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결혼 풍속도…‘과시형 혼수’는 옛말

[빅데이터]
-실속형으로 합리적 혼수 장만, ‘가성비’ 가전 판매량 폭증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시대가 바뀜에 따라 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자연스레 혼수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다음소프트가 2015년 1월 1일부터 2018년 5월 25일까지 블로그·트위터·뉴스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게시 글들을 분석한 결과 혼수에 대한 언급량이 2015년 6만8586건에서 2017년 5만1258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혼수를 모두 새것으로 장만하거나 한꺼번에 준비해 가는 신혼부부가 많았다. 이 때문에 결혼과 함께 혼수 준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요즘은 신혼집에 자기가 가진 것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가지고 싶은 것을 개별적으로 선택해 구매하는 패턴으로 변화해 ‘혼수’라는 명목의 신혼 물품 준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이미 독립한 이가 많고 과거보다 합리적으로 혼수품을 장만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혼수 언급량 지속 감소 추세

빅데이터상 혼수의 월별 언급량을 살펴보면 2017년 3월과 4월은 1만여 건, 1월과 2월, 5월부터 12월은 수천여 건으로 봄에 해당하는 3월과 4월에 혼수에 대한 언급량이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결혼의 계절이기도 하다. 5월의 신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결혼식을 5월에 하는 이들이 많다.

결혼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온 계절 역시 1위 ‘봄(9714건)’, 2위 ‘가을(6896건)’, 3위 ‘겨울(1804건)’, 4위 ‘여름(1142건)’으로 나타났다. 결혼하기 좋은 봄, 특히 꽃이 만개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5월이 결혼 인기 시즌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혼수의 월별 언급량과 함께 분석해 보면 5월의 결혼을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3월과 4월에 혼수 용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또한 결혼을 위해 결혼식부터 신혼여행, 신혼집 준비까지 예비부부들은 이 시기에 수많은 고민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결혼 준비에 대한 연관 키워드는 1위 ‘결혼식(2만5826건)’, 2위 ‘웨딩 촬영(2만3267건)’, 3위 ‘집(1만8393건)’, 4위 ‘예물(1만922건)’, 5위 ‘혼수(799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에 ‘결혼식’이 오르며 결혼 준비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부부들은 웨딩홀·드레스·예복·청첩장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웨딩홀 계약만 하면 결혼 준비의 반은 끝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혼에서 결혼식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위에 ‘웨딩 촬영’이 나타나며 인생에 단 한번뿐인 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결혼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 ‘셀프 웨딩 촬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인위적인 스튜디오 촬영보다 야외촬영, 제주 스냅사진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웨딩 촬영이 인기를 끈다.

이 밖에 집·예물·혼수 등 한 가정을 이뤄 살기 위해 필요한 물품 등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수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작년 한 해 동안 1위 ‘합리적(2328건)’, 2위 ‘예쁜(2040건)’, 3위 ‘필요한(792건)’, 4위 ‘핫한(733건)’, 6위 ‘실용적(605건)’, 7위 ‘깔끔한(449건)’ 등이 나타났다.

반면 2016년에는 ‘예쁜’이 1위에 오르며 신혼집에 ‘예쁜’ 혼수 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일명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실용적이지 못한 혼수 용품들의 인기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는 1위에 ‘합리적’이란 키워드가 올랐다. 이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실속 있게 혼수를 준비하는 것이 트렌드라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인 ‘가성비’가 혼수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전 유통업체인 전자랜드가 결혼 시즌인 4월 1일부터 5월 17일까지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공기청정기·건조기·의류관리기·무선청소기·식기세척기 등 이른바 ‘가성비’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폭증했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5% 증가했고 같은 기간 건조기는 270%, 의류 관리기는 138%, 무선청소기는 390%까지 뛰었다.

이 밖에 2016년에는 ‘핫한’, ‘고급스러운’ 등의 키워드의 순위가 높게 나타나며 유행을 따라가려는 모습과 혼수품의 고급화 추세가 높았다.

하지만 2017년 들어 ‘핫한’, ’고급스러운’에 대한 언급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에는 4위에 ‘편안한’이라는 단어가 2016년보다 언급량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며 신혼집을 편안하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스페인어로 피난처와 안식처를 뜻하는 ‘케렌시아’가 생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혼수용품에도 ‘케렌시아’가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예쁜 아이템보다 가성비 품목 ‘인기’

2018년 인기 혼수 아이템은 무엇일까. 1위는 ‘침대(7736건)’로 나타났다. 이어 2위 ‘냉장고(1128건)’, 3위 ‘그릇(887건)’, 4위 ‘세탁기(630건)’, 5위 ‘싱크대(594건)’, 6위 ‘청소기(443건)’, 7위 ‘TV(404건)’, 8위 ‘건조기(246건)’, 9위 ‘밥솥(243건)’, 10위 ‘공기청정기(156건)’ 순이다.
1위에서부터 7위까지는 3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해 순위에 큰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냉장고·세탁기·청소기·TV·침대·그릇 등 필수 가전 및 가구 혼수품이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8위부터는 ‘건조기’, ‘공기청정기’, ‘의류 스타일러’, ‘안마의자’, ‘제습기’ 등 새로운 가전제품에 대한 언급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5년에 커피머신·홈시어터·대리석 식탁 등 고가의 ‘과시용’ 혼수품이 인기였다면 2018년에는 공기청정기·스타일러·안마의자·제습기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속형 상품이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등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치면서 혼수 필수품으로 공기청정기·건조기·제습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결혼 시즌을 앞두고 가성비를 고려해 인터넷으로 혼수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해 눈길을 끈다.

4월 인터넷 쇼핑에서 ‘혼수 용품’ 관련 가전제품은 일반 세탁기(61%), 건조기(160%), 양문형 냉장고(101%), 스탠드형 김치냉장고(70%), UHD TV(171%) 등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같은 기간 침대(34%), 옷 수납장(27%), 침구 세트(23%) 등에 대한 소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이 5월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위권에 머무르던 5월 가전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5~2016년만 해도 가전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은 대표 혼수 시즌인 10월이었다. 하지만 5월 가전 매출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혼수 시즌인 10월로 대표되던 가전제품 대목이 4~5월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월 가전 매출 신장률은 2015년 15.3%, 2016년 27.6%에서 지난해 47.7%로 크게 뛰었다.

최근 실속형 소비자들, 즉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미리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쇼핑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인터넷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몰에 집중하고 있는 등 인터넷 쇼핑의 강세를 이어 가는 추세다.

예전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진 것도 혼수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즘 결혼 적령기 소비자들은 이미 독립한 이가 많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한꺼번에 모든 제품을 새로 구매하지 않는다.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가고 꼭 갖고 싶었던 몇 가지 품목 위주로 구매하고 있는 것 또한 합리적으로 혼수품을 장만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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