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이룬 ‘버스 공유’ 모델, 언젠가 우회로 낼 수 있겠죠”

[커버 스토리 : '승차 공유' 해법 찾기]-‘3년간 규제와 악전고투’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일개 스타트업에 힘겨운 싸움”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여기 실패에 굴복하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승차 공유 업체의 대표 주자 ‘콜버스랩’을 이끄는 박병종(32) 대표다. 박 대표는 2015년 한국에서 공유 산업이 한창 태동할 당시 버스 승차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인 ‘콜버스’를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택시 등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와 함께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무렵 함께 승차 공유 시장에 올라탄 비즈니스 주역들 역시 규제에 발이 묶여 하나둘 시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박 대표도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자리한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8월 8일 박 대표를 만났다.

◆택시업계 성토 광고가 신문 1면에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좀 피했어요. 그동안 규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보는 분들이 피로를 느낄 것도 같았고 저 역시 경영자로서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보인 박 대표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정보기술(IT) 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업계의 화두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우버’였다. 기자였던 그도 우버에 매료됐다.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다. 그때 마침 대리운전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리운전사들은 야간에 목적지까지 손님을 데려다 주고 나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올 방법이 없어요.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면 택시뿐인데 타자니 남는 돈이 없었죠. 그래서 ‘대리셔틀’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게 12인승 차량에 최대 28명을 태우고 시속 140km를 밟을 정도로 위험해요. 사고가 나면 보상도 받지 못했죠. 그래서 야간에 놀고 있는 전세버스가 생각났어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2015년 7월 기자직을 그만뒀다. 그해 8월 곧바로 전세 보증금을 빼 콜버스랩이란 법인을 설립했다. 개발자를 채용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11월 콜버스의 베타 버전이 나왔다.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스마트폰 앱 이용자들이 목적지와 탑승 시간을 입력하면 비슷한 경로의 승객을 전세버스가 모아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택시요금의 절반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 시간대에 택시 승차 거부를 당한 시민이나 야간에 활동하는 대리운전사들이 상당한 호응을 보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출시 후 2개월 만에 택시업계 등 기존 사업자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서비스 출시 전 유명 법무법인과 손잡고 법률 검토까지 받았지만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택시조합 측은 서울시에 단속을 요청했고 시는 국토교통부에 콜버스 운행이 기존 법령에 저촉되는지 해석을 요청했다.


일간지 1면에는 콜버스의 심야 영업 허가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광고가 실렸다. ‘창조경제의 미명하에 택시업계가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콜버스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놓고 택시업계와 콜버스 간 날 선 공방이 계속됐다. 일개 스타트업이 견디기에는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희망이 다시 보였다. 법 규제로 스타트업의 새로운 서비스가 좌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토교통부는 2016년 2월 전세버스 대신 기존 택시·버스 등 기존 운수업자들만 한정면허를 얻어 심야 시간에 콜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 대표는 서울시·택시조합과 손잡고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 후에도 차량 모델, 시간대 조정, 이용 지역구 문제들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진짜 9부 능선은 따로 있었다. 차량 250대를 투입하겠다던 처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업 재개에 어려움이 찾아왔다.

“더 이상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웠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지만 그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던 것 같아요.”

◆사업 모델 전환 후 매달 25%씩 성장

9명의 직원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업의 생존 없이는 비전도 없었다. 박 대표는 고민 끝에 사업 모델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2017년 4월 지금의 신규 사업 모델인 온디맨드를 기반으로 한 ‘버스 대절 가격 비교’ 서비스를 내놓았다.

“자본금은 말라가는데 데스밸리를 넘어 살아남는 게 급선무였어요. 절망적이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두 달의 고민 끝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았어요. 사업 초기 전세버스로 시작한 만큼 업계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요.”


버스 대절 가격 비교 서비스는 승객이 원하는 날짜와 출·도착 지점 등을 입력해 주문 올리면 전세버스 회사 또는 전세버스 운전사가 견적서를 보내 예약하는 구조다. 가격과 차량 사진, 운전사의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다.

“전세버스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너무 심하다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전세버스가 필요한 소비자는 많은데 업계에 대한 정보는 없으니 터무니없는 가격에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죠. 콜버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경쟁 입찰로 시가보다 10~20% 저렴하게 버스 대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업계에서도 일거리가 없는 전세버스 업체들이 계약을 쉽게 따낼 수 있다 보니 상생 모델로 통하죠. 소비자들의 별점을 통해 전세버스 운전사의 친절도도 확인할 수 있어요.”

다행히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높은 앱 완성도와 지난 3년간 콜버스를 통해 쌓인 업력으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30배 이상의 성장을 거뒀어요. 매달 25%씩 성장하고 있고 누적 거래액은 8월 현재 50억원을 돌파했죠. 손익분기점을 넘은 지도 4개월 정도가 됐습니다.”

박 대표는 버스 대절 가격 비교 사업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많은 부분에서 낙후된 전세버스 시장에서 콜버스랩과 같은 스타트업이 기존 사업자들과 상생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업 노선을 성공적으로 전환한 박 대표에게는 아직 미완의 숙제가 남아 있다. 교통 혁신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처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전이다. 그는 지금의 전세버스 대절 예약 사업을 수익 모델로 가져감과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생각이다.

“콜버스랩의 기업 이념은 ‘길을 냅니다’예요. 버스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우리가 먼저 낸다는 의미도 있지요. 지금은 교착 상황에 부닥쳐 또 다른 살길을 낸 상황이에요. 이루지 못한 첫 사업 모델은 언젠가 또 다른 길에서 우회해 길을 낼 수 있겠죠.”

그는 그와 같은 길을 걷는, 걸어야 할 스타트업 동지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콜버스는 창업 후 3년 동안 매일 실패했어요. 하지만 수많은 실패 끝에 작은 성공이 쌓이고 그 성공을 모아 놓은 것이 지금의 서비스입니다. 시행착오와 실패가 두려워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어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은 계획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로 닦일 것이에요.”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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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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