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한진·롯데, 대륙횡단철도·북극항로 등 유라시아 물류길 확보에 박차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신북방 정책’이 바꿔 놓을 한반도 물류 지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방 물류는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 사업이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북한을 거쳐 이동할 수 있는 육로가 확보된다면 한반도 종단철도(TKR)·중국횡단철도(TCR)·몽골횡단철도(TMG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라시아 전 지역을 아우르는 ‘화물 지도’가 완성된다.
여기에 기존 수에즈운하 노선보다 훨씬 경제적인 ‘북극항로’는 바닷길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북방 물류가 한반도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러시아·몽골 등 북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남북 간 대화로 이른바 ‘미싱 로드’였던 북한 물류길과의 연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 유라시아 공략 시작
이에 따라 물류 기업은 유라시아 전초기지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 유럽과 아시아 간 중국횡단철도(TCR)와 트럭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 복합 운송 서비스 ‘유라시아 브리지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중국에서 화물을 컨테이너에 넣고 물류센터에서 기차역까지 럭으로 운송한 후 철도 화차에 컨테이너를 실어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 지역 기차역까지 수송한다.
여기서 다시 트럭으로 고객사 물류센터, 공장까지 바로 운송(door to door)해 주는 서비스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화물은 역순으로 운영된다.
CJ대한통운은 출시 한 달 만에 기존 중국과 유럽의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독립국가
연합(CIS)을 포함시켰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8개성 3개 직할시 총 22개 역에서 유럽행 화물수송이 가능하다.
또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과 CIS 14개국 30개역까지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국·CIS 등 대부분 지역에 철도와 트럭을 이용한 복합 화물운송이 가능해졌고 중국발 52개, 유럽발 74개의 노선을 운영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러시아 물류 기업 페스코와의 러시아 내 물류 사업 TSR 이용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북방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한 바 있다.
한진은 유라시아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기치로 우즈베키스탄 국영 물류 기업과 트러킹 합작 법인인 ‘ELS’를 설립해 우즈베키스탄 내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트럭·철도·항공운송 등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 우즈베키스탄의 경제특구인 ‘나보이 자유경제구역(FEZ)’이 개발될 때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캄보디아·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의 물류 거점을 확보했고 극동아시아·중앙아시아·인도차이나를 연결하는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한진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유라시아 시장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그룹사가 직접 북방 지역 교류를 챙긴다. 그룹 내 ‘북방 TF’를 구성하고 북한에서 러시아·연해주·중국 동북3성까지 아우르는 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인 오성엽 부사장이 TF장을 맡았다.
특히 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과거 현대로지스틱스였을 당시 금강산 특구와 개성공단 자재 운송 경험이 있는 만큼 향후 물류 분야에서 경제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롯데 내부에서도 1995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한 후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해 왔다.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사회·문화적 교류 활동을 확대해 북방 지역과의 관계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한 유럽~아시아 간 화물 운송은 항공운송 대비 비용 5분의 1, 해상운송 대비 소요 시간 3분의 1로 상당히 경제적이다. 지난해 약 5800억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유럽 간 철도운송 규모가 매년 10~ 20%까지 성장해 2020년에는 8000억원대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길이 TCR·TSR과의 연계를 기대한다면 바닷길은 ‘북극 항로’를 주목하고 있다.
◆북극 항로,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은 미완성
통상적으로 말하는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를 말한다. 북극항로는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7월에서 10월까지만 운송이 가능하다. 한시적인 운항 시기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과 로테르담을 운항한다면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한 운항보다 운송 거리를 32%(2만2000km →1만5000km) 줄일 수 있다. 운항 일수도 기존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북극과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 지하자원과 광물자원의 수송도 원활해진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일회성으로 북극항로를 운항한 바 있다. 2013년 현대글로비스의 시범 운항, 2015년 대한통운의 국적 선박이 최초로 상업 운항을 실시했다. 또 2016년 SLK국보와 팬오션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로 플랜트 설비를 운송했다.
다만 북극항로는 대륙 운송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북극항로의 수익성이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극항로는 얼음이 녹는 6월부터 10월까지만 운항할 수 있고 뒷받침되는 수송 물량 또한 변동 폭이 크다. 일본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6~12월) 북극해 항로의 운항 선박 수는 49척으로 전년 63척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는 철도와의 연계를 통해 복합 운송을 꾀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난 5월 16일 열린 ‘제8차 한·러 극동포럼’에서 니콜라이 페긴 캄차카개발공사 사장은 “북극항로라는 해상 운송로에 집중하기보다 내륙 운송과 연계한 복합 운송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 운송망이 강화된다면 부산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혹은 모스크바로의 운송 시 기존 43~50일(해상 수송)이 걸리지만 철도를 추가한다면 25~35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항만 등 북한 인프라 열악해
분단된 영토로 인해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위치에 놓인 한반도는 북한·중국·러시아를 통하지 않으면 유럽으로 갈 수 없다. 무엇보다 각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만큼 물류길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 푸틴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과 균형 있는 국토·경제 발전을 위해 ‘신동방 정책’을 수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극동 지역은 영토의 36%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이지만 열악한 기후와 낙후된 인프라로 전체 인구의 5%만이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극동 지역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풍부한 자원 에너지를 갖고 있고 시베리아횡단철도·극동항만 등 유라시아 물류 루트의 중심지로서의 지리적 이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 ‘극동개발부’ 신설에 이어 2014년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 경제발전’ 프로그램을 채택해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고 각종 플랜트와 발전소 건설,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북극항로와 맞닿은 국가로, 이 지역을 오가는 선박들에 쇄빙선 에스코트 비용을 포함한 일종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한국이 그리는 북방 물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다.
따라서 정부는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맞닿을 수 있는 ‘신북방 정책’으로 물류길을 이으려고 한다. 동시에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추진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의 접점도 그릴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북방 경제협력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전담 기구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에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의 물꼬를 텄고 한국·북한·러시아 3국이 참여하는 형태로 협력도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유관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신북방 정책 4대 목표, 14개 중점 과제’를 지난 6월 18일 발표했다. 통합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은 유라시아 복합 물류망으로, 유라시아 대륙철도(TSR·TCR)와의 연계를 강화해 육로와 해운 복합 운송을 강화한다.
러시아와는 TSR 요금 인하, 부족한 화차 문제 해소 등을 위한 공동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중국 정부와 협의해 TCR의 한국 기업 전용 블록트레인(전세 화물열차) 운영을 지원한다.
물론 모든 전망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북방 물류 인프라 구축은 상당한 ‘장기전’이다. 따라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기업들만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열악한 물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철도학회가 2016년 발표한 ‘북한철도의 SWOT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북한은 철도 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다. 북한의 선로는 목침목의 비중이 높고 그마저도 가공되지 않은 생나무 침목으로 부식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해운 물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의 분단으로 동서 해안이 분리돼 지역 간 해운 운송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주요 항만은 서해의 남포항, 동해의 청진항을 포함해 8개의 무역항이 있지만 하역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장기적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항만 시설이 발전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맞닿을 수 있는 ‘신북방 정책’을 통해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추진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의 접점도 그릴 수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추진 시동?
신북방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2년간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하산, 동해항로를 연결하는 물류 프로젝트로 남과 북, 러시아가 함께하는 협력 사업이다.
나진항 제3호 부두에서 하산까지 54km의 철도를 개·보수한 후 터미널과 열차를 확보해 나진항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한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 시범 운송을 실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시행된 3차 시행 운송에서는 서시베리아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 12만 톤을 화물열차로 나진항으로 수송한 후 이를 동해항로로 벌크선에 실어 광양항과 포항항에 입항했다. 하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2016년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에 들어서며 중단된 상태다. 201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 측은 대북 제재에 돌입하며 남북 경협 사업을 전면 중단됐다.
4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에 들어서자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 6월 15일 “그간 한반도 정세에 따라 추진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들을 러시아 등 북방 경제권 국가들과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6월 18일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대해 “남·북·러 협력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하고 한·러 간 공동 연구 추진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신북방 정책’이 바꿔 놓을 한반도 물류 지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방 물류는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 사업이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북한을 거쳐 이동할 수 있는 육로가 확보된다면 한반도 종단철도(TKR)·중국횡단철도(TCR)·몽골횡단철도(TMG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라시아 전 지역을 아우르는 ‘화물 지도’가 완성된다.
여기에 기존 수에즈운하 노선보다 훨씬 경제적인 ‘북극항로’는 바닷길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북방 물류가 한반도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러시아·몽골 등 북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남북 간 대화로 이른바 ‘미싱 로드’였던 북한 물류길과의 연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 유라시아 공략 시작
이에 따라 물류 기업은 유라시아 전초기지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 유럽과 아시아 간 중국횡단철도(TCR)와 트럭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 복합 운송 서비스 ‘유라시아 브리지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중국에서 화물을 컨테이너에 넣고 물류센터에서 기차역까지 럭으로 운송한 후 철도 화차에 컨테이너를 실어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 지역 기차역까지 수송한다.
여기서 다시 트럭으로 고객사 물류센터, 공장까지 바로 운송(door to door)해 주는 서비스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화물은 역순으로 운영된다.
CJ대한통운은 출시 한 달 만에 기존 중국과 유럽의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독립국가
연합(CIS)을 포함시켰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8개성 3개 직할시 총 22개 역에서 유럽행 화물수송이 가능하다.
또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과 CIS 14개국 30개역까지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국·CIS 등 대부분 지역에 철도와 트럭을 이용한 복합 화물운송이 가능해졌고 중국발 52개, 유럽발 74개의 노선을 운영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러시아 물류 기업 페스코와의 러시아 내 물류 사업 TSR 이용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북방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한 바 있다.
한진은 유라시아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기치로 우즈베키스탄 국영 물류 기업과 트러킹 합작 법인인 ‘ELS’를 설립해 우즈베키스탄 내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트럭·철도·항공운송 등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 우즈베키스탄의 경제특구인 ‘나보이 자유경제구역(FEZ)’이 개발될 때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캄보디아·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의 물류 거점을 확보했고 극동아시아·중앙아시아·인도차이나를 연결하는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한진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유라시아 시장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그룹사가 직접 북방 지역 교류를 챙긴다. 그룹 내 ‘북방 TF’를 구성하고 북한에서 러시아·연해주·중국 동북3성까지 아우르는 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인 오성엽 부사장이 TF장을 맡았다.
특히 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과거 현대로지스틱스였을 당시 금강산 특구와 개성공단 자재 운송 경험이 있는 만큼 향후 물류 분야에서 경제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롯데 내부에서도 1995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한 후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해 왔다.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사회·문화적 교류 활동을 확대해 북방 지역과의 관계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한 유럽~아시아 간 화물 운송은 항공운송 대비 비용 5분의 1, 해상운송 대비 소요 시간 3분의 1로 상당히 경제적이다. 지난해 약 5800억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유럽 간 철도운송 규모가 매년 10~ 20%까지 성장해 2020년에는 8000억원대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길이 TCR·TSR과의 연계를 기대한다면 바닷길은 ‘북극 항로’를 주목하고 있다.
◆북극 항로,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은 미완성
통상적으로 말하는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를 말한다. 북극항로는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7월에서 10월까지만 운송이 가능하다. 한시적인 운항 시기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과 로테르담을 운항한다면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한 운항보다 운송 거리를 32%(2만2000km →1만5000km) 줄일 수 있다. 운항 일수도 기존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북극과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 지하자원과 광물자원의 수송도 원활해진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일회성으로 북극항로를 운항한 바 있다. 2013년 현대글로비스의 시범 운항, 2015년 대한통운의 국적 선박이 최초로 상업 운항을 실시했다. 또 2016년 SLK국보와 팬오션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로 플랜트 설비를 운송했다.
다만 북극항로는 대륙 운송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북극항로의 수익성이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극항로는 얼음이 녹는 6월부터 10월까지만 운항할 수 있고 뒷받침되는 수송 물량 또한 변동 폭이 크다. 일본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6~12월) 북극해 항로의 운항 선박 수는 49척으로 전년 63척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는 철도와의 연계를 통해 복합 운송을 꾀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난 5월 16일 열린 ‘제8차 한·러 극동포럼’에서 니콜라이 페긴 캄차카개발공사 사장은 “북극항로라는 해상 운송로에 집중하기보다 내륙 운송과 연계한 복합 운송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 운송망이 강화된다면 부산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혹은 모스크바로의 운송 시 기존 43~50일(해상 수송)이 걸리지만 철도를 추가한다면 25~35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항만 등 북한 인프라 열악해
분단된 영토로 인해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위치에 놓인 한반도는 북한·중국·러시아를 통하지 않으면 유럽으로 갈 수 없다. 무엇보다 각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만큼 물류길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 푸틴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과 균형 있는 국토·경제 발전을 위해 ‘신동방 정책’을 수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극동 지역은 영토의 36%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이지만 열악한 기후와 낙후된 인프라로 전체 인구의 5%만이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극동 지역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풍부한 자원 에너지를 갖고 있고 시베리아횡단철도·극동항만 등 유라시아 물류 루트의 중심지로서의 지리적 이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 ‘극동개발부’ 신설에 이어 2014년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 경제발전’ 프로그램을 채택해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고 각종 플랜트와 발전소 건설,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북극항로와 맞닿은 국가로, 이 지역을 오가는 선박들에 쇄빙선 에스코트 비용을 포함한 일종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한국이 그리는 북방 물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다.
따라서 정부는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맞닿을 수 있는 ‘신북방 정책’으로 물류길을 이으려고 한다. 동시에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추진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의 접점도 그릴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북방 경제협력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전담 기구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에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의 물꼬를 텄고 한국·북한·러시아 3국이 참여하는 형태로 협력도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유관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신북방 정책 4대 목표, 14개 중점 과제’를 지난 6월 18일 발표했다. 통합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은 유라시아 복합 물류망으로, 유라시아 대륙철도(TSR·TCR)와의 연계를 강화해 육로와 해운 복합 운송을 강화한다.
러시아와는 TSR 요금 인하, 부족한 화차 문제 해소 등을 위한 공동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중국 정부와 협의해 TCR의 한국 기업 전용 블록트레인(전세 화물열차) 운영을 지원한다.
물론 모든 전망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북방 물류 인프라 구축은 상당한 ‘장기전’이다. 따라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기업들만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열악한 물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철도학회가 2016년 발표한 ‘북한철도의 SWOT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북한은 철도 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다. 북한의 선로는 목침목의 비중이 높고 그마저도 가공되지 않은 생나무 침목으로 부식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해운 물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의 분단으로 동서 해안이 분리돼 지역 간 해운 운송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주요 항만은 서해의 남포항, 동해의 청진항을 포함해 8개의 무역항이 있지만 하역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장기적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항만 시설이 발전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맞닿을 수 있는 ‘신북방 정책’을 통해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추진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의 접점도 그릴 수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추진 시동?
신북방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2년간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하산, 동해항로를 연결하는 물류 프로젝트로 남과 북, 러시아가 함께하는 협력 사업이다.
나진항 제3호 부두에서 하산까지 54km의 철도를 개·보수한 후 터미널과 열차를 확보해 나진항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한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 시범 운송을 실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시행된 3차 시행 운송에서는 서시베리아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 12만 톤을 화물열차로 나진항으로 수송한 후 이를 동해항로로 벌크선에 실어 광양항과 포항항에 입항했다. 하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2016년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에 들어서며 중단된 상태다. 201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 측은 대북 제재에 돌입하며 남북 경협 사업을 전면 중단됐다.
4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에 들어서자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 6월 15일 “그간 한반도 정세에 따라 추진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들을 러시아 등 북방 경제권 국가들과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6월 18일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대해 “남·북·러 협력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하고 한·러 간 공동 연구 추진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