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틈새 찾아 ‘승차 공유’ 도전하는 스타트업

[커버스토리 : '승차 공유' 해법 찾기]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규제 완화되길 기다려
-풀러스, 카풀 확대 무산되자 구조조정…차차 ‘렌터카·대리운전 결합’도 불법 판정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동남아시아의 승차 공유 서비스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그랩만 놓고 보더라도 제공하는 서비스가 딱히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국내 업체들도 정부의 규제나 관련 업계의 반발만 없다면 당장에라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규제가 이를 가로막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의 승차 공유 시장은 정부의 규제망을 피해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형’ 승차 공유 모델이 구축된 모습이다.


◆규제 피했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


현재 국내 승차 공유 업체들은 ‘규제의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규제와 관련한 정부의 법 위반 해석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더욱 사업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사업 중단 위기에 내몰린 곳도 있다. 풀러스·차차·콜버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업체들은 언젠가는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잔뜩 움츠린 채 비상을 준비 중이다.

풀러스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승차 공유 업체 중 가장 주목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좋지 않다. 2016년 5월 출시된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 카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승차 공유 자체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시간은 그 영역에서 벗어난다. 아침 오전 5~11시, 오후 5시~익일 오전 2시까지가 바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출퇴근 시간이다.

풀러스는 이 시간에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해 주목받고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네이버·SK 등으로부터 220억원 정도를 투자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지만 카풀 규제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창업 첫해인 2016년 약 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확대돼 117억원의 손실을 봤다. 규제가 올해에도 풀리지 않고 이어진다면 적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최후 수단을 꺼낸 것이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들고나와 관심을 받았던 차차크리에이션의 ‘차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차차는 렌터카와 대리운전을 결합한 서비스로 2016년 8월 차차크리에이션이 개발했다.

운전자가 렌터카 업체인 하이렌터카로부터 차량을 장기 렌트해 몰고 다니다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승객의 호출을 승낙하면 렌터카는 렌터카 업체에 자동으로 반납되고 운전자는 대리운전사로 바뀌는 방식을 활용해 규제를 피했다.

반납된 렌터카는 차량을 호출한 고객이 빌린 것으로 바뀌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차량은 다시 차차 운전사가 렌트한 것으로 변경된다. ‘한국형 우버’로 주목 받았지만 최근 암초를 만났다. 차차의 서비스가 여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토교통부에서 판단한 것이다.

국토부 측은 “렌터카를 빌린 자가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하면 안 된다는 법을 차차가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에 행정지도를 요청했다. 자칫하다간 차차가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인 셈이다.

규제와 반발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의 사업 모델을 변경한 곳도 있다. 2015년 12월 탑승 신청자들의 경로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버스 노선을 만드는 방식의 ‘콜버스’ 서비스를 운영했던 콜버스랩은 택시업계의 반발과 규제에 가로막혀 전세 버스 중개 플랫폼으로 주력 사업을 바꾼 상태다.





◆쏘카, 외형 성장에도 적자는 여전해

이처럼 법으로 승차 공유 자체가 금지돼 있다 보니 규제를 피해 운영하더라도 수익성에 대한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국내에서 승차 공유보다 출발이 한 발 빨랐던 차량 공유 업체들도 실적 개선은 요원한 상태지만 그래도 승차 공유 업체들보다는 상황이 낫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요 차량 공유 업체는 쏘카·그린카·링커블 등이 있다.

승차 공유와 차량 공유는 모두 공유경제 모델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일반 렌터카 업체가 하루 단위의 대여만 가능했던 반면 차량 공유 업체들은 분이나 시간 단위의 이른바 ‘초단기 차량 대여 서비스’를 무기로 삼아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 차량 공유업계의 대표 격인 쏘카는 2011년 11월 출시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면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쏘카존(쏘카의 차고지)’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만 차량이 필요한 이용객들을 위해 분 단위로 차량을 빌려 쓸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구축해 국내 카셰어링업계를 선도 중이다.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보유 차량이 국내 업체 가운데 최다로 약 1만 대가 넘는다. 이용객들이 필요로 할 때 타 업체 대비 시간이 지체되지 않고 보다 신속하게 차량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쏘카가 이 같은 규모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2014년 베인캐피탈로부터 180억원을 투자 받았고 2015년 SK그룹이 590억원 규모의 지분을 사들여 쏘카의 2대 주주가 됐다. 최근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국내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약 600억원을 쏘카에 투자한 바 있다.

투자받은 자금에 힘입어 외형 확장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업계 최초로 누적 회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예약 건수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1년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1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 키우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투자·마케팅 비용 등으로 약 18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벗어나는 데는 실패했다. 국내 여건이 녹록하지 않자 다양한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며 수익 창출을 도모 중이다.

지난해부터 차량을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는 ‘쏘카부름’을 론칭했고 올해부터 SK와 함께 합작법인 ‘쏘카 말레이시아’를 출범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그린카는 쏘카보다 약 1개월 정도 앞선 2011년 10월 처음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에 차량 공유를 도입한 원조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는 쏘카와 함께 차량 공유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본다면 쏘카에 미치지 못한다. 그린카의 보유 차량 대수는 6000여 대, 회원 수는 250만 명 정도다. 쏘카와 마찬가지로 차량을 예약하면 가까운 ‘그린존(그린카 차고지)’의 정보가 제공되고 거기를 찾아가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링커블, 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라

그린카 역시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현재 자리에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사업 2년 만인 2013년 KT렌탈이 그린카의 지분 약 50%를 8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KT렌탈이 롯데렌탈에 매각되면서 현재 그린카는 롯데렌탈의 자회사가 됐다.

모회사의 차량 관리·경영 노하우 등 든든한 지원을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 출시에 주력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린카는 올해 초 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한 ‘법인 전용 맞춤형 차량 공유’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법인 소속 회원들은 전국 그린카 차고지에 있는 6000여 대의 차량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편하게 업무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KT기가지니’ AI 스피커와 연계해 차량 검색부터 예약까지 모든 과정을 AI 스피커로 구현해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했다. 이에 기반해 실적도 나름 개선 추세에 있다. 롯데렌탈에 따르면 그린카는 지난해 매출 287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쏘카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훨씬 더 내실 있는 사업을 한 셈이다.

쏘카와 그린카가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최근 차량 공유업계에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커뮤니티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네이비’가 그 주인공이다. 링커블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작년 9월 출시했다.

서울 시내 고급 아파트 단지 등에서 테슬라·벤츠·BMW 등 고급 수입차를 이용해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현재 네이비는 서울 성수 트리마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종로 경희궁자이, 부산 해운대 에이치스위트 등 고가 아파트에서 입주민 전용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 배치된 차량을 입주민이 예약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타깃 층이 일반 차량 공유 업체에 비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약 1년 만에 4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했고 누적 예약 건수는 1만여 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최근 국내 렌터카 시장 선두 업체인 AJ렌터카가 링커블을 인수하기도 했다. AJ렌터카는 네이비를 활용해 고객 특성을 반영한 여러 맞춤형 차량 공유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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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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