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 등 대규모 공급 지역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 조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 단지.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불이 환하게 켜진 집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단지 내를 오가는 입주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섭씨 영상 38도에 이르는 폭염이 무색할 만큼 분위기는 썰렁하다.
이런 풍경이 벌써 5년째다. 이 아파트 단지는 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이후 미분양 물량을 시세보다 싼값에 전세로 돌리거나 할인 분양을 이어 온 끝에 가까스로 84㎡형 소형 아파트만 입주자를 모두 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대형 평수 200여 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 입주할 사람이 없는데 공급 이어져
완공 후 미분양된 아파트, 이른바 ‘불 꺼진 아파트’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긴다. 그런데 최근 분양된 경기도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악성 미분양 조짐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폭증하고 있는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 지역이다. 7월 24일 이들 지역 일부를 둘러 본 결과 불 꺼진 아파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런데도 이들 지역에는 앞으로 수만 가구의 아파트가 더 들어설 예정이고 지금도 신규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찾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하나같이 분주한 모습이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계속 들락거렸다. 하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남부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아파트의 집주인 역시 그랬다.
그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분양 받은 아파트가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입주하지 못했다. 자신은 기존 집에서 살고 분양 받은 아파트를 전세 놓을 계획이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나 가는데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는 “아파트를 매각하려고 해도 매각이 안 된다”며 “일단 연체료를 물어주면서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같은 화성시의 송산그린시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7년 개발계획을 수립한 이후 11년 만에 아파트 입주에 돌입했지만 수요가 한정적이다. 올해 초 반도유보라·휴먼빌·이지더원 등 시범단지 3곳의 2000여 가구 아파트 분양자들 역시 세입자 찾기에 애를 태우고 있다.
경기권의 입주율 하락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입주율을 조사하고 있는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경기권 입주율은 84.9%에서 4월 84.7%, 5월 83.5%, 6월 82.4%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곳의 입주율이 생각보다 낮다”며 “경기권 일대 공급이 많다 보니 기존 주택도 팔리지 않아 전체적인 주택 소비 심리까지 움츠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 ‘미분양’ 증가에 ‘마이너스 피’까지
입주율 하락과 함께 올 들어 잠시 주춤하던 경기도권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236가구에 달하던 인천·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은 지난 3월 8659가구로 줄어들다 5월 들어 9786가구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미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평택은 지난해 입주 물량이 7714가구에서 올해 8973가구, 내년 1만6708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탄신도시도 지난해 1만2707가구에서 올해 2만2431가구, 내년 1만2699가구로 대규모 입주가 임박했다. 지난해 6793가구 입주로 올 들어 미분양 물량이 지난 5월 758가구까지 줄어든 용인도 올해 1만5676가구에서 내년 1만3344가구가 쏟아지면서 다시 미분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산그린시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20년까지 6000여 가구가 추가로 들어서지만 지난 3월 분양에 나선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EAA10블록 모아미래도는 7월 현재 585가구 중 45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미분양률이 78.4%에 달한다. 청약 당시 426가구였던 미분양은 계약을 진행하는 사이 더 늘었다. 송산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2차 역시 지난 2월 기준 전체 426가구 중 30%(12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과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김포도 최근 미분양 아파트 숫자가 제로(0)에서 1436가구로 급증했다. 김포한강지구 Ac-06, 07블록에서 분양된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동일스위트와 동일은 이곳에서 각각 1021가구와 711가구가 분양됐지만 계약 접수 결과 각각 648가구, 389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두 관계사가 김포에서 낸 미분양이 1037가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지역의 주택 매매 거래 감소도 실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6월 경기도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15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9%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33.6%, 지방 17.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3호(2018.07.30 ~ 2018.08.05)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 단지.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불이 환하게 켜진 집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단지 내를 오가는 입주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섭씨 영상 38도에 이르는 폭염이 무색할 만큼 분위기는 썰렁하다.
이런 풍경이 벌써 5년째다. 이 아파트 단지는 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이후 미분양 물량을 시세보다 싼값에 전세로 돌리거나 할인 분양을 이어 온 끝에 가까스로 84㎡형 소형 아파트만 입주자를 모두 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대형 평수 200여 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 입주할 사람이 없는데 공급 이어져
완공 후 미분양된 아파트, 이른바 ‘불 꺼진 아파트’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긴다. 그런데 최근 분양된 경기도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악성 미분양 조짐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폭증하고 있는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 지역이다. 7월 24일 이들 지역 일부를 둘러 본 결과 불 꺼진 아파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런데도 이들 지역에는 앞으로 수만 가구의 아파트가 더 들어설 예정이고 지금도 신규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찾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하나같이 분주한 모습이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계속 들락거렸다. 하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남부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아파트의 집주인 역시 그랬다.
그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분양 받은 아파트가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입주하지 못했다. 자신은 기존 집에서 살고 분양 받은 아파트를 전세 놓을 계획이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나 가는데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는 “아파트를 매각하려고 해도 매각이 안 된다”며 “일단 연체료를 물어주면서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같은 화성시의 송산그린시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7년 개발계획을 수립한 이후 11년 만에 아파트 입주에 돌입했지만 수요가 한정적이다. 올해 초 반도유보라·휴먼빌·이지더원 등 시범단지 3곳의 2000여 가구 아파트 분양자들 역시 세입자 찾기에 애를 태우고 있다.
경기권의 입주율 하락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입주율을 조사하고 있는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경기권 입주율은 84.9%에서 4월 84.7%, 5월 83.5%, 6월 82.4%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곳의 입주율이 생각보다 낮다”며 “경기권 일대 공급이 많다 보니 기존 주택도 팔리지 않아 전체적인 주택 소비 심리까지 움츠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 ‘미분양’ 증가에 ‘마이너스 피’까지
입주율 하락과 함께 올 들어 잠시 주춤하던 경기도권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236가구에 달하던 인천·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은 지난 3월 8659가구로 줄어들다 5월 들어 9786가구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화성·용인·평택·김포·남양주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미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평택은 지난해 입주 물량이 7714가구에서 올해 8973가구, 내년 1만6708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탄신도시도 지난해 1만2707가구에서 올해 2만2431가구, 내년 1만2699가구로 대규모 입주가 임박했다. 지난해 6793가구 입주로 올 들어 미분양 물량이 지난 5월 758가구까지 줄어든 용인도 올해 1만5676가구에서 내년 1만3344가구가 쏟아지면서 다시 미분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산그린시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20년까지 6000여 가구가 추가로 들어서지만 지난 3월 분양에 나선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EAA10블록 모아미래도는 7월 현재 585가구 중 45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미분양률이 78.4%에 달한다. 청약 당시 426가구였던 미분양은 계약을 진행하는 사이 더 늘었다. 송산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2차 역시 지난 2월 기준 전체 426가구 중 30%(12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과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김포도 최근 미분양 아파트 숫자가 제로(0)에서 1436가구로 급증했다. 김포한강지구 Ac-06, 07블록에서 분양된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동일스위트와 동일은 이곳에서 각각 1021가구와 711가구가 분양됐지만 계약 접수 결과 각각 648가구, 389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두 관계사가 김포에서 낸 미분양이 1037가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지역의 주택 매매 거래 감소도 실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6월 경기도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15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9%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33.6%, 지방 17.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3호(2018.07.30 ~ 2018.08.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