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LH 경영평가 ‘A’…‘낙제 기관’ 2배 늘어

-2017년 공공기관 평가 결과 발표, 채용 비리와 일자리 창출이 점수 갈라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기획재정부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6월 1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최고 등급인 ‘탁월(S)’ 등급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여파로 공공기관들은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 35곳, 준정부기관 88곳 등 123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시한 첫 경영 평가인 데다 채점 방식도 크게 바뀌어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도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적극 반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최근 채용 비리에 연루된 기관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감점 처리돼 등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 부총리 역시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부적절한 채용으로 국민 신뢰를 훼손한 공공기관은 이번 평가에 삭감안을 반영해 책임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전년과 달리 맞춤형 평가 방식을 도입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공기업 유형별로 두 개의 평가단을 구성해 점수를 매겼고 이에 따라 기존 한 명이었던 평가단장도 두 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기관 간 과열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존의 ‘상대평가’뿐만 아니라 과거 실적을 토대로 등급 구간을 산정하는 ‘절대평가’를 처음 도입해 각각의 결과를 공개했다.


배점 비율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각각 50%로 책정했다. 전체 성적(상대평가+절대평가)을 종합했을 때 ‘우수(A)’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 비율은 10.6%로 전년(13.4%) 대비 줄어든 반면 최하 등급인 ‘아주 미흡(E)’을 받은 기관은 전년(3.4%)보다 약 두 배 급증한 6.9%를 기록하는 등 평가 결과가 저조했다.


◆ 공기업 경영평가
-인천공항공사·LH 공기업 중 가장 빛나




우선 공기업부터 살펴보면 상대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동서발전·한국수자원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인천공항공사와 LH는 절대평가에서도 A등급을 획득해 공기업 중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H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경영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그간 꾸준한 체질 개선과 부단한 경영 혁신이 마침내 결실을 거둔 셈이다. 한때 부채 공기업의 대명사 격이었던 LH는 최근 4년간 29조원이 넘는 금융 부채를 감축했다.


또 2년 연속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탄탄한 재무 건전성의 틀을 다졌다. 이런 가운데 100만호 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복지 생활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동육아·노인돌봄·공동텃밭(LH팜) 등 다양한 복지 사업도 병행 중이다. 이런 노력들이 마침내 빛을 발하게 됐다.


지난해 ‘보통(B)’이었던 인천공항공사도 도약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선도적인 정규직 전환 모델 수립,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이후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화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 밖에 제2여객터미널을 성공적으로 개항하고 해외 수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의 활약을 펼쳤다.


반면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대한석탄공사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서 모두 최하위 E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공기업으로 지정돼 첫 경영평가를 받은 GKL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이미지가 좋지 않은 가운데 최근 내부 직원들의 비리 사실들마저 드러난 바 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해 E등급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무엇보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것이 등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준정부기관 경영평가
-KOTRA·사회보장정보원·국토정보공사, 상대평가·절대평가 ‘A’



준정부기관(강소형 제외) 상대평가에서는 총 8곳이 A등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가운데 KOTRA·사회보장정보원·한국국토정보공사 등 세 곳은 절대평가에서도 A등급을 기록하며 준정부기관 가운데 최고의 공공기관으로 등극했다.


KOTRA는 7년 연속 A등급을 받는 데 성공했다. KOTRA는 맞춤형 수출 지원 대책을 통해 여러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실적 증대에 기여하며 수출구조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도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 △글로벌 일자리 창출 선도 △수출 품목과 시장의 다변화 △다각적 경제협력 기회 발굴 등의 4대 핵심 정책 과제를 제시하며 활약 중이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구축해 취약 계층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복지 체감도를 향상시키며 A등급을 받았다.


국토정보공사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토지 관리 행정 자료, 지적 측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이번 평가에서 공간 정보 산업 상생 발전을 위한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해 온 점 등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 해외 사무소의 성추행, 본부의 매점 운영권 낙찰 비리 영향 등의 논란 등이 불거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비롯해 우체국물류지원단·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3곳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서 모두 E등급을 받았다.


강소형 준정부기관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합쳐 종합 등급을 매겼는데 농업기술실용화재단·한국시설안전공단 등 4곳이 A등급을, 국제방송교류재단·아시아문화원·영화진흥위원회는 E등급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기관장 평가에서는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박상우 LH 사장 단 두 명만 우수 기관장에 선정됐다.

보통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부산항만공사 등 20곳이었고 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한국관광공사 등 3곳으로 집계됐다. 감사 평가에서 우수 등급은 한 명도 없었고 미흡은 GKL·한국마사회 등 6곳으로 나타났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적이 좋은 기관에는 ‘당근’이, 그렇지 못한 기관에는 ‘채찍’이 주어진다. C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은 성과급을 받게 된다. 123개 대상 기관 중 116개 기관이 성과급 지급 대상이다.


성적이 부진한 기관은 성과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관장까지 해임될 수 있다.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은 ‘상대평가에서 E등급 혹은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들이다.


석유공사·울산항만공사는 2년 연속 D등급을, 국제방송교류재단·한국국제협력단·아시아문화원·그랜드코리아레저·대한석탄공사·영화진흥위원회·우체국물류지원단·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8곳은 E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기관 모두 임기 만료 등으로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어서 해임 건의에서 제외돼 실질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기관장은 이번에 없다.


또한 상대평가 D등급 이하를 받은 17개 기관은 경영 개선 계획을 주무 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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