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에 시작한 운동으로 협심증 이겨낸 이순국 신호그룹 전 회장

[인터뷰]
-“나이 들수록 유산소운동보다 근육 늘려야”…‘노인 건강 전도사’로 변신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1976년 온양펄프를 창업해 재계 순위 25위로 성장시켰던 이순국 신호그룹 전 회장이 ‘노인 건강 전도사’로 변신했다. 은퇴 후 일흔이 다 돼서야 건강과 운동의 중요성을 실감한 이 전 회장은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체육학 석사학위를, 최근 상명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몸짱 할아버지’로 돌아온 그는 운동 후 건강을 되찾은 경험담을 엮은 저서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를 출간했다. 팔씨름 한번 해보자며 내민 손의 악력은 77세의 나이를 믿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이 전 회장은 “운동의 시작에는 때가 없다”며 “나이 들수록 유산소운동은 물론 저항성 운동으로 근육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력 : 1942년생. 1968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 체육학 석사. 2018년 상명대 체육학 박사. 1967년 한국제지 근무. 1976년 온양펄프 창업. 1987~2006년 신호그룹 회장.


▶과거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렸습니다.


“1967년 한국제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5년간 근무하다가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열었죠. 첫 직장의 영향으로 제지 업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방펄프(온양펄프 전신)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은행들의 권유로 인수를 결심했죠.


1980년대 들어 삼성특수제지(신호제지 전신) 등 5개 제지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1990년대에는 한국강관 등을 인수하면서 계열사가 30개 이상이 됐고 재계 순위도 25위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독이 됐어요.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6년 신호제지 매각을 끝으로 사업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노인 건강 전도사’로 변신한 계기는요.


“은퇴 후 2009년 12월 일본 벳푸 여행 중 협심증으로 쓰러졌어요.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깨어난 뒤 예전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업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 술과 담배로 망가뜨린 몸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3년 정도 무턱대고 운동을 했는데 주변에서 운동도 적당한 게 좋다며 말리더라고요. 문득 ‘적당한 운동’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나이가 든 뒤 시작한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했고요. 여러 책을 사서 봤지만 제대로 설명한 책이 없더라고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스스로 깨우쳐야겠다는 생각에 2014년 서울과학기술대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운동 자극에 대한 인체 반응과 적응 과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운동생리학과 스포츠과학을 전공했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거주하는 평균 58세의 남성 18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석사 논문을 썼어요. 역기 운동 등 저항성 운동을 12주 동안 주 3회, 1시간씩 하도록 해 운동 전후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완수한 15명 모두 골밀도와 근육량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 후 본인의 몸은 어떻게 바뀌던가요.


“걷기 등 유산소운동과 근육을 강화하는 저항성 운동을 통해 골밀도와 근육량, 심장 기능이 향상된 것은 물론 키도 커졌습니다.


모 대학병원 두 곳에서 주기적으로 신체 변화를 측정했는데요, 키는 71세에서 76세까지 5년 동안 1cm가 오히려 더 자랐습니다. 턱걸이와 웨이트 트레이닝 덕에 자세가 교정되면서 나타난 결과죠.


골밀도는 74세에서 76세까지 2년 사이 0.89% 향상됐고 근육량도 늘었습니다. 심장 박동 수는 유산소운동을 하기 전보다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에 이어 책도 냈다고요.


“박사학위 논문은 국내 평균 73.5세 노인 3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저항성 운동을 8주 동안 주 3회, 1시간씩 하도록 하고 운동 전후를 비교했죠.


국내 모 제약사의 임상검사 전문 의료기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 등을 실시했는데, 노인이 돼도 젊을 때와 마찬가지의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죠. 실험을 완수한 25명의 건강 상태가 운동 전에 비해 좋아졌습니다. 특히 근육 기능과 심폐 지구력, 항산화 능력 등이 향상됐습니다.


전공을 살려 노인 건강관리·운동법 등을 담은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를 출간했습니다.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게 된 경험과 석·박사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펴낸 책입니다.


8월 30일 오후 6시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지인 등 300명을 초청해 출판 기념 토론회를 엽니다.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뼈에 붙어 신체 움직임을 보조하는 근육입니다.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항성 운동이 필수입니다.”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오전 5~6시에 1시간 동안 조깅을 합니다.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게 식단인데요, 아침 식사로는 닭가슴살·과일·채소·잡곡식빵 등을 주로 먹습니다. 점심은 현미밥·생선·달걀 위주로 하고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헬스장에서 저항성 운동을 합니다.


제 체중이 53kg인데 역기는 60kg짜리를 듭니다. 몸무게보다 무거운 역기를 누워서 10번씩 3회 들어 올리는 등 최근 5년간 단 하루도 저항성 운동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3년간은 지금과 같은 운동량을 유지하거나 늘려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운동 후에는 영양보충제를 꼭 먹고요. 저녁 식사는 오후 6시에 현미밥·두부·견과류 위주로 간단하게 끝냅니다.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쯤 일어나죠.”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노인을 위한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겁니다. 또한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에 저항성 운동 등을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운동 후 신체 변화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전국의 노인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건강 증진을 위한 시설 투자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보다 실질적이고 세세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노인문화센터 체육 설비를 통해 운동을 시작한 노인들의 건강 개선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거죠. 혈당을 재듯 근육지수도 측정하고 골밀도도 측정하자는 건데요, 관련 데이터를 쌓아 나감과 동시에 운동을 장려하다 보면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지출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운동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70세에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작해 건강을 되찾은 제가 증명합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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