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사업회사는 독립 경영체제로, 경쟁력 강화에 박차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대기업들에 지배구조 개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로 정부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이후 계속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혁을 강조해 왔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여기에 화답하듯 최근 들어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한화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데 이어 이번엔 효성그룹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사업회사는 전문 경영인이 이끌어
효성은 6월 1일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고 ‘뉴 효성’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번 분할로 효성은 지주회사인 (주)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중공업·효성화학 등 5개사로 나뉘게 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 등 4개사를 합병한 이후 20년 만에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과 신설된 사업회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효성은 지주사로서 다수익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브랜드 가치 제고 등에 집중하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또한 각 사업회사의 성과를 관리하고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한다.
나머지 4개 사업회사는 각각의 맡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이 책임지는 독립 경영 체제가 된다.
우선 효성티앤씨는 세계 시장점유율 30%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인 스판덱스를 주력 사업으로 삼을 것으로 판단된다. 효성 내에서 스판덱스 관련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용섭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글로벌 영업통으로 불리는 이천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효성티앤씨는 향후 독자적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을 통해 섬유 소재 사업의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첨단소재는 고부가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세계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타이어코드를 비롯해 타이어 보강재, 카 매트, 자동차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을 생산·판매한다.
오랫동안 타이어코드 생산과 기술 책임자로 일하며 품질 안정화,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던 황정모 부사장을 효성첨단소재를 이끌 수장으로 낙점했고 그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 김승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 기기와 산업기계 설비 분야에서 쌓아 온 노하우와 독보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신규 사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끌어 온 문섭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2013년 건설PU(Performance Unit)장으로 취임한 후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김동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효성화학은 화학 소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특수 가스인 삼화불질소(NF₃),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만드는 데 쓰이는 TAC 필름 등의 신성장 동력 육성에 적극 나선다. 화학부문 전문 경영인의 길을 걸어온 박준형 사장이 대표이사에, 효성의 화학부문 제품 개발·개선 등 연구 전반에 몸담았던 최영교 전무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 가치도 재평가 전망
효성은 7월 13일까지 각 신설 회사의 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현물출자와 유상증자 등을 실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지주사 출범으로 효성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 여러 이득을 얻을 전망이다.
우선 오너가의 그룹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너 일가의 효성 지분율은 37.81%다. 조 회장이 14.59%로 최대 주주, 동생인 조현상 사장(12.21%), 조석래 전 회장(10.18%)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
이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새로 출범하는 사업회사들의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지주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이럴 경우 오너가의 지주사 지분율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지주사인 효성의 각 사업회사 지분율도 늘어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너가→지주사 효성→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기업 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거래정지를 앞두고 효성의 시가총액은 약 4조7000억원대였다. 업계에서는 분할 후 5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5조원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특히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거래 재개 시 가치 재평가가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지주사·중공업·화학은 상대적으로 재평가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주사 전환은 부채 축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 보유가 금지돼 있다. 효성은 효성캐피탈의 지분 97.15%를 2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효성캐피탈은 차입금 비율이 높았던 만큼 매각하면 효성의 부채비율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nyou@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대기업들에 지배구조 개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로 정부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이후 계속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혁을 강조해 왔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여기에 화답하듯 최근 들어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한화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데 이어 이번엔 효성그룹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사업회사는 전문 경영인이 이끌어
효성은 6월 1일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고 ‘뉴 효성’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번 분할로 효성은 지주회사인 (주)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중공업·효성화학 등 5개사로 나뉘게 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 등 4개사를 합병한 이후 20년 만에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과 신설된 사업회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효성은 지주사로서 다수익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브랜드 가치 제고 등에 집중하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또한 각 사업회사의 성과를 관리하고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한다.
나머지 4개 사업회사는 각각의 맡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이 책임지는 독립 경영 체제가 된다.
우선 효성티앤씨는 세계 시장점유율 30%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인 스판덱스를 주력 사업으로 삼을 것으로 판단된다. 효성 내에서 스판덱스 관련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용섭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글로벌 영업통으로 불리는 이천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효성티앤씨는 향후 독자적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을 통해 섬유 소재 사업의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첨단소재는 고부가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세계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타이어코드를 비롯해 타이어 보강재, 카 매트, 자동차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을 생산·판매한다.
오랫동안 타이어코드 생산과 기술 책임자로 일하며 품질 안정화,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던 황정모 부사장을 효성첨단소재를 이끌 수장으로 낙점했고 그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 김승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 기기와 산업기계 설비 분야에서 쌓아 온 노하우와 독보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신규 사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끌어 온 문섭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2013년 건설PU(Performance Unit)장으로 취임한 후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김동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효성화학은 화학 소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특수 가스인 삼화불질소(NF₃),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만드는 데 쓰이는 TAC 필름 등의 신성장 동력 육성에 적극 나선다. 화학부문 전문 경영인의 길을 걸어온 박준형 사장이 대표이사에, 효성의 화학부문 제품 개발·개선 등 연구 전반에 몸담았던 최영교 전무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 가치도 재평가 전망
효성은 7월 13일까지 각 신설 회사의 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현물출자와 유상증자 등을 실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지주사 출범으로 효성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 여러 이득을 얻을 전망이다.
우선 오너가의 그룹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너 일가의 효성 지분율은 37.81%다. 조 회장이 14.59%로 최대 주주, 동생인 조현상 사장(12.21%), 조석래 전 회장(10.18%)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
이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새로 출범하는 사업회사들의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지주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이럴 경우 오너가의 지주사 지분율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지주사인 효성의 각 사업회사 지분율도 늘어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너가→지주사 효성→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기업 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거래정지를 앞두고 효성의 시가총액은 약 4조7000억원대였다. 업계에서는 분할 후 5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5조원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특히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거래 재개 시 가치 재평가가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지주사·중공업·화학은 상대적으로 재평가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주사 전환은 부채 축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 보유가 금지돼 있다. 효성은 효성캐피탈의 지분 97.15%를 2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효성캐피탈은 차입금 비율이 높았던 만큼 매각하면 효성의 부채비율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