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무브먼트호텔, 난민 위해 일자리 창출하고 지역 경제에도 공헌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 기자] 네덜란드에서는 자국에 유입된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유럽연합(EU)의 최대 난제인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발표된 네덜란드 통계청 자료(CBS)에 따르면 네덜란드 성인 77%는 전쟁이나 박해로 자신의 나라를 탈출한 난민을 네덜란드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숙박 스타트업은 과거 감옥이었던 건물을 팝업 호텔로 개조해 난민들을 호텔리어로 채용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동부에 자리한 무브먼트호텔은 비영리 스타트업인 무브먼트 온 더 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숙박 시설로 지난해부터 영업 중이다.
◆감방을 객실로, 세탁실을 카페로
해당 스타트업은 네덜란드의 유명 호텔 체인인 ‘더스튜던트호텔’의 창업자 찰리 맥그리거가 주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일찍이 암스테르담으로 이주, 기숙사와 호텔을 결합한 형태의 주거 커뮤니티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 현재 암스테르담·로테르담·헤이그·아인트호벤 등 네덜란드 주요 도시에서 성공을 거뒀고 바르셀로나·파리·피렌체 등에서도 호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에만 매진하던 맥그리거 창업자는 2015년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동의 시신 사진에 충격을 받고 난민들을 돕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구호품 대신 난민들에게 직업을 준다면 사회 통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무브먼트호텔이 사용하고 있는 베이멀바이스교도소는 최근까지도 악명 높은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범죄율 감소로 2016년 감옥이 폐쇄된 이후 네덜란드에 몰려든 아프리카·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의 임시 수용 시설로 사용됐다.
정부는 지난해 이 감옥 건물 6개 타워를 대형 부동산 업체에 넘겼고 일부 감옥 시설은 철거 예정인 내년 초까지 사회적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감방을 객실로, 세탁실을 카페로 개조해 문을 연 무브먼트호텔은 현재 16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숙박객을 처음으로 응대하는 프런트 담당자부터 레스토랑 바리스타, 안전 요원, 객실 관리자까지 직원 대부분을 시리아 출신 난민이나 난민 신청자들로 구성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 임시 거주 중인 600여 시리아인들 중에서 선발됐다. 네덜란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직원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시리아의 상황이 안정화되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미래를 위해 당분간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난민 호텔리어들은 숙박객들이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중동의 대중음식인 허머스와 올리브를 제공하는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맥그리거 창업자는 자신의 사업체를 통해 난민들이 실제 호텔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진행했다.
그는 “그리스 난민촌에서 만났던 많은 난민들이 과거 고향에서는 유능한 은행가였고 기술자였다”며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온 난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방법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직업훈련과 취업을 통해 난민들이 지역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무브먼트호텔은 “좋은 일을 하라, 자신을 감옥에 가두라”라는 문구를 통해 호텔 홍보에 나섰다. 호텔 운영을 위한 모금 활동과 함께 수건이나 침구류 등 물품 기부자를 찾고 있다. 단체는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전액을 난민 교육에 재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출신 난민이 창업한 ‘스타트업 키친’
한편 난민 출신으로 네덜란드에 정착한 사업가가 새로 유입되는 난민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례도 있다.
시리아 출신으로 미국 유학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제이 아사드 씨는 관광·운송·식품·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고 최근까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레스토랑·호텔·도넛가게 등을 운영했던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다.
고향에서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했던 그는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이 거세지자 위험을 피해 가족들과 네덜란드로 도망쳤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난민이 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IS로 인해 아이들의 미래가 위험에 처하게 될까 두려워 2014년 고국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후 사업을 재기한 아사드 씨는 “이 사회의 주변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기부품이나 정부의 도움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난민 호텔처럼 과거 감옥이었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한시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한 암스테르담 베이멀바이스 타워 한 곳에 2017년 ‘스타트업 키친’을 설립했다. 또 레퓨제이(RefuJay)재단도 세웠다. 네덜란드 정부와 언론은 기부 대신 자립을 원하는 난민의 뜻을 환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키친은 시리아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 요리 워크숍, 시리아 도시락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정기 배달) 등을 제공하는 식품 서비스 기업이다. 스타트업 키친은 최근 기업체나 관공서 등의 행사에 초청돼 시리아 음식의 고유한 맛을 전하고 있다.
창업가이면서 요리사이기도 아사드 씨는 매일 식당 주방에서 시리아식 코스 메뉴를 직접 요리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이라크 출신 난민들을 요리사·주방보조·종업원 등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새로 유입되는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요리법 대신 자영업의 기본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3월 설립한 재단을 통해 난민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일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 기자] 네덜란드에서는 자국에 유입된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유럽연합(EU)의 최대 난제인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발표된 네덜란드 통계청 자료(CBS)에 따르면 네덜란드 성인 77%는 전쟁이나 박해로 자신의 나라를 탈출한 난민을 네덜란드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숙박 스타트업은 과거 감옥이었던 건물을 팝업 호텔로 개조해 난민들을 호텔리어로 채용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동부에 자리한 무브먼트호텔은 비영리 스타트업인 무브먼트 온 더 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숙박 시설로 지난해부터 영업 중이다.
◆감방을 객실로, 세탁실을 카페로
해당 스타트업은 네덜란드의 유명 호텔 체인인 ‘더스튜던트호텔’의 창업자 찰리 맥그리거가 주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일찍이 암스테르담으로 이주, 기숙사와 호텔을 결합한 형태의 주거 커뮤니티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 현재 암스테르담·로테르담·헤이그·아인트호벤 등 네덜란드 주요 도시에서 성공을 거뒀고 바르셀로나·파리·피렌체 등에서도 호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에만 매진하던 맥그리거 창업자는 2015년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동의 시신 사진에 충격을 받고 난민들을 돕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구호품 대신 난민들에게 직업을 준다면 사회 통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무브먼트호텔이 사용하고 있는 베이멀바이스교도소는 최근까지도 악명 높은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범죄율 감소로 2016년 감옥이 폐쇄된 이후 네덜란드에 몰려든 아프리카·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의 임시 수용 시설로 사용됐다.
정부는 지난해 이 감옥 건물 6개 타워를 대형 부동산 업체에 넘겼고 일부 감옥 시설은 철거 예정인 내년 초까지 사회적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감방을 객실로, 세탁실을 카페로 개조해 문을 연 무브먼트호텔은 현재 16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숙박객을 처음으로 응대하는 프런트 담당자부터 레스토랑 바리스타, 안전 요원, 객실 관리자까지 직원 대부분을 시리아 출신 난민이나 난민 신청자들로 구성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 임시 거주 중인 600여 시리아인들 중에서 선발됐다. 네덜란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직원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시리아의 상황이 안정화되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미래를 위해 당분간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난민 호텔리어들은 숙박객들이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중동의 대중음식인 허머스와 올리브를 제공하는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맥그리거 창업자는 자신의 사업체를 통해 난민들이 실제 호텔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진행했다.
그는 “그리스 난민촌에서 만났던 많은 난민들이 과거 고향에서는 유능한 은행가였고 기술자였다”며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온 난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방법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직업훈련과 취업을 통해 난민들이 지역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무브먼트호텔은 “좋은 일을 하라, 자신을 감옥에 가두라”라는 문구를 통해 호텔 홍보에 나섰다. 호텔 운영을 위한 모금 활동과 함께 수건이나 침구류 등 물품 기부자를 찾고 있다. 단체는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전액을 난민 교육에 재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출신 난민이 창업한 ‘스타트업 키친’
한편 난민 출신으로 네덜란드에 정착한 사업가가 새로 유입되는 난민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례도 있다.
시리아 출신으로 미국 유학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제이 아사드 씨는 관광·운송·식품·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고 최근까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레스토랑·호텔·도넛가게 등을 운영했던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다.
고향에서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했던 그는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이 거세지자 위험을 피해 가족들과 네덜란드로 도망쳤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난민이 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IS로 인해 아이들의 미래가 위험에 처하게 될까 두려워 2014년 고국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후 사업을 재기한 아사드 씨는 “이 사회의 주변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기부품이나 정부의 도움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난민 호텔처럼 과거 감옥이었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한시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한 암스테르담 베이멀바이스 타워 한 곳에 2017년 ‘스타트업 키친’을 설립했다. 또 레퓨제이(RefuJay)재단도 세웠다. 네덜란드 정부와 언론은 기부 대신 자립을 원하는 난민의 뜻을 환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키친은 시리아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 요리 워크숍, 시리아 도시락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정기 배달) 등을 제공하는 식품 서비스 기업이다. 스타트업 키친은 최근 기업체나 관공서 등의 행사에 초청돼 시리아 음식의 고유한 맛을 전하고 있다.
창업가이면서 요리사이기도 아사드 씨는 매일 식당 주방에서 시리아식 코스 메뉴를 직접 요리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이라크 출신 난민들을 요리사·주방보조·종업원 등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새로 유입되는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요리법 대신 자영업의 기본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3월 설립한 재단을 통해 난민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일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