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은행 독점’폐지 후 수수료 인하 경쟁…인터넷은행 이어 카드사·핀테크 기업 가세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직장인 김 모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에게 매달 100만원의 용돈을 보낸다. 시중은행에서 송금하면 수수료가 대략 4만원 정도 된다. 거의 4%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김 씨는 은행 외엔 돈을 보낼 마땅한 방법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수료를 물어왔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다. 김 씨는 올해 초부터 송금일에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지인의 추천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 수수료가 5000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직접 은행에 가는 수고도 덜었다.
금융권의 해외 송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독식해 온 시장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비롯해 카드사, 핀테크(IT를 접목한 금융 서비스) 기업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해외 송금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해외 송금 시장 규모는 연간 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해마다 8만~9만 명씩 증가세를 보이며 평균 송금액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건당 5000원 정도면 OK
금융권 관계자는 “매년 해외 송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카드사와 은행권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며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출시 경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도 하락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해외 송금 수수료율은 작년 2분기 5.42%에서 3분기 4.81%로 떨어졌다”며 “G20(주요 20개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라고 밝혔다.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출범 전부터 “해외 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송금액 5000달러 이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5000원으로 낮추며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반응은 뜨겁다. 카카오뱅크의 해외 송금 누적 건수는 5월 말 기준 17만 건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시 초반엔 이용자 증가 속도가 완만했지만 사용이 편리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상승 곡선이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출범 1년을 맞은 4월 송금 액수와 상관없는 단일 수수료(건당 5000원)와 대폭 간소화된 송금 절차를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송금 절차는 단순하다. 은행코드와 계좌번호 등 해외 계좌 정보만 입력하면 은행명, 은행 주소,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코드 등은 자동 입력된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도 한글로 입력해도 영문으로 자동 변환된다.
송금에는 2~5일 정도 걸리고 수수료는 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5000원이다. 6월 30일까지는 5000원 수수료도 면제해 준다. 해외 송금 진행 상황도 송금 신청-송금 중-국가 도착-송금 완료 등 4단계로 나눠 고객이 택배 배송 상황을 조회하듯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성 하락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카드사도 해외 송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카드가 대표적이다. 현대카드 해외 송금 서비스는 별도의 계좌 개설이나 공인인증서 설치, 영업점 방문과 같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현대카드 아이디 로그인 한 번으로 회원 본인의 카드 계좌에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고 ‘즐겨찾기’ 기능을 통해 재송금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송금 소요 시간도 1~3일 정도로 짧은 편이다. 고객은 건당 최대 미화 3000달러, 연 최대 2만 달러까지 송금할 수 있다. 송금 수수료 역시 부대비용을 최소화해 3000원으로 부담을 크게 낮췄다.
핀테크 업체들도 해외 송금 서비스에 대거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뜨거워진 상태다. 해외 송금 핀테크 스타트업 센트비는 최근 필리핀 현금 송금 전문 수취 점유율 1위 기업인 세부아나, 베트남 무역은행, 말레이시아 트랭글로 등과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전용 고객 서비스(CS)센터도 오픈, 해외 송금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위한 일대일 상담 서비스와 국가별 커뮤니티 등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프리펀딩·풀링 통해 수수료 절감
해외 송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시장 성장, 기술 발전, 규제 완화 등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송금은 스위프트(SWIFT)의 결제 시스템망을 이용해 이뤄졌다. 돈을 해외로 보내려면 송금 은행→중개 은행→수취 은행 등을 거쳐야 했고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었다. 은행에서 송금을 처리하는 데 드는 ‘송금 수수료’, 중개 은행에 지불하는 ‘중개 은행 수수료’, 돈을 찾을 때 해외 현지 은행에 내는 ‘수취 수수료’, 은행 간 전신문을 주고받는 데 드는 ‘전신료’ 등 각종 명목으로 송금액의 4~6%를 수수료로 내야 했다.
은행 창구에 찾아가 1000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면 송금 수수료(1만원), 전신료(8000원), 중개은행 수수료(약 18달러·송금 받는 사람이 낼 수도 있음), 환전 수수료 등으로 4만~6만원을 냈다.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길면 사흘이 걸렸다. 경제 규모 성장과 세계화로 국내 해외 송금 시장 규모가 2000년 30억 달러 수준에서 2016년 103억 달러까지 늘었지만 송금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SWIFT 망을 쓰지 않는 해외 송금 방식이 각광 받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주요국에 지점을 보유한 씨티은행의 송금망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중개 수수료, 수취 은행 수수료, 전신료 등이 붙지 않는다.
해외 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들은 ‘프리펀딩’, ‘풀링’ 등의 방식을 활용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있다. 프리펀딩은 해외 대형 송금 업체에 미리 목돈을 보내고 이후 고객의 요청에 따라 현지 협력사를 통해 돈을 지급하는 송금 방식이다. 풀링은 소액 송금 여러 건을 하나로 모아 은행 간 금융·통신망을 통해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동 구매로, 수수료를 십시일반식으로 나누게 된다. 최근 해외 송금 사업을 시작한 현대카드도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업체 커렌시클라우드와 협업하는데, 고객의 송금 요청을 모아 하루에 한 번 송금액과 고객의 명단·내역을 전달하는 식이다.
규제 완화도 한몫한다. 작년 7월 핀테크 업체에도 해외 송금 시장의 문이 열렸다. 금융사가 아니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소액해외송금업(건당 3000달러, 연간 2만 달러 한도)을 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된 것이다. 이전에는 핀테크 업체 단독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어 은행과 함께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법 개정으로 핀테크 업체 단독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소액해외송금업 업체는 약 20곳에 달한다.
특히 일부 핀테크 업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간편하고 빠른 해외 송금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은 보안을 높이고 송금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엑스커런트 솔루션’ 도입 계약을 했다. 엑스커런트는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해외 송금 솔루션으로, 상용화되면 해외 송금 과정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코인원트랜스퍼는 올해 하반기 해외 송금 서비스에 솔루션 적용을 완료할 방침이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외국환 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이 독점했던 해외 송금 시장에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가 뛰어들었다”며 “송금 수수료는 내려가는 반면 서비스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편 송금 등 시중은행도 반격 나서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송금 번호, 이름만 알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해외 송금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모바일 송금 수수료를 5000~8000원 수준으로 낮추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신한·KB국민은행 등은 글로벌 은행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결제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주 연구원은 “은행권도 외화 사업 부문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비(非)가격 경쟁력 개선에도 주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시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말했다.
KB국민은행은 5월부터 ‘KB GPI 프리미엄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KB GPI 해외 송금 서비스는 당일 수취가 가능한 빠른 송금으로 고객이 송금의 진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KB 원 아시아 해외 송금 서비스’ 제휴 은행을 18개국 135개 은행으로 확대했다. 송금 수수료는 송금 금액과 상관없이 1000원으로 동일하고 당일 송금 수취가 가능하다. KB 원 현지통화송금은 해외 송금 신청 단계에서 수취인이 받게 될 현지 통화 금액을 확정해 송금하는 서비스로, 거래 투명성이 높고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NH농협은행도 필리핀 송금 시 계좌번호가 없어도 수취인 이름과 송금 핀(PIN) 번호만으로 필리핀 메트로 뱅크 960여 전 지점과 7000여 제휴 가맹점에서 송금 대금을 수취할 수 있는 ‘NH-메트로 무계좌 해외 송금’을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전국의 NH농협은행 영업점과 올원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필리핀으로 송금할 수 있고 필리핀 수취인은 신분증과 송금 PIN 번호를 제시해 필리핀 전역의 8000여 메트로뱅크 전 지점 및 제휴 가맹점(메트로뱅크와 송금 대금 지급 업무 협약을 맺고 있는 송금 취급 기관)에서 별도의 추가 수수료 없이 송금액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 건별·인별 송금 한도는 영업점 7000달러, 올원뱅크 앱 3000달러로 미국 달러화 또는 필리핀 페소화로 송금할 수 있고 필리핀 페소화로 바로 송금 시 고객은 이중 환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외국인 특화 점포 개설로 대응하는 은행들도 있다. 우리은행은 5월 평택에 일요일에만 영업하는 일요송금센터를 열었다. 외국인이 은행 업무를 보기 편하게 중국인 직원과 베트남어·러시아어 통역 도우미도 배치했다. KB국민은행도 주말에만 운영되는 외환송금센터를 화성 발안에 개설했다. 안산 원곡동, 서울 오장동, 의정부, 김해, 경안에 이어 여섯째 외국인 대상 외환센터다.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또 KEB하나은행은 16곳, 신한은행은 3곳의 외국인 전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용어 설명 : 스위프트(SWIFT) = 국제은행간통신협정. 1973년 5월 유럽과 북미의 주요 은행이 가맹해 발족된 비영리 조직. 본부는 브뤼셀에 있다. 각국의 주요 은행을 묶어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은행 상호간의 지급·송금 업무 등을 위한 데이터 통신의 교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돋보기] 서울시도 송금 사업 추진…수수료 낮춰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모바일 해외 송금을 지원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5월 14일 ‘모바일 소액 외화 송금 서비스’ 시범 사업자 접수를 마감했다. 핀테크 기업 센트비와 페이게이트·핀샷 등 총 9개 업체가 신청했다. 해당 업체 모두 기획재정부에 소액해외송금업자 등록을 마쳤다.
서울시는 2017년 3월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외환거래법 등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소액해외송금업을 하려는 핀테크 업체가 기재부 인·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자기자본, 전산 시설 구축 등 요건을 갖춰야 했다. 현장 실사까지 진행되며 등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사업자가 정부 등록을 완료하자 서울시도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외국인 노동자는 은행권의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불법 환치기 방식을 이용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은행 외화 송금 대비 40% 가까이 수수료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범 사업자는 30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시 거주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업을 홍보할 수 있다.
선정 업체는 6월 말부터 바로 소액 외화 송금 솔루션 및 외화 공금 관련 앱 제작과 모바일 소액 외화 송금 서비스 마케팅을 진행한다. 사업 기간은 6월 말부터 내년 5월까지 1년이다. 중간 평가를 통해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센터 6개소(강동·금천·성동·성북·양천·은평)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선정 사업자 홍보 자료를 비치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관련 교육 시 현장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 사업자와 추가 협의를 통해 마케팅·홍보 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은행 독점’폐지 후 수수료 인하 경쟁…인터넷은행 이어 카드사·핀테크 기업 가세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직장인 김 모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에게 매달 100만원의 용돈을 보낸다. 시중은행에서 송금하면 수수료가 대략 4만원 정도 된다. 거의 4%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김 씨는 은행 외엔 돈을 보낼 마땅한 방법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수료를 물어왔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다. 김 씨는 올해 초부터 송금일에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지인의 추천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 수수료가 5000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직접 은행에 가는 수고도 덜었다.
금융권의 해외 송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독식해 온 시장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비롯해 카드사, 핀테크(IT를 접목한 금융 서비스) 기업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해외 송금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해외 송금 시장 규모는 연간 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해마다 8만~9만 명씩 증가세를 보이며 평균 송금액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건당 5000원 정도면 OK
금융권 관계자는 “매년 해외 송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카드사와 은행권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며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출시 경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도 하락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해외 송금 수수료율은 작년 2분기 5.42%에서 3분기 4.81%로 떨어졌다”며 “G20(주요 20개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라고 밝혔다.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출범 전부터 “해외 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송금액 5000달러 이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5000원으로 낮추며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반응은 뜨겁다. 카카오뱅크의 해외 송금 누적 건수는 5월 말 기준 17만 건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시 초반엔 이용자 증가 속도가 완만했지만 사용이 편리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상승 곡선이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출범 1년을 맞은 4월 송금 액수와 상관없는 단일 수수료(건당 5000원)와 대폭 간소화된 송금 절차를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송금 절차는 단순하다. 은행코드와 계좌번호 등 해외 계좌 정보만 입력하면 은행명, 은행 주소,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코드 등은 자동 입력된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도 한글로 입력해도 영문으로 자동 변환된다.
송금에는 2~5일 정도 걸리고 수수료는 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5000원이다. 6월 30일까지는 5000원 수수료도 면제해 준다. 해외 송금 진행 상황도 송금 신청-송금 중-국가 도착-송금 완료 등 4단계로 나눠 고객이 택배 배송 상황을 조회하듯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성 하락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카드사도 해외 송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카드가 대표적이다. 현대카드 해외 송금 서비스는 별도의 계좌 개설이나 공인인증서 설치, 영업점 방문과 같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현대카드 아이디 로그인 한 번으로 회원 본인의 카드 계좌에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고 ‘즐겨찾기’ 기능을 통해 재송금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송금 소요 시간도 1~3일 정도로 짧은 편이다. 고객은 건당 최대 미화 3000달러, 연 최대 2만 달러까지 송금할 수 있다. 송금 수수료 역시 부대비용을 최소화해 3000원으로 부담을 크게 낮췄다.
핀테크 업체들도 해외 송금 서비스에 대거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뜨거워진 상태다. 해외 송금 핀테크 스타트업 센트비는 최근 필리핀 현금 송금 전문 수취 점유율 1위 기업인 세부아나, 베트남 무역은행, 말레이시아 트랭글로 등과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전용 고객 서비스(CS)센터도 오픈, 해외 송금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위한 일대일 상담 서비스와 국가별 커뮤니티 등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프리펀딩·풀링 통해 수수료 절감
해외 송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시장 성장, 기술 발전, 규제 완화 등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송금은 스위프트(SWIFT)의 결제 시스템망을 이용해 이뤄졌다. 돈을 해외로 보내려면 송금 은행→중개 은행→수취 은행 등을 거쳐야 했고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었다. 은행에서 송금을 처리하는 데 드는 ‘송금 수수료’, 중개 은행에 지불하는 ‘중개 은행 수수료’, 돈을 찾을 때 해외 현지 은행에 내는 ‘수취 수수료’, 은행 간 전신문을 주고받는 데 드는 ‘전신료’ 등 각종 명목으로 송금액의 4~6%를 수수료로 내야 했다.
은행 창구에 찾아가 1000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면 송금 수수료(1만원), 전신료(8000원), 중개은행 수수료(약 18달러·송금 받는 사람이 낼 수도 있음), 환전 수수료 등으로 4만~6만원을 냈다.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길면 사흘이 걸렸다. 경제 규모 성장과 세계화로 국내 해외 송금 시장 규모가 2000년 30억 달러 수준에서 2016년 103억 달러까지 늘었지만 송금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SWIFT 망을 쓰지 않는 해외 송금 방식이 각광 받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주요국에 지점을 보유한 씨티은행의 송금망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중개 수수료, 수취 은행 수수료, 전신료 등이 붙지 않는다.
해외 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들은 ‘프리펀딩’, ‘풀링’ 등의 방식을 활용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있다. 프리펀딩은 해외 대형 송금 업체에 미리 목돈을 보내고 이후 고객의 요청에 따라 현지 협력사를 통해 돈을 지급하는 송금 방식이다. 풀링은 소액 송금 여러 건을 하나로 모아 은행 간 금융·통신망을 통해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동 구매로, 수수료를 십시일반식으로 나누게 된다. 최근 해외 송금 사업을 시작한 현대카드도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업체 커렌시클라우드와 협업하는데, 고객의 송금 요청을 모아 하루에 한 번 송금액과 고객의 명단·내역을 전달하는 식이다.
규제 완화도 한몫한다. 작년 7월 핀테크 업체에도 해외 송금 시장의 문이 열렸다. 금융사가 아니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소액해외송금업(건당 3000달러, 연간 2만 달러 한도)을 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된 것이다. 이전에는 핀테크 업체 단독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어 은행과 함께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법 개정으로 핀테크 업체 단독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소액해외송금업 업체는 약 20곳에 달한다.
특히 일부 핀테크 업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간편하고 빠른 해외 송금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은 보안을 높이고 송금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엑스커런트 솔루션’ 도입 계약을 했다. 엑스커런트는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해외 송금 솔루션으로, 상용화되면 해외 송금 과정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코인원트랜스퍼는 올해 하반기 해외 송금 서비스에 솔루션 적용을 완료할 방침이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외국환 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이 독점했던 해외 송금 시장에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가 뛰어들었다”며 “송금 수수료는 내려가는 반면 서비스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편 송금 등 시중은행도 반격 나서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송금 번호, 이름만 알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해외 송금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모바일 송금 수수료를 5000~8000원 수준으로 낮추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신한·KB국민은행 등은 글로벌 은행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결제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주 연구원은 “은행권도 외화 사업 부문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비(非)가격 경쟁력 개선에도 주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시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말했다.
KB국민은행은 5월부터 ‘KB GPI 프리미엄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KB GPI 해외 송금 서비스는 당일 수취가 가능한 빠른 송금으로 고객이 송금의 진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KB 원 아시아 해외 송금 서비스’ 제휴 은행을 18개국 135개 은행으로 확대했다. 송금 수수료는 송금 금액과 상관없이 1000원으로 동일하고 당일 송금 수취가 가능하다. KB 원 현지통화송금은 해외 송금 신청 단계에서 수취인이 받게 될 현지 통화 금액을 확정해 송금하는 서비스로, 거래 투명성이 높고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NH농협은행도 필리핀 송금 시 계좌번호가 없어도 수취인 이름과 송금 핀(PIN) 번호만으로 필리핀 메트로 뱅크 960여 전 지점과 7000여 제휴 가맹점에서 송금 대금을 수취할 수 있는 ‘NH-메트로 무계좌 해외 송금’을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전국의 NH농협은행 영업점과 올원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필리핀으로 송금할 수 있고 필리핀 수취인은 신분증과 송금 PIN 번호를 제시해 필리핀 전역의 8000여 메트로뱅크 전 지점 및 제휴 가맹점(메트로뱅크와 송금 대금 지급 업무 협약을 맺고 있는 송금 취급 기관)에서 별도의 추가 수수료 없이 송금액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 건별·인별 송금 한도는 영업점 7000달러, 올원뱅크 앱 3000달러로 미국 달러화 또는 필리핀 페소화로 송금할 수 있고 필리핀 페소화로 바로 송금 시 고객은 이중 환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외국인 특화 점포 개설로 대응하는 은행들도 있다. 우리은행은 5월 평택에 일요일에만 영업하는 일요송금센터를 열었다. 외국인이 은행 업무를 보기 편하게 중국인 직원과 베트남어·러시아어 통역 도우미도 배치했다. KB국민은행도 주말에만 운영되는 외환송금센터를 화성 발안에 개설했다. 안산 원곡동, 서울 오장동, 의정부, 김해, 경안에 이어 여섯째 외국인 대상 외환센터다.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또 KEB하나은행은 16곳, 신한은행은 3곳의 외국인 전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용어 설명 : 스위프트(SWIFT) = 국제은행간통신협정. 1973년 5월 유럽과 북미의 주요 은행이 가맹해 발족된 비영리 조직. 본부는 브뤼셀에 있다. 각국의 주요 은행을 묶어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은행 상호간의 지급·송금 업무 등을 위한 데이터 통신의 교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돋보기] 서울시도 송금 사업 추진…수수료 낮춰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모바일 해외 송금을 지원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5월 14일 ‘모바일 소액 외화 송금 서비스’ 시범 사업자 접수를 마감했다. 핀테크 기업 센트비와 페이게이트·핀샷 등 총 9개 업체가 신청했다. 해당 업체 모두 기획재정부에 소액해외송금업자 등록을 마쳤다.
서울시는 2017년 3월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외환거래법 등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소액해외송금업을 하려는 핀테크 업체가 기재부 인·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자기자본, 전산 시설 구축 등 요건을 갖춰야 했다. 현장 실사까지 진행되며 등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사업자가 정부 등록을 완료하자 서울시도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외국인 노동자는 은행권의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불법 환치기 방식을 이용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은행 외화 송금 대비 40% 가까이 수수료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범 사업자는 30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시 거주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업을 홍보할 수 있다.
선정 업체는 6월 말부터 바로 소액 외화 송금 솔루션 및 외화 공금 관련 앱 제작과 모바일 소액 외화 송금 서비스 마케팅을 진행한다. 사업 기간은 6월 말부터 내년 5월까지 1년이다. 중간 평가를 통해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센터 6개소(강동·금천·성동·성북·양천·은평)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선정 사업자 홍보 자료를 비치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관련 교육 시 현장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 사업자와 추가 협의를 통해 마케팅·홍보 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