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에서 자봤니?”…‘황금알’ 된 요트 임대업

2018 요트산업 보고서

2015년 법 개정으로 ‘마리나 선박 대여업’ 신설
요트만 있으면 ‘임대 사업’ 가능



[부산=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요트 산업은 범위가 매우 폭넓다. 요트 제조, 장비·부품의 제조·판매, 마리나항만 조성·운영, 선박 계류·보관·정비·임대와 급유 등 마리나 서비스, 인력 양성과 보험·금융, 관광 서비스 등이 모두 요트 산업과 연계돼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본격적인 개발 사업을 시작했지만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마리나항만 시설 등의 부족으로 요트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환점’을 마련해 준 것이 2015년 마리나 항만법 개정이다. 핵심은 마리나 선박 대여업과 마리나 선박 보관·계류업이라는 마리나 서비스업 분야가 신설된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 ‘요트 임대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최근 10여 년간 요트 매매 산업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와중에도 ‘요트 임대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요트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0~30대 ‘여행 트렌드’로 인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바다. 한손에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든 관광객들이 수영만 마리나로 모여든다. 대부분은 20대 커플이지만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나 중국 등 해외 단체 관광객도 종종 눈에 띈다. 이들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요트’. 가족·친구와 함께 60~90분 정도 저녁 바다를 둘러보는 ‘요트 투어’나 요트 위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바비큐 파티는 물론 노래방에 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 ‘요트 스테이’를 찾아온 고객들이다.

요즘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요트’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트를 소유하고 즐기는 것을 넘어 일반 고객들에게 요트를 임대해 주고 ‘요트 체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부산 수영만 마리나에 기반을 둔 한국형 해양 관광 스타트업 ‘요트탈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요트 스테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업체이기도 하다.

이 업체의 김건우 대표는 2015년 요트탈래 설립 당시 부경대에서 해양 스포츠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연구원이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관광 벤처 사업 공모전’을 본 뒤 네덜란드에서 경험했던 ‘보트텔’에서 착안해 아이디어를 지원한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 비어 있는 요트를 선주에게 빌려 관광객들에게 숙박 시설로 제공하거나 관광 투어를 실시하는 일종의 ‘요트 셰어링’이었는데 당시 사업 자금으로 지원받은 금액은 총 2500만원이었다.



김 대표는 이 중 절반 이상을 ‘쓰지 않는 요트를 빌리는 데’ 투자했다. 선주들에게 요트를 빌리는 대가로 한 달에 200만원의 임대료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선주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고객 확보도 중요했다. 요트라는 문화를 부유층만 향유하는 레저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금액을 지불할 수 있어야 했다. 해운대 인근 숙박 시설 등과 비슷한 금액대로 책정한 이유다. 현재 4인을 기준으로 요트에서 하룻밤 숙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20만원 정도로 바비큐 파티와 같은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요트 투어는 더욱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60분에서 90분 정도 요트 투어를 하는 데 들어가는 1인당 비용은 3만~4만원 정도다.

2015년 항만법 이전에는 요트 산업은 ‘수상 레저업’을 따라야 했다. 문제는 수상 레저업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선박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공유수면이 있어야 하며 매표소 등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한마디로 구축해야 할 시설이 많고 허가 과정 또한 복잡했다.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고객들에게도 비싼 값을 받아야 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요트만 소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임대업을 운영할 수 있다”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무엇보다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 선주들 ‘요트 임대업’ 열풍

‘요트탈래’ 이후 수영만 마리나는 ‘요트 스테이’ 열풍의 근원지가 됐다. 이미 수영만 마리나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요트에서 자봤니?’와 같은 광고 문구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다.

요트탈래 외에도 와우요트·요트타자 등의 비슷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지난 2~3년 사이에 업체 수가 20~30개로 늘었다. 처음에는 ‘요트탈래’와 같은 업체에 선박을 임대해 주던 선주들이 직접 ‘마리나 대여업’ 사업 허가를 받은 뒤 개별적으로 요트 투어나 요트 스테이 등을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는 수영만 마리나뿐만 아니라 전국 마리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최근에는 관련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이 붙어 1인당 투어 비용을 2만원까지 낮춘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레저 선박은 2016년을 기준으로 약 1만7583척으로 집계됐다. 2008년과 비교하면 약 8년간 4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마리나 선박 대여업으로 창업이 가능한 2톤 이상의 레저 선박은 총 3235척으로 전체의 20% 비율이다. 이중 실제로 선주들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리나 대여업’을 등록할 것이라고 답한 선주는 16.7%였다. 대략 540척 이상의 요트가 임대 사업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협동조합’ 등을 통해 사업을 대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수영만 마리나 내의 요트 임대 업체들과 개인 요트 임대 사업자들이 ‘개인요트대여업’이라는 협동조합을 창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재 중국에서 수학여행을 오는 100명, 200명 규모의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요트 투어’나 ‘요트 스테이’를 진행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재 요트 스테이 중개 사이트 플랫폼 중 아시아 시장이 비어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특히 마리나항만 시설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요트 대여업이 국내 요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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