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몸값’ 북한 광물을 선점하라

-잠재가치 3조9033억 달러…‘4차 산업혁명의 핵심’ 희토류 매장량 中 버금가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남한은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지만 휴전선 너머 북한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북한광물자원개발포럼에 따르면 북한에 매장돼 있는 주요 광물자원의 잠재 가치는 약 3조9033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남한에 비해 무려 24.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세계 10위의 자원 부국으로 분류할 정도다.


남북 관계가 화해의 급물살을 타면서 잊고 있었던 북한의 자원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자원에 대해 마치 ‘맡겨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도 엄연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세계 10위의 자원 부국, 북한


북한에서 개발이 유망한 광종으로는 금·아연·철·동·몰리브덴·마그네사이트·인상흑연·인회석 등이 꼽힌다. 이 중 마그네사이트는 약 60억 톤 매장돼 있고 세계 2위 규모에 해당한다. 여기에 북한에는 우리 정부가 선정한 ‘10대 중점 확보 희귀금속’도 다수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만한 희귀금속으로는 몰리브덴 5만4000톤, 망간 30만 톤, 니켈 3만6000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에서 필요로 하는 광물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연 153억9000만 달러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북한 광업 생산은 약 4조5000억원으로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2.5%를 차지한다. 남한의 생산량이 2조6500억원으로 GDP의 0.16%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높다.


북한에는 총 728개의 광산이 있는데 잠재 가치만 해도 약 3220조원이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광산물 수출액은 14억6000만 달러로 총수출의 52%를 차지한다. 이 중 대중국 수출의 비율이 99%로 절대적이다.


북한 광물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대북 제재로 경제협력이 끊어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북한의 광물자원 매장량은 북한의 발표 자료로 추정할 수 있는데, 잠재 가치는 매장량에 광물 가격을 적용해 산출하며 광물 가격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다만 정확한 매장량과 가늠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광물자원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북이 함께한 광물자원 개발 투자 사업은 총 4건 진행됐다. 이 중 광물공사의 사업이 1건, 민간 부문이 3건이지만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모든 사업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기술력만큼 중요한 ‘원료 확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북한의 명지총회사와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정촌광산에서 흑연을 생산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총 665만 달러를 투자했고 2008년 900톤, 2009년 1504톤의 흑연을 생산했다. 이 광산의 매장량은 625만 톤이며 연간 흑연 30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정촌광산 사업은 2010년 정부의 5·24 조치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있었다. 서평에너지가 천성광산(무연탄), 태림산업이 룡강광산(석재), 아천글로벌이 송학광산(석재)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소득을 얻기도 전에 사업이 중단돼 버렸다.


남한은 대표적인 자원 빈국으로 전체 천연 광석의 99.6%를 수입에 의존한다. 북한의 광물은 남한에는 탐나는 자원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남북 관계가 완화되면서 중단됐던 북한과의 자원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광물의 몸값이 나날이 오르고 있다. 특히 희소금속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기술(IT) 제품 생산에 꼭 필요한 물질들로 거론되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 전기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튬 10~50kg, 코발트 2~10kg, 니켈 8.8~44kg, 망간 8.2~42kg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에도 코발트가 활용된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발트의 몸값은 지난해 연말 대비 130.8%까지 폭등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코발트·리튬·텅스텐·니켈·망간을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5대 핵심 광물로 선정하고 체계적인 비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력만큼 원료의 확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광물자원 사업을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비용 회수도 가능하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남한이 북한 철도와 도로, 전력 인프라에 투자하는 비용 201조원을 광물자원 사업으로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을 합쳐 연간 9만131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전망이 긍정적이지만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광물을 마치 ‘맡겨 놓은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략적 시장 선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광물을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남한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0년 중국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자원 수입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일본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중국 희토류 수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로, 남한처럼 자원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희소금속의 일종인 희토류는 17개 원소를 총칭하는데 경제성을 가진 고품위 광석이 다른 광물들에 비해 드물게 발견된다.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2000만~4800만 톤으로 집계되며 중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과거 북한도 자국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한 바 있다. 일본이 충분히 눈독을 들일 만한 시장이다.


미국 또한 1890년대 평안북도 운산 금광에 관심을 가진 경험을 갖고 있어 북한 자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북·미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변화하면서 이러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기업이 뛰어들 수 있는 환경 필요해


중국은 북한 자원 수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이며 여기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협력에 차질이 생기면 더욱 북한을 필요로 할 수 있다.


권칠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북한 광물자원과 관련해 체결한 투자 계약은 38건이다. 계약 내용은 북한 당국의 비공개로 확인할 수 없지만 대부분 운영 문제로 진척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전략을 구성해야 할까. 북한 광물에 접근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 먼저 정부는 민간 기업이 원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거 개성공단처럼 북한 광산에 투자한 기업들이 북한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또 자금과 세제 지원에 나서야 민간 기업의 투자를 이끌 수 있다. 민간 기업은 사업에 나서는 주체로, 어떤 광물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지 먼저 제시해야 한다. 최경수 소장은 “북한 광물을 사용할 때 남한이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비즈니스는 냉정한 것”이라며 “북한 광물을 남한이 무조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정부가 남북 경협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 광물을 둘러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2006년부터 북한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통해 평양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북한 자원 개발에 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지속해 왔다.


또 6월 초 기존의 남북자원협력실을 정촌광산·한반도신경제지도·민간지원 등 3개 분과 사업단으로 재구성하고 인력을 보완해 향후 생길 수 있는 남북 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올 초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이 결정됐는데, 향후 북한 자원 개발에서 통합 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북한 광물 사업과 관련해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매년 북한자원개발포럼에 간사로 참여하며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각 기업들은 관련 TF를 출범 중이다. 하지만 아직 광물 개발에는 본격적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광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추정할 수 없지만 남북 경협은 많은 ‘변수’를 포착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및 투자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