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웃는데 맥주 판매 울상?’ 폭염이 만든 업종별 기상도

[비즈포커스 : 역대 최고 폭염 기록한 2018년 여름, 각 산업별로 희비 엇갈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폭염이 나날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기상청 공식 관측소가 있는 전국 95곳 중에서 60%에 해당하는 지역이 올여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더위로 산업별 온도차도 갈렸다. 올여름 폭염이 만든 업종별 기상도는 어떨까.


◆신기록 세우는 쇼핑몰들


폭염에 활짝 웃은 곳은 유통업계다. 야외 활동 대신 시원한 실내 활동을 택한 소비자들이 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로 몰리면서 업계 비수기로 통하는 7, 8월에 극성수기를 맞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은 8월 들어 주중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염을 보인 8월 1일 20만 명, 2일 21만 명이 롯데월드몰을 방문했다. 올 상반기 주중 하루 평균 방문객이 11만 명인 것에 비해 수요일·목요일이었던 1일과 2일 그 두 배에 달하는 인원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있는 식음 시설 밀집 공간 ‘스카이31’ 방문객도 7월29일 3500여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무더위를 백화점에서 피하려는 ‘백캉스(백화점+바캉스)족’이 늘면서 고객 체류 시간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주차장의 입·출차 시간으로 고객 체류 시간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체류 시간은 평소의 1.5배 수준이었다. 기존에는 고객 체류 시간이 2시간 정도였지만 7월엔 평균 3시간 30분이었다.


무더위와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제품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백화점의 전체 매출도 늘었다. 전국 내륙 전역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7월 20~28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했다. 우양산(92%)·선글라스(14.8%)·모자 (20.1%)·스포츠(23.7%)·가전(41.9%)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식당가의 매출도 13.1% 증가했다.


마트에서는 무더위로 ‘집에서 밥하기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 매출이 늘어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5일까지 자사 온라인몰에서 HMR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 늘었다.

열대야에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일부 점포는 영업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전국 143개 점포 중 66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30분~1시간 늘렸다. 성수점·은평점 등 63개 점포는 오후 11시 폐점 시간을 11시 30분까지 연장하고 다른 점포들은 폐점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10시 30분 또는 오후 11시로 변경했다.


◆가전 웃고 농수산업 울어


폭염에 웃음지은 곳은 유통가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에어컨 판매 대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에어컨 성수기는 여름을 앞둔 5월로 알려져 있다. 7월 매출은 5월의 70% 수준인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에서도 7월 에어컨 매출이 5월의 120% 수준으로 팔리며 연중 최대 판매 기록을 남겼다.


G마켓에서는 에어컨뿐만 아니라 대형 가전 판매가 전반적으로 늘었다.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UHD TV(174%)와 건조기·스타일러(190%)는 세 자릿수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계절·생활가전, 주방가전 판매도 크게 뛰었다. 냉풍기(145%)·멀티에어컨(106%)·공기청정기(61%)·서큘레이터(39%)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모바일 커머스 업체인 티몬에서도 7월 한 달간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급등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농수산업계 상황은 좋지 않다. 시원한 비 소식 없이 폭염만 이어지면서 채솟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8월 8일 배추 한 포기와 무 한 개의 가격이 5770원과 3273원(8월 7일 기준)으로 지난달보다 각각 86.2%, 58.4% 올랐다고 발표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8월 말까지 섭씨 영상 30도 중반의 고온이 이어지면 채솟값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축산 농가의 피해도 크다. 이번 폭염으로 돼지·닭 등 축산물 217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피해 금액만 11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온 상승으로 전국 양식장에서 수산물 수십만 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야외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생산 현장과 건설 현장에서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휴식 시간을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폭염특보 발령 시 단계별 작업 지침을 수립해 울산공장에 적용하고 있다. 폭염이 극에 달하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작업을 금지하고 시간마다 15분씩 휴식 시간을 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설 작업을 중지하고 나선 곳도 있다. 충남 천안시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집중력 저하, 온열질환 등 인명 피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8월 6일부터 관내 공사 전체(349곳)의 작업을 중지했다. 시는 폭염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고 공기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돋보기 : 폭염에 패딩 판매 느는 이유는?


사상 최대 폭염에도 홈쇼핑 방송에서 롱패딩과 모피코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반면 여름밤과 환상의 짝꿍처럼 여겨지던 맥주는 판매가 줄고 있다.


폭염에 롱패딩과 모피코트가 팔리는 이유는 홈쇼핑업계의 ‘역시즌’ 마케팅 때문이다. 역시즌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고가의 겨울옷을 미리 준비하고 기업은 지난 시즌 재고 상품 처리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집에서 리모콘 조작만으로도 쇼핑이 가능한 홈쇼핑이 효과가 컸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7월부터 역시즌 상품 판매에 돌입해 한 달 동안 주문 금액이 2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비 역시즌 상품 수를 크게 늘렸고 고객 호응도 잇따라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GS홈쇼핑도 역시즌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GS홈쇼핑이 지난 8월 2일 방영한 ‘로보 무스탕보머 재킷’은 30여 분 만에 5억원어치 정도 팔렸고 8월 4일에도 ‘라피아쁘 빅라쿤 폭스퍼야상’도 20분 만에 2억원어치 넘게 팔려 나갔다.


반면 여름철 특수를 누려온 맥주업계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마트가 지난 7월 13일부터 30일까지 매출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맥주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 맥주 매출도 주춤했다.

업계 관계자는 “날이 더운 게 웬만한 수준을 넘어선지라 열이 오르는 알코올음료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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