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보다 화장품” 패션업계 구원투수 된 화장품
입력 2018-06-11 14:20:57
수정 2018-06-11 14:20:57
-시장 정체에 너도나도 진출…유통채널 등 시너지 기대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올해 패션·뷰티 업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는 ‘스타일난다’가 로레알그룹에 매각된 일이었다.
서울 동대문 쇼핑몰로 시작한 여성 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가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그룹에 매각되면서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의 성공 신화까지 재조명됐다.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이유도 화제가 됐다. 스타일난다 매각의 핵심에는 의류가 아닌 화장품이 있었다. 스타일난다는 의류 쇼핑몰로 출발했지만 2009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내놓았다. 3CE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스타일난다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업계가 의류보다 화장품 이슈로 더 분주하다. 최근 몇 년간 패션 기업들이 국내에 새로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신세계부터 임블리까지 화장품 혈안
국내 패션 기업 화장품 사업의 시초는 ‘바닐라코’라고 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를 보유한 패션 전문 기업 에프앤에프는 계열사 에프앤코를 통해 2005년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론칭했다. 에프앤코 브랜드 바닐라코는 중국 진출 이후 최근 4년간 매년 두 자릿수 넘는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도 일찌감치 뷰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SI는 2012년 국내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이어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판권을 가져와 뷰티 사업을 강화했다.
SI 화장품 사업은 줄곧 적자를 내 골칫거리로 여겨졌지만 작년에 면세점과 백화점 매장을 확장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사업 진출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SI 화장품 사업 매출은 627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면세점 매출이 2016년 28억원에서 작년 15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SI는 2015년부터 아예 화장품 제조까지 시작했다.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인 인터코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2017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24억원으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SI는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화장품 자체 브랜드(PB)를 출시할 계획이다.
LF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LF는 현재 프랑스 화장품 불리1893과 네덜란드 화장품 그린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작년에 코스메틱사업부를 신설한 LF는 올해 안에 남성 전용 화장품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인권 LF 상무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화장품 라인 확충은 헤지스의 신흥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는 여성 화장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온라인 여성 쇼핑몰 브랜드 ‘임블리’도 2015년 출시한 색조 브랜드 ‘블리블리’로 성공 신화를 써 가고 있다. 블리블리는 색조 제품으로 시작해 스킨케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앰풀은 판매를 시작하고 7분 만에 준비한 1만 개 물량이 완판됐다. 블리블리는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을 확보한 후 올해 1월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이후 2개월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늘어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블리블리는 면세점까지 유통 라인을 확장했고 6월 중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입점한다. 8월에는 일본 최대 상권인 신주쿠에 있는 쇼핑몰 루미네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처럼 너도나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3649억 달러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꾸준히 지속돼 2021년 4871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뛰어난 ODM 업체 보유도 이유
반면 패션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세계 패션 의류 시장은 지난 5년간 연 성장률이 0.9~1.5% 수준에 그쳤다. 국내시장은 앞날이 더 어둡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수지 동향에 따르면 패션 관련 지출 비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주요 패션 채널인 백화점 패션부문 매출 비율도 전년 대비(올해 1월 기준) 여성 캐주얼(-15.0%), 남성 의류(-9.1%), 잡화(-15.4%)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패션 시장이 오랜 불황에 접어들면서 패션 브랜드는 일제히 영역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스맥스·한국콜마처럼 기술력이 탄탄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원천 기술 없이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패션 기업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기존 의류가 입점해 있던 채널에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가다 보니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가 쉽고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패션 기업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특성상 패션과 화장품 사업을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올해 패션·뷰티 업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는 ‘스타일난다’가 로레알그룹에 매각된 일이었다.
서울 동대문 쇼핑몰로 시작한 여성 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가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그룹에 매각되면서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의 성공 신화까지 재조명됐다.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이유도 화제가 됐다. 스타일난다 매각의 핵심에는 의류가 아닌 화장품이 있었다. 스타일난다는 의류 쇼핑몰로 출발했지만 2009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내놓았다. 3CE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스타일난다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업계가 의류보다 화장품 이슈로 더 분주하다. 최근 몇 년간 패션 기업들이 국내에 새로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신세계부터 임블리까지 화장품 혈안
국내 패션 기업 화장품 사업의 시초는 ‘바닐라코’라고 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를 보유한 패션 전문 기업 에프앤에프는 계열사 에프앤코를 통해 2005년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론칭했다. 에프앤코 브랜드 바닐라코는 중국 진출 이후 최근 4년간 매년 두 자릿수 넘는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도 일찌감치 뷰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SI는 2012년 국내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이어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판권을 가져와 뷰티 사업을 강화했다.
SI 화장품 사업은 줄곧 적자를 내 골칫거리로 여겨졌지만 작년에 면세점과 백화점 매장을 확장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사업 진출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SI 화장품 사업 매출은 627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면세점 매출이 2016년 28억원에서 작년 15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SI는 2015년부터 아예 화장품 제조까지 시작했다.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인 인터코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2017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24억원으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SI는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화장품 자체 브랜드(PB)를 출시할 계획이다.
LF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LF는 현재 프랑스 화장품 불리1893과 네덜란드 화장품 그린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작년에 코스메틱사업부를 신설한 LF는 올해 안에 남성 전용 화장품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인권 LF 상무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화장품 라인 확충은 헤지스의 신흥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는 여성 화장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온라인 여성 쇼핑몰 브랜드 ‘임블리’도 2015년 출시한 색조 브랜드 ‘블리블리’로 성공 신화를 써 가고 있다. 블리블리는 색조 제품으로 시작해 스킨케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앰풀은 판매를 시작하고 7분 만에 준비한 1만 개 물량이 완판됐다. 블리블리는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을 확보한 후 올해 1월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이후 2개월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늘어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블리블리는 면세점까지 유통 라인을 확장했고 6월 중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입점한다. 8월에는 일본 최대 상권인 신주쿠에 있는 쇼핑몰 루미네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처럼 너도나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3649억 달러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꾸준히 지속돼 2021년 4871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뛰어난 ODM 업체 보유도 이유
반면 패션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세계 패션 의류 시장은 지난 5년간 연 성장률이 0.9~1.5% 수준에 그쳤다. 국내시장은 앞날이 더 어둡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수지 동향에 따르면 패션 관련 지출 비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주요 패션 채널인 백화점 패션부문 매출 비율도 전년 대비(올해 1월 기준) 여성 캐주얼(-15.0%), 남성 의류(-9.1%), 잡화(-15.4%)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패션 시장이 오랜 불황에 접어들면서 패션 브랜드는 일제히 영역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스맥스·한국콜마처럼 기술력이 탄탄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원천 기술 없이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패션 기업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기존 의류가 입점해 있던 채널에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가다 보니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가 쉽고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패션 기업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특성상 패션과 화장품 사업을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