다롄의 한 공장에서는 연 5000개의 섹스 로봇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섹스 로봇이 새로운 성매매 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섹스 로봇과 성행위를 하기 위해 시간당 약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이 스페인·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만일 한국에서 섹스 로봇과의 성행위를 하는 사업이 시작된다면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가할 수 있을까. 이것을 성매매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에 이르는 가격은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이다. 아직은 완벽하게 인간처럼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비록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섹스 로봇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로봇이 인간과 유사해짐에 따라 로봇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지는 것도 문제다.
기술이 상당히 진보한 일정 시점에서 “에이, 뭐 그렇게 똑같지도 않네”라며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을 로보틱스 이론에서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진짜 인간과 같은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섹스 로봇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주요 화두로 다뤄지지 않지만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이유는 사회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섹스 로봇의 가격이 떨어지며 인간과 같은 유사성이 증가되면 섹스 로봇의 수요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섹스 로봇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섹스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눈에는 VR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 HMD’를, 귀에는 가상현실용 오디오 시스템인 ‘투빅이어스’를 꽂은 후 노빈트 팔콘이라는 촉각 기구를 연결하고 텐가의 자위 기구를 착용한다면 인간과의 육체적 관계보다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VR을 통해 마치 실제 같은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되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시각적 경험에 더해 오감을 자극하는 풍부한 경험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몰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자파리는 성인용 VR 시장 규모가 2025년 10억 달러(1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그녀(Her)’는 2025년을 배경으로 사람과 운영체제(OS)의 정신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2025년에는 OS가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게끔 스스로 진화했다.
이제 현실에서 이러한 사랑이 로봇과 이뤄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게다가 육체적 사랑도 가능하니 로봇 배우자에 대한 친밀도는 인간의 그것에 견줘 본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섹스 로봇을 음란물이나 웃어넘길 수 있는 하나의 오락 기기처럼 치부하기에는 그 중요성이 너무 크다. 섹스 로봇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