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에 500억원’ 뉴욕 432 파크애비뉴, 가격 떨어지고 매물 쌓이는 중
[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뉴욕에서 초고층 빌딩들이 붐을 이룬 것은 ‘432 파크애비뉴’가 2015년 개관하면서 본격화됐다. 맨해튼 56~57가와 파크애비뉴 사이에 자리한 ‘432 파크애비뉴’는 세계 최고 높이의 초호화 콘도다. 면적은 가로 세로 28m에 불과하지만 높이는 지상 96층, 426m에 달한다.
맨해튼에서 원월드트레이드타워(541m)에서 이어 둘째로 높고 미국을 통틀어도 셋째로 높은 빌딩이다. 그러다 보니 뉴욕 어디에서도 이 빌딩을 볼 수 있다. 정사각형 건물 면적을 반으로 나눠 한 층에 ‘동편’과 ‘서편’형 콘도가 1개씩 있는데 가격은 조망권에 따라 1750만 달러에서 3800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서울 종로타워를 설계한 우루과이 출신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 씨가 설계했다.
지난 4월에는 배우 겸 가수인 제니퍼 로페즈 씨와 미국 프로야구의 슈퍼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즈 커플이 지난 3월 36층 콘도에 입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페즈 씨가 매입한 금액은 1531만6000달러다.
이 집은 372㎡(112평)이며 침실 3개, 욕실 4.5개 등을 포함한다. 거실 바닥에서 천장까지 3.8m 높이다. 천장이 높은 만큼 창문도 널찍하게 나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로페즈 씨의 유닛은 36층이라 그런지 이 빌딩 내에서는 저렴한 편이다. 1개 층을 다 쓰는 꼭대기 층(96층) 펜트하우스는 가격이 9500만 달러나 된다. 2014년 분양을 시작한 뒤 2000만 달러가 넘게 거래된 아파트도 48건이다.
◆거래가 곧 뉴스인 ‘432 파크애비뉴’
얼마 전 중국인 회사가 3개 유닛을 한꺼번에 9100만 달러에 매입한 적도 있다. 이는 작년 뉴욕 시내 주택 거래 최고가를 기록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뉴욕의 억만장자인 힐레이 나마드 씨가 각각 3475만 달러와 2525만 달러 유닛 두 채를 한꺼번에 매입했다. 아파트가 유명세가 높다 보니 이 단지 내 유닛들이 거래되면 바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2018년 3월 개발 분양 시행사인 CIM그룹과 매클로 프라퍼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거래된 이 빌딩 내 총금액은 20억 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432 파크애비뉴’가 세계 최고층 주거용 콘도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내년까지다. 지척 거리의 웨스트57가에 건설 중인 ‘센트럴파크타워’가 2019년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의 지위를 빼앗기게 된다.
이 건물의 높이는 478m다. 세계 최고층 원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안테나를 뺀 높이보다 조금 더 높다. 지붕 높이로만 따지면 세계 최고층이란 얘기다. 원래 장식용 첨탑을 넣어 원월드와 같은 541m로 맞출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첨탑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층수는 131층 규모지만 최고급 콘도로 지붕을 높게 만들다 보니 실제 층수는 94층에 불과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카네기홀 옆으로 ‘111 웨스트 57번가’라는 이름의 빌딩도 올라가고 있다. 이 빌딩은 올해 완공 예정으로 높이가 438m에 달한다. 대지 면적과 빌딩 높이 비율이 1 대 23으로 최고로 얇고 높은 빌딩이 된다.
◆공급과잉, 뉴욕 부동산 집값 낮출까
하지만 이런 고급 콘도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로페즈 씨처럼 분양가보다 낮게 매입하는 이들이 더 많다.
5월 초 기자가 참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18’에서는 부동산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2007년처럼 위기가 갑작스레 들이닥칠 상황은 아니지만 조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뉴욕의 유명 부동산 개발 사업자인 샘 젤 에쿼티그룹 회장은 “개발업자들은 자금만 조달되면 무조건 짓는다”며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침체는 공급과잉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맨해튼 아파트 시장의 침체는 심화됐다. 판매가 둔화되고 매물이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매각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8% 감소했다.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 중간값은 2011년에서 2017년 사이에 4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맨해튼 아파트의 중간가격은 작년 2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고 수준보다 9.2% 하락한 108만5000달러였다. 이는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매물이 계속 늘어나 5월 말 기준 7487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작년 5월 말보다 31.8% 증가한 수준이며 2016년에 비해선 40% 이상 늘었다.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 부진은 2016년 말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말 통과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이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월 1일부터 적용된 세제 개편으로 재산세·판매세, 주(州)·지역세 공제액과 모기지 금리 공제액이 각각 1만 달러와 75만 달러로 제한되면서 억만장자들이 뉴욕의 초고가 부동산 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중개 사이트인 어번딕스에 따르면 특히 고가 주택의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00만~2000만 달러 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15~20%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시장이 구매자 위주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억만장자의 거리(Billionaires Row)’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에서 남쪽을 보면 젓가락처럼 기다랗고 높은 빌딩들이 여섯 개 보인다. 뉴욕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개의 새로운 초고층 건물의 라인업에 대해 이런 별명을 붙였다.
그중 4개는 현재 높이만 해도 다른 주변 빌딩보다 더 높은데 계속 공사 중이다. 이런 빌딩들은 ‘스키니 슈퍼톨(skinny supertall)’, ‘슈퍼 슬랜더(super slander)’라고 불리는데, 모두가 주거용 콘도라는 게 특징이다.
[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뉴욕에서 초고층 빌딩들이 붐을 이룬 것은 ‘432 파크애비뉴’가 2015년 개관하면서 본격화됐다. 맨해튼 56~57가와 파크애비뉴 사이에 자리한 ‘432 파크애비뉴’는 세계 최고 높이의 초호화 콘도다. 면적은 가로 세로 28m에 불과하지만 높이는 지상 96층, 426m에 달한다.
맨해튼에서 원월드트레이드타워(541m)에서 이어 둘째로 높고 미국을 통틀어도 셋째로 높은 빌딩이다. 그러다 보니 뉴욕 어디에서도 이 빌딩을 볼 수 있다. 정사각형 건물 면적을 반으로 나눠 한 층에 ‘동편’과 ‘서편’형 콘도가 1개씩 있는데 가격은 조망권에 따라 1750만 달러에서 3800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서울 종로타워를 설계한 우루과이 출신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 씨가 설계했다.
지난 4월에는 배우 겸 가수인 제니퍼 로페즈 씨와 미국 프로야구의 슈퍼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즈 커플이 지난 3월 36층 콘도에 입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페즈 씨가 매입한 금액은 1531만6000달러다.
이 집은 372㎡(112평)이며 침실 3개, 욕실 4.5개 등을 포함한다. 거실 바닥에서 천장까지 3.8m 높이다. 천장이 높은 만큼 창문도 널찍하게 나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로페즈 씨의 유닛은 36층이라 그런지 이 빌딩 내에서는 저렴한 편이다. 1개 층을 다 쓰는 꼭대기 층(96층) 펜트하우스는 가격이 9500만 달러나 된다. 2014년 분양을 시작한 뒤 2000만 달러가 넘게 거래된 아파트도 48건이다.
◆거래가 곧 뉴스인 ‘432 파크애비뉴’
얼마 전 중국인 회사가 3개 유닛을 한꺼번에 9100만 달러에 매입한 적도 있다. 이는 작년 뉴욕 시내 주택 거래 최고가를 기록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뉴욕의 억만장자인 힐레이 나마드 씨가 각각 3475만 달러와 2525만 달러 유닛 두 채를 한꺼번에 매입했다. 아파트가 유명세가 높다 보니 이 단지 내 유닛들이 거래되면 바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2018년 3월 개발 분양 시행사인 CIM그룹과 매클로 프라퍼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거래된 이 빌딩 내 총금액은 20억 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432 파크애비뉴’가 세계 최고층 주거용 콘도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내년까지다. 지척 거리의 웨스트57가에 건설 중인 ‘센트럴파크타워’가 2019년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의 지위를 빼앗기게 된다.
이 건물의 높이는 478m다. 세계 최고층 원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안테나를 뺀 높이보다 조금 더 높다. 지붕 높이로만 따지면 세계 최고층이란 얘기다. 원래 장식용 첨탑을 넣어 원월드와 같은 541m로 맞출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첨탑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층수는 131층 규모지만 최고급 콘도로 지붕을 높게 만들다 보니 실제 층수는 94층에 불과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카네기홀 옆으로 ‘111 웨스트 57번가’라는 이름의 빌딩도 올라가고 있다. 이 빌딩은 올해 완공 예정으로 높이가 438m에 달한다. 대지 면적과 빌딩 높이 비율이 1 대 23으로 최고로 얇고 높은 빌딩이 된다.
◆공급과잉, 뉴욕 부동산 집값 낮출까
하지만 이런 고급 콘도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로페즈 씨처럼 분양가보다 낮게 매입하는 이들이 더 많다.
5월 초 기자가 참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18’에서는 부동산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2007년처럼 위기가 갑작스레 들이닥칠 상황은 아니지만 조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뉴욕의 유명 부동산 개발 사업자인 샘 젤 에쿼티그룹 회장은 “개발업자들은 자금만 조달되면 무조건 짓는다”며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침체는 공급과잉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맨해튼 아파트 시장의 침체는 심화됐다. 판매가 둔화되고 매물이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매각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8% 감소했다.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 중간값은 2011년에서 2017년 사이에 4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맨해튼 아파트의 중간가격은 작년 2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고 수준보다 9.2% 하락한 108만5000달러였다. 이는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매물이 계속 늘어나 5월 말 기준 7487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작년 5월 말보다 31.8% 증가한 수준이며 2016년에 비해선 40% 이상 늘었다.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 부진은 2016년 말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말 통과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이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월 1일부터 적용된 세제 개편으로 재산세·판매세, 주(州)·지역세 공제액과 모기지 금리 공제액이 각각 1만 달러와 75만 달러로 제한되면서 억만장자들이 뉴욕의 초고가 부동산 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중개 사이트인 어번딕스에 따르면 특히 고가 주택의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00만~2000만 달러 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15~20%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시장이 구매자 위주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억만장자의 거리(Billionaires Row)’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에서 남쪽을 보면 젓가락처럼 기다랗고 높은 빌딩들이 여섯 개 보인다. 뉴욕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개의 새로운 초고층 건물의 라인업에 대해 이런 별명을 붙였다.
그중 4개는 현재 높이만 해도 다른 주변 빌딩보다 더 높은데 계속 공사 중이다. 이런 빌딩들은 ‘스키니 슈퍼톨(skinny supertall)’, ‘슈퍼 슬랜더(super slander)’라고 불리는데, 모두가 주거용 콘도라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