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신약’치매 치료제…동아ST 등 잇단 도전

[비즈니스 포커스]
-실패 확률 높아 글로벌 제약사도 주춤…성공하면 세계시장 석권 가능해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직장인 A의 아버지는 3년 전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성 치매) 판정을 받았다. 1년 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몸을 가누지 못할 뿐만 아니라 A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A는 몇 달 전 아버지가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며 고민하는 친구 B가 오히려 부럽다. 비록 병석에 누워 있지만 자식을 알아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생각에서다. A는 가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자신은 물론 어머니와 여동생 등 온 가족이 겪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고통 때문이다.


‘고령화의 그늘’로 불리는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 14% 이상)에 접어든 한국은 2024년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706만 명 중 10.2%인 72만4857명이 치매 환자다. 진료비와 간병비 등 치매 관련 소요 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4조7396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 관련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시판 중인 의약품은 에자이의 ‘아리셉트’와 노바티스의 ‘엑셀론’ 등 4개 제품이다. 하지만 이들 의약품은 발병 후 진행 속도를 늦추는 완화제다. 치매 증상을 치료하는 근본적 치료제는 현재까지 개발되지 못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는 다른 신약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면서도 임상 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 글로벌 기업조차 관련 연구·개발(R&D) 지출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도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만큼 수많은 기업이 무한 경쟁 중인 분야”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동아에스티·일동제약·메디포스트·차바이오텍 등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DA-5207’ 순항


동아에스티는 올해 초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DA-9803’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DA-9803은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는 천연물 소재 의약품이다. 뉴로보는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시험 진행 승인(IND)을 신청하는 등 DA-9803의 글로벌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천연물 소재 치매 치료 후보물질인 ‘DA-5207’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국내 임상 1상 착수를 목표로 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10월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민간 주도의 치매 전문 연구센터인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초대 센터장을 맡아 출범했다. R&D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 기관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하는 등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전문의약품 사업회사인 동아에스티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차의과대학·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치매 환자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 질병 모델을 개발, 치매 진단·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이를 활용해 향후 새로운 치매 타깃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후보물질 ‘ID1201’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ID1201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이다. 시험관·동물시험에서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독성에 대한 신경세포 보호, 염증 유발 물질 생성 억제 등의 효과를 보였다는 게 일동제약의 설명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ID1201은 실험쥐와 실험견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성 시험 등 최근 종료된 비임상 시험에서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 성공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뉴로스템’ 미국 임상 앞둬


메디포스트는 삼성서울병원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뉴로스템’의 국내 임상 1상과 임상 2a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뉴로스템은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추출한 간엽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2월 FDA로부터 임상 1·2a상 승인을 획득하기도 했다. 조만간 미국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선행 연구에서 간엽 줄기세포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뇌 속 신경계 세포가 재생되도록 돕는 등 ‘멀티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치매의 근본적 치료와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도 태반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CB-AC-02’의 국내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CB-AC-02는 최장 24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는 동결 기술을 접목해 대량생산은 물론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실험쥐에게 태반 유래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비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미로 안에서 길을 찾는 인지능력이 개선되고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이 확연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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