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한 아파트 팔리면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나

[머니 : 법으로 읽는 부동산]
-원칙은 새주인…다만 매도 시점에서 임차인의 주민등록 여부에 따라 바뀌어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A는 5년 전 미국에 유학 중인 사촌형 B 소유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차했다. 최근 결혼하게 돼 신혼집으로 이사를 간 A는 B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B는 자신이 미국에 직장을 가지게 돼 얼마 전 C에게 위 아파트를 매도했다고 말했다. 또 C가 A에 대한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니 C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라고 했다.

그런데 A가 C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자 C는 자신이 A에 대한 임대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은 맞지만 B와 다른 채권 채무 관계가 있어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A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A는 누구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해야 할까.


◆약정 내용과 임차인 승낙 여부 살펴봐야


먼저 A가 B의 매도 당시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상 대항력을 갖췄다면, 즉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했다면 A는 B에게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없고 C에게만 청구할 수 있다. 주임법 제3조 제4항에서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이다.

이 때문에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해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 관계에서 탈퇴해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하게 된다.


물론 대항력 있는 주택 임대차에서 기간 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차인 보호를 위한 주임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 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 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 판례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만일 A가 주임법상 대항력을 갖추기 전에 위 아파트의 소유권이 B에서 C로 이전됐다면 어떨까.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 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했다면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 인수가 아니라 이행 인수로 봐야 한다.

따라서 B는 위 아파트를 매도한 이후에도 여전히 A에게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고 C는 B에 대해서만 위 이행 인수 약정에 따라 보증금 반환 책임을 진다.


물론 당사자들의 약정 내용에 따라 B와 C 사이의 위와 같은 약정을 병존적 채무 인수, 즉 B와 C가 모두 A에 대한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면책적 채무 인수, 즉 B의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제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면책적 채무 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 즉 임차인인 A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채무자인 매도인(B)이나 제삼자인 매수인(C)은 임차인(A)에게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에 대한 매도인의 면책에 관한 승낙 여부를 재촉할 수 있고 임차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455조).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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